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Vocation Oct 13. 2024

축하합니다. 신입 헤드헌터 합격입니다!

간절한 만큼 열심히 준비한 첫 면접

마케터로 5년을 일하며 다양한 면접을 본 적은 있어도 다른 직무로 면접을 본 적은 없었다. 처음에 헤드헌터로서 면접을 준비하려고 하니 눈앞이 깜깜했다. 더불어 면접은커녕, 우선 이력서를 제출해서 합격이 되어야 면접을 볼 수 있었기에 이력서를 어떻게 만들지부터 생각해야 했다. 


인사, HR, 헤드헌팅 쪽에서 직접적으로 관련된 일을 해 본 적은 없었지만 마케터라는 나의 직업으로써 충분히 어필할 수 있는 점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다행히도 마케터라는 직무는 헤드헌터 업무와 비슷한 부분이 많다고 주장할 수 있는 점이 꽤 있었다. 내가 생각하는 마케터라고 함은 회사의 제품,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잠재고객과 회사를 이어주는 사람이다. 이런 면에 있어서 채용을 하는 회사와 회사에 관심이 있는 잠재지원자와 연결해 주는 부분이 마케터로서 일을 했을 때의 업무 로직과 비슷함을 강조했다.(헤드헌터가 되고 싶지만 관련된 경력이 없는 사람이 만약 이 글을 보고 있다면, 현재까지 해 온 업무 혹은 경험과 헤드헌팅 업무 자체와 유사함 혹은 내가 이 일을 왜 잘할 수 있는지를 면접 때 강조하기를 바란다) 


개인적으로 마케팅 관련 일을 했던 사람들이 헤드헌팅 일도 잘 맞을 거라 생각한다. 다양한 최신 트렌드, 업무 툴 등을 알고 이미 익숙해져 있는 마케터들은 이미 대단한 사람들인데 쟁쟁한 마케터 사이에서 경쟁을 하다 보니 새우 등이 터지지만, 생각보다 헤드헌팅 회사에서 전직 마케터였던 사람들의 성과가 꽤나 좋은 편이다. 마케팅이라고 함은 모름지기 어떻게 회사를 고객에게 셀링 하면 좋을지를 늘 고민하는 직업인지라 이력서 메이킹을 할 때도 이러한 부분이 가산점이 실제로 되기도 다. 한 회사에 면접을 볼 때 그때 당시 경력치고 이력서를 수준 높게 꾸민 점을 극찬받기도 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원래 가지고 있던 이력서를 헤드헌팅 회사가 봤을 때 좋아할 만한 요소들로 꾹꾹 눌러 담아 매력적이게 완성했다. 헤드헌터 맞춤 이력서를 작성했으니 이제 여러 헤드헌팅 회사를 알아보는 일이 남았다.

여러 헤드헌팅사를 서칭 하면서 느낀 것은 생각보다 한국에 정말 셀 수 없을 정도로 크고 작은 써치펌이 많음을 실감했다. 넣으면 바로 합격할 거 같은 회사도 보이고 신입으로 시작해야 하니 아무 곳이나 가서 빨리 시작하고 싶은 마음이 앞서기도 했다. 옛날의 나였으면 대강 알아보고 빠른 입사를 했겠지만, 내가 원하는 직무를 시작한 만큼 일하게 될 회사도 가능한 나에게 꼭 맞고 내가 다니고 싶은 회사를 선택하기로 했다. 고민 끝에 총 세 군데 정도 원서를 지원했고 마음에 있었던 회사 두 곳에서 면접을 보자고 연락이 왔다. 헤드헌터 우대사항을 보니 인사 관련 경력이 없으면 영어를 잘하면 가산점이 되는 것으로 나와 있어서 해당하는 부분이 나와 있는 회사 두 곳에서 연락이 왔다. (그 순간만큼은 영어 공부를 위해 바락 했던 20대 초반 찬란한 대학시절 나에게 고마웠다)


면접은 2개의 회사 모두 1차, 2차 면접으로 진행이 되고 2순위였던 B회사와의 면접을 먼저 진행했다. 대표님 성함이 내 이름과 동일해서 우연인지 운명인지 좋아해 주셨고 나의 가치를 높게 평가해 주셨고 추후에 거주지를 옮기게 돼도 그 지역에서 지사를 내면 된다는 말씀까지 초반에 해주실 정도로 감사한 분이셨다. 회사도 나름 크고 강남권에 있고 휴게실도 넓고 좋았지만, 정규직 헤드헌터로서의 월급은 생각보다 많이 적었다. 물론 그 대비 인센티브는 높았겠지만 바로 확 끌리지는 않았다. 프리랜서로 입사할 경우 억대 연봉도  가능하다고 하지만 불안정하다고 생각했다. (정규직과 프리랜서 헤드헌터 차이는 뒤의 챕터에서 자세히 설명할 예정이다) 사실 월급은 생각보다 나에게 중요한 요소는 아니었다. 자유로운 영혼의 ENFP인 나에게는 나다울 수 있는 회사인지를 판단하는 게 가장 중요했다.


사실 이 부분은 면접으로나 회사를 한 번 둘러본다고 해서 알 수는 없는 부분이었지만, 이를 알 수 있는 부분이 바로 조직문화다. 조직문화라고 함은 출퇴근 시간, 복장 규정 등으로 표출된다도 생각한다. B라는 회사는 고전적인 한국 회사처럼 9시 출근 6시 퇴근하는 회사에다가 복장은 비즈니스 캐주얼을 입어야 한다고 설명해 줬다. 이 부분이 가장 아쉬웠던 거 같다. 면접에 합격하여 대표님이 계속해서 연락을 주셨음에도 내가 'NO'를 외친 이유는 나라는 사람은 그 무엇보다도 '자율성'이 중요한 가치로 삶에 자리매김을 하고 있었기에 자율출퇴근, 복장자유 등은 가장 기본적인 회사 선택의 기준이어서 아쉽지만 B회사는 선택하지 않았다.


마지막 남은 A회사의 면접을 준비하면서 회사가 다양한 회사 홍보 채널을 갖고 있어 감사하게도 회사에 대해 더 많이 알 수 있었다. 알면 알수록 나의 가치관과 잘 맞는 회사일 거라는 예감이 확신으로 변했다. 그만큼 처음으로 헤드헌팅 일을 시작하면 이 회사에서 하고 싶다는 마음이 커져서 돌아보면 면접에서도 더 많은 긴장을 한 거 같다. 간절한 마음이 통해서 1번의 기회를 주신 것인지 1차 면접을 통과하여 최종 2차 면접이 남았다. 이 회사는 조금 특이하게 최종면접은 회사 대표님께 역으로 질문을 하는 역면접으로 진행되었다.


여기 회사에서 말하는 역면접은 사실 대표님께 내가 궁금한 부분을 질문하는 정도의 면접이었는데 지금 생각해도 오싹할 정도로 역면접을 잘못 이해해서 면접장에 도착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창의성이 풍부한 사람이라 역면접을 내가 면접을 보는 대표가 되고 면접에 들어오는 대표님을 회사에서 지원하는 지원자로 생각하고 면접을 진행해 버렸다. (회사에 입사하고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나만 이렇게 역면접을 진행했음을 동료들과 이야기하다 알게 되었다) 그 당시에 내가 하는 부분이 맞다고 생각하여 실제로 지원하는 회사의 로고를 넣어 해당 회사에 재직하는 사람인 것처럼 명함도 여러 개 만들어 준비해 갔다. 다대일 면접이었지만 다른 지원자들이 불참하여 대표님과 1:1 면접을 보게 되었고 대표님의 정보를 최대한 조사하여 이 회사에 지원하는 이유, 이 회사의 비즈니스 모델이 건강한지 등에 대해 물어봤다. 질문을 10개 정도 준비해 갔음에도 생각보다 빨리 끝나고 면접 분위기는 좋았지만 대표님의 표정으로 결과를 알 수 없어서 탈락했을까 봐 조바조바하며 결과를 기다렸다. (지금도 이때 느꼈던 간절함처럼 지원자분들의 마음에 공감하며 이직을 도와드리려 하고 있다)


3일 정도 지났을 때, 문자가 한 통 왔고 헤드라인이 "축하합니다"를 확인하고 '아악!' 바로 소리를 지르고 남편과 가족에게 전화를 걸어 소식을 알렸다. 당시에는 알 수 없었지만 입사를 하고 나서 역면접을 되게 잘 본 편에 속했음을 깨닫고 신기하기도 하고 그만큼 열려있는 회사라는 점에 있어서 너무 좋았다. 더불어 지원자격에는 꼭 인사 관련 경력이 없어도 한 분야에서 일을 한 경험이 있어도 지원을 할 수 있어서 당차게 지원했지만 실제로 입사하고 나니 백그라운드가 거의 모두 인사 쪽이었고 나 홀로 마케터였던 점에서 나의 특이한 경력을 믿고 베팅해 준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와 대표님, 그리고 그 결정을 내린 결정권자분에게 감사드린다. 그렇게 난 내가 해보고 싶고 나의 색깔에 맞는 직업을 처음으로 손에 얻었고 이제 헤엄치며 정말로 내가 행복한 직업인지 체험할 일만 남았다. 그때의 설렘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내가 원하던 일을 나를 믿고 스스로 지지해 주고 달려와 성취해서 그런지 자존감도 하늘 위로 치솟아 구름 위에 두둥실 떠다니던 그 기분을 잊을 수 없다.

이전 01화 안녕하세요, 헤드헌터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