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상추를 심어서 먹으려고 했다. 싱싱한 상추를 매일 뜯어먹는 상상을 하며 야채모종 주인께 상추 심는 방법과 관리하는 법을 배우고 플라스틱 틀 안에 흙을 채우고 모종을 조심스레 꺼내 심었다. 그런데 매일 물을 주고 햇빛을 보여줘도 좀처럼 상추는 자라지 않았다. 어느 날 모종가게를 지나가다 주인께 여쭤봤더니 뿌리를 깊게 내리고 있는 중이라 그럴 수 있다고 했다.
'뿌리를 깊게 내리는 중이라' 그래 그렇구나! 뿌리가 중요하지.... 나는 또 열심히 상추를 가꿨다. 하지만 상추는 좀처럼 자라지 않고 시들어버리더니 곧 말라죽고 말았다.
그리고 그 자리엔 이름 모를 꽃이 피고 있었다. 나는 물끄러미 그 꽃을 바라보았다.
내가 바라는 건 이게 아니었는데, '넌 누구니?'
꽃은 아무 대답 없이 조용히 바람에 흩날릴 뿐이었다.
삶을 살면서 내가 바라는 대로 되던 때가 얼마나 있을까? 늘 예상치 않은 결과에 당황하곤 한다. 하지만 지나고 보면 꼭 그것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상추가 싱싱하게 자라는 모습은 보지 못했지만 무엇을 키운다는 것은 많은 애정과 관심, 또 때로는 그것이 있더라도 내 뜻대로 되는 것이 아님을 알게 된다.
상추는 없지만 빈 화분에 예쁜 꽃을 보게 되었다.
내가 바라는 것이 아닌 다른 상황들, 이것이 삶을 사는 여정 가운데 있는 것임을 오늘도 깨닫는다.
나는 자리에 앉아 한참을 꽃을 바라보다 미소를 지으며 일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