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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yaMya Apr 17. 2021

갖고 싶지 않고 싶다.

거래 은행과 연계된 보험회사에서 전화가 왔다.

보험 영업을 하려는 눈치였고, 나는 보험이 필요하지 않았지만, 다들 힘든 요즘 같은 때 전화를 딱 잘라 끊어 버릴 것 까지는 없다는 생각에 이런저런 보험 설명을 시작한 영업 사원의 말을 막지 않았다.

간단한 설명을 마치고 나에게 보험이 필요한지 물었다.

"보험들만 한 게 없네요."

"부동산이 있으신가요?"

"아니요, 없습니다."

"그럼 자동차는요?"

"자동차도 없네요."

"고가의 가구 혹은 의류 등 소유물도 보험을 들어두면 여러 가지로 유리합니다."

"저는 보험으로 지킬 만한 것을 소유하지 않았네요."

"......"

"......"

"I'am sorry."

전화를 끊고 한참 웃었다.

I'am sorry 라니. 아무것도 없는 내 상황이 상담원에게까지 유감스러운 마음을 불러일으킨 것일까?


나는 무소유 주의자가 아니다. 무소유를 의식적으로 지향하지 않는다. 무소유라는 불교의 정신에 대해 아는 것도 없다.

소유하지 못했을 뿐이다. 

소유욕이라는 것이 나에게 없을 리가 없다. 아무것이든 다 가져보고 싶고, 경험해 보고 싶고, 먹어보고 싶다. 하지만 나에게 허락된 것은 그렇게 많지 않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며 살아내는 중이다. 

대체로 소유쯤이야 아무렇지도 않게 살고 있지만, 때로 불안에 사로 잡히기도 한다.

소유하지 못한 내일에 대한 불안. 

소유하지 못한 오늘이 불행하지 않은데도 왜 소유하지 못한 내일을 떠올리면 늘 공포가 엄습하는 걸까?

그런 때로가 찾아오면 나는 어떻게 하면 소유가 가능할지 고심한다. 결국 소유로 가는 1,2,3,4.... 의  모든 방법이 나에게는 닫힌 문이라는,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을 다시 알고 나서야 기진해서 고심을 멈춘다.

더 나이가 들면,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을 더 알기에 아주 지치면, 갖고 싶지 않은 마음이 생길까?

갖고 싶지 않은 마음을 갖고 싶다. 

갖고 싶지 않고, 편해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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