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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힘찬 Aug 21. 2017

이기는 자존감을 만드는 트라우마, 상처 극복 방법

#03 대한민국 청년 성공스토리

                   출처 : mbc 무한 가요제에서 유재석 말하는대로                                                      


“나 스무 살 적에 하루를 견디고 불안한 잠자리에 누울 때면 내일 뭐하지, 내일 뭐하지, 걱정을 했지. 두 눈을 감아도 통 잠은 안 오고 가슴은 아프도록 답답할 때 난 왜 안 되지, 왜 난 안 되지, 되뇌었지. (중략) 마음먹은 대로 생각한 대로 말하는 대로 될 수 있단 걸 알지 못했지. 그땐 몰랐지. 이젠 올 수도 없고 갈 수도 없는, 힘들었던 나의 시절 나의 20대 멈추지 말고 쓰러지지 말고 앞만 보고 달려 너의 길을 가. 주변에서 하는 수많은 이야기 그러나 정말 들어야 하는 건 내 마음 속 작은 이야기, 지금 바로 내 마음속에서 말하는 대로.”


2011년, 내 나이 17살 때 처음 들었던 <말하는 대로>라는 노래의 가사 중 일부다. 감성적인 탓인지, 아니면 너무 공감되어서인지는 몰라도 듣는 이내 눈물이 흘렀다. 우리는 가끔 성공한 사람들을 보면서 부럽다고 생각하면서도 ‘나는 저렇게 할 수 없을 거야’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나 역시 똑같이 겉보기에 화려한 사람들, 성공한 사람들을 마냥 부러워만 했다. 그러나 유재석 씨를 보면서 겸손함, 성실함 그리고 흐트러짐 없는 한결같은 마인드가 인생에서 얼마나 중요한 태도인지 배웠다. 그리고 그것이 만들어지기까지는 분명히 그도 10대, 20대 시절에 수많은 어려움을 겪었다는 것을 음악을 통해 알게 되었다.


대표적으로 그의 자기 확신과 다짐을 볼 수 있었던 방송은 한 연예정보 프로그램에서였다. ‘국민’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스타들의 과거 모습이 소개되었는데, 유재석 씨가 데뷔 9년 차에 찍은 셀프 카메라 영상이 공개됐다. 영상 속의 그는 속옷 차림으로 웃음을 안겨주기도 했지만 다음과 같이 말을 하고 있었다.


"저는 주변에서 아는 사람들이 스타가 되고, 또 하루아침에 몰락하는 것을 너무나도 많이 봐왔습니다. 그래서 제가 한 가지 느낀 점은, 뜨고 나서 변했다는 사람들을 제 주변에서 많이 봤는데, 저는 정말 그런 사람이 안 되리라고 다짐을 했고,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항상 겸손하고, 항상 이 모습 그대로 노력하고, 항상 솔직하고, 항상 성실하게 그런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삶을 진지하게 바라볼 줄 아는, 그래서 진정한 웃음을 만들 수 있는 그런 개그맨이 되겠습니다. 사랑합니다.”


이 영상을 보면서 나는 생각했다. 우리는 아직 인생의 무명시절을 겪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고 말이다. 인생의 전성기는 누구에게나 온다. 지금은 삶의 흐름을 잘 이끌어 나가는 것이 관건이다. 그러니 정말 잘되는데 있어서 로또 같은 한 방의 기회는 없다. 설령 기적처럼 기회를 잡았다 하더라도 그동안 쌓아놓은 탑이 없다면 스스로의 모래성 같은 감정들에 취해 무너질 것이다.          


아픔이 없는 삶은 없다. 어려움이 없는 인생도, 눈물이 없는 인생도 없다. 그저 차이가 있다면 그 아픔을 털고 다시 일어나 나아가느냐, 지난 과거의 ‘상처’라는 녀석한테서 벗어나지 못한 채 멈추어 있느냐에 있다. 나는 분명히 과거에 차별 당했던 것을 이겨냈고, 가난도 어려움도 이겨냈다.


그리고 꼴통학교라 불리는 곳에서 환경의 영향을 받지 않고, 지방대이지만 그중에서 가장 경쟁률이 센 학과에 붙었다. 그곳에서 새로운 목표를 발견해 ‘책 출간’이라는 실질적인 결과물까지 만들어냈다. 그러나 쉴 틈 없이 달려왔음에도 불구하고, 내 마음속에 아직 해결되지 않은 앙금이 남아있다는 사실을 22살에 알았다.



본래 가까워야 하는 존재지만 멀고도 먼 존재가 되어 버린 아버지. 부모님의 이혼 후 쭉 아버지가 없이 산 내 삶은 마치 한쪽 가슴이 뻥 뚫린 것과 같았다. 어릴 적 양손에 부모님의 손을 꼭 잡고 걸어보는 일 따위는 내게 사치였다. 일본에 살면서 친구네 집에 자주 놀러가곤 했는데 가는 집마다 친구의 아버지는 나를 자식처럼 잘 대해주었다.


나는 상대가 진심으로 대하는지 거짓으로 대하는지 말투, 눈빛, 행동으로 알 수 있었고, 사람의 감정에 민감했던 나는 직감적으로도 느낄 수 있었다. 우리도 그렇지 않은가. 상대방이 내게 진심을 다하고 있는지, 아닌지를 말이다.


서로의 감정을 교감하다 보면 느낄 수 있다. 친구들이 따뜻한 마음을 가진 데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부모의 사랑과 관심을 가득 받고 자라서였다. 나는 울기나 많이 울었지, 누군가를 진심으로 생각해주거나 힘을 줘야 한다는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다. 부모로부터 교육을 받아보지 못한 탓, 사랑을 받지 못한 탓이라며 늘 남 탓만 일삼았다. 그리고 이 고통을 참아내고 성장해야만 행복해질 수 있다고 믿었다. 이 고통은 내가 만들어낸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겨내면 어떤 보상이 내려질 거라고 기대하며 살았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부족한 부분들을 크게 생각하고 이를 보완해야 한다고 배웠다. 예를 들어, 부족한 과목의 성적을 올리기 위해 과외를 받는다든지 살만 빼면 모든 것이 완벽하다는 생각에 무리한 다이어트를 감행하는 것처럼 말이다.


경쟁사회에서 우위에 서기 위해서 ‘비판’은 필수요소라는 말도 들었다. 나도 ‘자신에 대한 비판은 곧 자아성찰’임을 굳게 믿으며 살아왔다. 『해피니스 트랙』의 저자 에마 세팔라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우리는 고통을 참아내야 행복해지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자기비판이 아닌 자기연민(Self-compassion)을 가져야 합니다. 자기연민이란 힘든 일을 겪은 친구에게 진심 어린 격려의 말을 전하는 것처럼 스스로에게 ‘괜찮아, 다음엔 더 잘하면 돼’라고 말할 줄 아는 겁니다. ‘넌 아직 한참 부족해’처럼 스스로를 좌절시키는 말이 아닙니다.”


실제로 한 실험에서 그는 사람들이 어떤 일에 실패하는 순간 ‘자기연민’을 실천하자 그들의 몸에서 기분 좋은 느낌을 선물하는 옥시토신 호르몬이 분출되었으며, 그렇지 않았던 사람들에 비해 결과적으로 12%나 더 높은 성과가 나타났다는 결과를 보여주었다. ‘자기연민’만으로도 행복과 성장 모두를 잡을 수 있다는 걸 증명한 셈이다. 그리고 나 역시 이를 실제로 경험했다.      


한참 멘티들을 가르치며 책을 집필하고 있을 때였다. 쉴 틈 없이 달려오다가 어느 날 친구들과 함께 놀이공원에 놀러갔다. 평일에다 사람도 별로 없었기에 놀이기구를 마음껏 탈 수 있었다. 친구들과 사진도 찍고 추억을 남기며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잠시 쉬는 시간에 어머니로부터 문자가 왔다.


얘야, 놀라지 말고, 보아라.


문자와 함께 온 사진을 확인하니 한자로 빼곡히 뭔가가 쓰여 있었다.


하나씩 해석해보니 바로 아버지의 사망 소식이었다. 서류에는 아버지 성함이 적혀 있었고 더욱 충격적이었던 것은 돌아가신 지 이미 4년이나 지났다는 사실이었다. 2012년, 내가 18살 때 아버지는 이미 세상을 떠나셨는데 나는 22살이 되어서야 처음 그 소식을 접한 것이다.


주변에는 즐거움의 음악들이 흘러나왔지만, 나는 그 자리에서 통곡할 수밖에 없었다.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 남들은 흔히 부르는 아버지라는 이름을 한 번도 불러드리지 못했는데, 이혼은 하셨어도 내 아버지이기에 나중에 꼭 잘되어서 찾아가려고 마음의 준비까지 해놓았는데 작별 인사를 이런 식으로 통보받으니 억울하고 죄송스러웠다.



한참을 울고 난 후에 근처 벤치에 앉으니 작은 인형 하나가 놓여 있었다. 누가 놓고 간 것인지 새것이었다. 꼭 하늘이 나를 위로해주기 위해 놓아둔 선물 같았다. 그 인형을 꼭 안고 그동안의 삶을 되돌아보면서 고백했다.


‘아버지의 등을 못 보고 자랐지만, 하늘은 나를 버리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이제 앞으로는 제 뒷모습을 보며 따라오는 이들이 많이 생길 것입니다. 한 점 부끄러움이 없는 사람이 되길, 본받을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여태까지 그래왔던 것보다 더욱 노력할 것이고, 앞으로 나아갈 것입니다. 그것이 제가 앞으로 할 수 있는 일이니까요.’


이 일을 계기로 나는 과거의 상처는 절대 씻을 수 없는 것이 아님을 깨닫게 되었다. 무의식속을 지배했던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 그의 빈자리는 슬픔으로 끝난 것이 아니라 새로운 다짐이 되었다. 오히려 나는 더 강해졌고, 이와 같은 스토리는 반드시 나의 무기가 될 수 있음을 굳건히 믿게 되었다.


“결국에는 모든 것과 작별해야 할 시간이 온다. 찬란했던 꽃들도 어쩔 수 없이 지는 순간이 있고 먹구름 낀 하늘도 언젠가는 맑은 하늘이 되는 것처럼. 하지만 시들 것을 걱정해 꽃 하나 키우지 못하는 것. 이별을 먼저 생각하고 깊어지기를 두려워하는 것. 결과를 생각하고 과정을 두려워하는 짓은 하지 않아야한다. 가끔은 작별이 너무 두려울 정도로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니까.”


『무너지지만 말아』라는 책을 쓴 조성용 작가의 말이다. 불행과 행복의 관점은 한 끗 차이다. 나는 아버지를 사랑했었다. 동경하고 그리워했다. 하지만 이 마음이 내가 전진하는 데 있어서 장애물이 되면 안 될 것이다.


스스로의 감정에 나약해질 때 한없이 무너지기 때문이다. 어릴 때는 가끔 아버지 생각이 나서 울적할 때가 있었지만 이젠 그렇지 않다. 오히려 내 마음속에서 보내드렸다. 앞으로 내 곁에 있을 사람들, 그리고 나를 보면서 배우고 따라올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나는 중심을 잡고 묵묵히 갈 길을 가야 함을 가슴 깊이 깨달았다. 그리고 내 이야기는 지극히 내 개인에게 해당되는 것이지만 먼 훗날에 다른 사람에게 힘을 줄 수 있는 이야기가 될 거라 생각한다.


『상처도 스펙이다』의 최해숙 작가는 말했다. “힘든 순간에는 보이지 않는 것들이 있다. 그때는 그 힘든 순간이 언제 끝날까 하는 두려움이 크기 때문에 아무것도 들리지도 보이지도 않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내가 왜 그때 그런 어려운 시간들을 겪어야 했는지를 비로소 알게 되는 때가 온다.”



나는 왜 내 삶에 이런저런 사건들이 일어났는지 이제야 알게 되었다. 그것은 위기가 아니라 기회였음을, 어쩌면 그동안 쌓아왔던 성실, 인내, 겸손함의 탑을 베이스에 두고 한 번에 역전할 수 있는 무기가 될 수 있음을 알았다. 아직도 지난 과거에 머무르고 아픔 속에 갇혀서 전진하지 못하고 있는가?


그럴 때일수록 자신의 이야기를 드러내고 그 상처와 슬픔으로부터 한 발짝 전진하라. 자신 있게 “이제부터 행복해질 거야!”라고 말하라. 두려워하지 말고, 믿고 쓰고 말하라. 그리고 많은 사람들에게 전하라. 당신의 진심이 담긴 스토리는 누군가에게는 행복의 촉진제가 되어주고, 당신의 마음속에 있는 이야기들은 반드시 성공의 나침반이 되어 줄 것이다.


https://www.instagram.com/ogata_mari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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