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헤드헌터입니다
드디어 찾은 내가 좋아하는 일
5년간 마케터 일을 하다 올해 초에 헤드헌터가 되었다. 20대를 돌아보면 내 꿈은 되게 많고 복잡했던 거 같다. 정말 욕심 많게 국내외를 돌아다니며 활동했던 나에게 물었다. "너는 무엇을 위해 그렇게 열심히 사니?" 29살이 되어서야 깨달았다. 무의식적으로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 혹은 일을 찾고 싶었고 이에 목말랐던 늑대와도 같았다. 내년이면 서른. 20대와 작별해야 하는 생각에 시간이 생각보다 빠르게 가서 서운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나에게 맞는 옷을 드디어 찾은 것 같아 설레기도 한다. 30대가 된 나에게 20대를 보내고 있는 친구들이 한 가지 조언을 해달라고 하면 나는 일절 망설임 없이 좋아하는 것을 찾으라고 말할 것이다. 더 자세히는 좋아하는 일, 직업을 찾았으면 좋겠다.
5년 전으로 돌아가보면 24살,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도 모른 채 Hot해 보이며 당시에 떠오르던 직업인 마케터를 선택해서 일을 시작했다. 생각보다 성과도 잘 내고 나를 찾아주는 곳도 많아서 나름 대충 골랐던 직업치고는 20대의 반을 덕분에 잘 보낼 수 있었다. 사실 돌아보면 마케터로서 일을 하며 재밌던 적과 의미가 있던 적도 많았지만 늘 성과를 내야 하는 직업적 특성과 나름 창작의 고통에 이 직무를 평생 하라고 누군가 시킨다면 싫다고 소리치며 땡깡을 부렸을 거다. 내심 내 마음속 깊숙한 곳에서 내 생계를 책임져주고 있는 이 직업을 당장 끊어낼 수 없지만 조금 더 나에게 맞는 직업을 찾아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거 같다.
29살 4월, 처음으로 아무 일도 안 하면서 내 성격과 성향, 내가 하고 싶고 동시에 재미를 느낄 것 같은 일을 본격적으로 찾기 시작했다. 이 모든 요소들을 충족시키기에도 어려운데 심지어 이에 더해 나이, 위치 등의 한계를 넘나들 수 있는 평생 일을 할 수 있는 특성을 가진 직업을 찾고 싶었다. 왜냐고 묻는다면, 남편이 군인이기에 언제 어디로 튈지 모르기 때문이다. 장거리 부부를 해도 된다고 주변에서 조언을 하기도 하고 그런 부부들도 많지만, 나는 싫었다. 떨어져 있으려면 결혼을 안 했을 거다. 무튼 내가 나이가 들고 어디에서든 돈을 벌 수 있을 거라는 나름 나 자신에 대한 확신와 자신이 있었던 거 같기도 하다. 삶이 나에게 레몬을 준다면 쓰다는 불평 대신 맛있는 레몬에이드를 만들 거다.
하얀 백지에 필터링 없이 평소 관심 있던 직업 또는 해보고 싶었던 일들을 거침없이 과감하게 다 적어내려 갔다. 생각보다 다양했다. 결혼을 성사시켜 주는 커플매니저, 사람의 마음을 치유해 주는 심리상담가, 임상심리사, 직업상담가, 헤드헌터 등. 그다음 여러 기준을 갖고 따져보기 시작했다. 우선 직업을 선택 했을 때 주변 사람에게 어떻게 보여지는도 중요했다. 연봉 그리고 내가 나이가 들고 언제 어디서든 전국에서 쉽게 일을 구할 수 있는 직업이고 내가 애착이 오랫동안 갈 수 있는 매력적인 직업이었으면 좋겠다 생각했다.
직업에 귀천의식은 없지만 지금까지 내가 쌓아온 경험이 없어도 되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부분에 대해 나와 주변 가족들의 의견은 결국 만장일치로 아쉽다는 의견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커플매니저 업무는 제외되었다. 사실 재미는 있을 거 같았지만, 합격한 일명 결정사(결혼정보회사) 직원의 평균 나이는 내 나이를 훌쩍 뛰어 넘었고 차마 결정사의 문을 열고 출근하는 내 모습을 떠올렸을 때 마음속에서 왠지 모르게 부끄러움이 있었다. 이 직업에 대한 부끄러움보다는 아마 내 스스로에게 지금 이 직업을 선택하게끔 하는 게 가장 빠르게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최선일까에 대한 의문이 나의 결정을 말린 거 같다.
그다음으로 상담사. 사실 이 직무는 마케팅 일을 하면서 사람의 심리에 관심을 갖게 되다 보니 언젠가 심리학 부분을 공부하고 싶었던 평소의 관심사 사람과 사람을 도와주는 것을 좋아하는 나에게 안성맞춤인 직업이라고 오랫동안 생각했던 직업이다. 다만 학부를 심리학을 전공하지 않았기에 상담사가 되는 길을 대학원을 가는 길뿐이었다. 즉, 지금 당장 시작할 수 없는 부분에 있어서 너무 매력적인 직업이지만 아쉽게 잠시 보류하기로 했다. 지금 당장 상담사가 되고 싶냐고 하면 실은 아직은 아니었다.
마지막으로 내가 20대 동안 늘 고민해 온 직업에 대해 상담을 해주는 직업상담가 혹은 헤드헌터라는 직무가 마지막 선택지로 남아있었다. 평소에 정보 조사하는 일을 귀찮아하지만 내 인생이 달린 직업 선택이기에 실수하고 싶지 않고 나에게 꼭 맞는 일을 신중하게 선택하고 싶어 이 2개 직업에 대해 각종 정보를 찾아봤다. 추후에 심리 혹은 임상 심리사가 되기 전에 직업에 대해 추천도 하고 많은 분량은 아니지만 상담도 해줄 수 있는 면에서 헤드헌터보다는 직업상담가를 더 먼저 경험해보고 싶었다. 다만 아쉽게도 직업상담가는 자격증을 취득해야만 일을 할 수 있으며 이 자격증을 취득하는 데까지는 최소 6개월이 걸린다는 단점이 있었다. 이에 당장 경험을 하고 싶었던 나에게는 헤드헌터라는 선택지를 선택하게 되었다. 생각해 보면 헤드헌터를 하며 직업을 소개하는 업무가 재밌다면 헤드헌터보다는 연봉이 낮지만 직업상담가를 해보며 직업 추천과 상담을 동시에 해보고 나중에 심리대학원을 가는 과정도 나쁘지 않아 보이는 직무여행일 거 같아 만족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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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대로 나의 20대가 가기 전, 나에게 내가 좋아하는 직업을 선물로 주었고 그렇게 헤드헌터로의 새로운 직무여행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