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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ocation Oct 17. 2024

죄송합니다. 줘도 안 받아요

고객사와 헤드헌터사가 바라보는 채용 관점의 차이

우여곡절 끝 드디어 헤드헌터로 입사했다. 첫 주 동안 기본적으로 인재를 서칭 하는 방법과 포지션을 제안하고 이메일 작성법 등 기본 교육을 탄탄하게 받았다. 덕분에 백지상태였던 내가 교육을 수료할 때는 나름 양손 가득 크레파스를 쥔 상태로 얼른 실무에 투입되고 싶어 간질간질했다.


실제로 헤드헌팅 업무를 하며 초기 3개월에 가장 많은 희로애락을 느끼고 이 직업에 대해 진하게 배울 수 있던 시기라 생각한다. 유선 너머로 정말 많고 다양한 사람을 만나며 삶과 인생에 대해 배우고 느낄 수도 있다. 이름만 들으면 그 누구나 가고 싶어 하는 회사의 최종면접을 앞두고 있으나 곧 약혼 예정인 배우자분이 합격 예정 회사를 좋아하지 않아 최종면접을 포기한 지원자. 창업을 했으나 매출이 많이 나오지 않고 그 과정 중 배우자분의 건강이 좋아지지 않아 다시 구직자로 이직을 준비하시는 지원자 분 등 삶에 있어서 다양한 스토리를 가진 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 덕분에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넓어진 시기였다.


이 일을 잘하기 위해 깨달은 점이 많지만 그중 한 가지를 공유하고 싶다. (뒤의 2개의 챕터에서는 기억에 남는 2명의 지원자분들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담았다) 이는 바로 헤드헌터는 채용을 하는 회사의 눈높이와 눈을 맞춰야 한다는 점이다.


초기에 한 스타트업에서 CFO를 추천해 달라는 의뢰가 왔고 어느 정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분들을 추천하였으나 계속 서류 통과가 되지 않아 이유를 물으니 출신 학교를 중요하게 본다는 내용을 공유해 줬다. 사실 그럴 수는 있다. 각 회사별로 상황과 내부 분위기에 따라 요구하는 내용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다. 그래서 이에 부응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S대 명문대학 출신, 국내 최초 조기졸업, 유명 기업 현직 CFO분을 후보자로 추천을 해서 결국 서류에 통과했고 면접까지 가게 되었다.(지금 생각해도 이러한 분은 전국에 3명도 안 될 거다) 나름 뿌듯하기도 해서 좋은 결과를 기다렸다. 면접이 끝나고 나서 지원자분께 전화를 드리니 오히려 지원자분께서 이 회사는 연봉을 떠나 자신과 같은 스펙 정도의 사람을 데려올 단계가 아님을 이야기해 주었다.


결국 결과는 합격이 아니었지만, 이 인재추천 과정에서 배운 점이 있었다는 점에서 아쉽지 않았다. 이를 통해 스타트업 회사의 한계 내지는 채용사 또한 우물 안 개구리가 되어 자칫 기대치가 높아져 바깥세상의 현실적인 부분을 받아들이지 못할 수도 있음을 깨닫는 값진 과정이자 경험이었다. 더불어 어느 정도 실력이 되면 회사에서 요구하는 사항이 터무니가 없거나 눈을 낮출 필요가 있어 보이면 조금은 더 당당하게 이야기해 줄 수 있는 경우의 수도 많아지는 거 같다.


다른 예로 국내유명게임회사의 투자 쪽 리드급 채용건을 의뢰받아 진행했던 때가 기억난다.  채용건은 내가 입사하기 전부터 열려있던 채용건으로 거의 1년 정도 구하지 못한 채용건이었다. 이에 여러 명을 추천하여 처음은 1차 면접까지 가서 탈락 했고 다음번 추천을 할 때는 감사하게 최종면접까지 갈 수 있었다. 문제는 최종합격을 해도 지원한 분의 연봉을 품기에는 이 회사의 오퍼 가능한 수준과 지원자분의 현재 재직한 회사에서의 연봉과 많이 차이가 났다. 이처럼 회사는 데려오고 싶어도 너무 뛰어난 인재인 경우에는 못 잡는 경우도 많다. 쉽게 생각하면 그냥 무리해서라도 데려오면 안 되는지 생각할 수 있겠지만 한 명을 채용하는 데에 있어서 생각보다 많은 의사결정자와 해당 회사에 다니고 있는 사람 등 복잡한 관계 등 보이지 않은 얽혀있는 실타래가 많아 쉽지 않다.


위의 약식 사례를 통해 헤드헌팅을 바라보면 어쩌면 소개팅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전해주고 싶다. 혹은 판매자와 구매자 관계로 표현할 수도 있겠다. 예를 들어 보석상에 다이아몬드를 들고 갔다고 생각해 보자. 다이아몬드는 가격이 비싸고 희귀한 보석으로 누구든 원하고 그 귀함을 알 것이다. 그런데 만약 내가 방문한 보석상은 진주라는 보석만을 사고파는 보석상이라면 어떨까. 이 보석상도 다이아몬드가 귀하고 비싸고 매력적인 보석임을 알지만 진주라는 보석만을 취급하고 거래하기에 다이아몬드를 구매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처럼 고객사와 헤드헌팅사의 관계와도 이와 비슷하다. 내 아무리 다이아를 많이 가졌다 해도 채용사가 진주 정도의 보석을 원하고 있다면 우리는 다이아가 아닌 진주 여러 개를 보여줘야 한다. 헤드헌팅 업무를 하며 좋은 점은 늘 내 생각이 맞는가를 생각하고 복기할 수 있다는 점이 아닐까.


때론 내가 가지고 있는 다이아가 너무 빛나 이를 알아주지 못하는 회사가 밉고 원망도 되겠지만, 결국 과정과 고객의 니즈를 다시 파악해 보면 내가 틀린 경우가 다반사였다. 헤드헌터는 이 팩트를 받아들이는 만큼 성장한다. 지금 생긴 상처가 많이 쓰리고 아프겠지만, 상처 위 곧 생길 갈색 노련미의 딱지는 우리를 더 좋은 곳으로 인도하고 덜 아프게 넘어지고 빠르게 일어서는 방법을 알려주리라 굳게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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