법관의 독립과 신뢰받는 사법
좋은 판사는 어떤 사람일까요? 내 편을 드는 사람일까요? 아닙니다. 공정한 판사입니다. 편을 들지 않으려고 하는 판사입니다. 사람이 살다 보면 어느 편에든 서게 될 수 있습니다. 그때 공정한 판사를 만날 수 있으리라는 신뢰가 바로 사법을 지탱합니다.
법관의 독립적 판단과 안전 보장은 건강한 사회에 필수적입니다. 법원은 사람을, 우리의 삶을 죽이고 살릴 수도 있는 곳입니다. 그리고 '옳음'의 방향을 제시합니다. UN은 법관의 독립에 관한 특별보고관 제도까지 두고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법관은 한 명의 사람일 뿐이기도 합니다. 조직에 속한 공무원이고요. 윗선의 압력을 받거나 정치적인 혼란에 휘말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지난 정권에서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났습니다. 소위 판사 블랙리스트 파동입니다.
판사들의 정치 성향 등을 임의로 조사한 블랙리스트가 있다는 내부고발이 제기되었지만 대법원 진상조사위는 이 일을 덮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판사가 3천 명 있습니다. 전국에 흩어져서요. 이 3천 명이 몇 달을 모이고 논의해 대표회의를 구성했습니다. 요구사항은 단순합니다.
"블랙리스트 사건 재조사와 책임 규명"
상식적입니다. 보수적이고 원칙적입니다. 전국법관회의에서 압도적 찬성으로 이런 결론이 나왔지만, 대법원은 응하지 않고 있습니다. 판사가 법관의 독립성을 지켜 달라고 방송에서 눈물을 흘리고 결국 사직서를 제출한 판사도 나왔습니다. 블랙리스트 재조사를 요구한 판사들이 나가면 법원에는 누가 남을까요? 우리는 누구로부터 재판을 받게 될까요? 문제를 문제로 느끼는 사람들이 사표를 쓰고 사건이 유야무야되는 방식으로 일이 끝나서는 안 됩니다.
오늘은 제2차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열리는 날이라고 합니다. 차성안 판사는 아고라에서 시민서명을 청원하고 있습니다. 몇 달을 제도 내에서 노력했으나, 결국 판사가 온라인 서명을 호소하는 지경에 이른 것이 지금의 사법부입니다. 이 문제에 관심을 가져 주세요.
10만 명이 서명해도 대법원은 꿈쩍도 않을지 모릅니다. 그렇지만, 다시 묻습니다. 이 일이 조용히 묻히고 몇 명의 판사들이 사표를 쓰고 블랙리스트 문제를 규명해야 한다고 생각해 수 개월을 노력한 많은 판사들이 조용한 패배감을 안고 그 조직 내에서 살아간다면, 그리고 블랙리스트가 실재한다면, 우리는 누구로부터 어떤 재판을 받는 세상에 살게 될까요? 청원의 내용을 꼭 읽어 주세요.
이 서명의 마감은 오늘입니다. 이 블랙리스트 문제를 알게 되었다, 재조사를 요구하는 판사들의 노력과 용기에 연대한다, 사법정의를 바란다는 마음으로 부디 서명해 주세요.
시민이 할 수 있는 이 최소한의 연대에, 함께 해 주세요. 부탁드립니다.
http://m.bbs3.agora.media.daum.net/gaia/do/mobile/petition/read?bbsId=P001&objCate1=1&articleId=205231&pageIndex=1
2017. 7. 24. 트위터에 올렸던 글타래를 정리하여 백업합니다. 이 시민청원은 목표인원 10만명을 달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