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강명 지음
너무나 얇은 두께의 단편소설집을 읽었다.
믿고 읽는 작가 장강명의 소설이기에 기대가 컸는데,
역시 기대에 부응하는 흥미로운 이야기. 그리고 좋은 소설이란, 소설의 두께와는 그다지
상관이 없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해준 그런 소설이였다.
이 소설에는 독일이 본사인 회사의 한국 지부가 소개되고
그 회사에 다니는 과장급의 팀장 은영의 시선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한국 지부의 사장님이 중간중간 등장하며,
비정규직 알바생 직원인 혜미씨를 두고 혜미를 자르고 싶어하는 사장과
혜미를 어떻게 다뤄야하는지 갈등하는 팀장 은영의 이야기가 메인이다.
이 책의 혜미를 보면서 나 역시 예전 회사의 누군가가 너무나 선명하게 떠올랐다.
주거지, 취미, 회사에서 주로 하는 일들 등 모든게 너무나 비슷했기 때문에.
사람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똑똑했던 그 분을 생각하면서,
이 소설을 읽고 난 그 뒷맛이 꽤나 씁쓸했다.
회사는, 사회는 어쩔수없이 빠르게 사람을 판단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그사람의 배경, 스펙 이런 것들이 보통은 50% 이상을 차지할 수 밖에 없다는게 현실이긴한데.
그 현실이 늘 가혹하고 차가운 한국 사회에서
이 소설의 혜미는 아파도 아무도 안 믿어주고 본인의 절박함에 법률을 찾아가며 권리를 주장해도,
모두가 약았다고 수군거린다.
나 역시 소설을 읽어가면서 혜미는 정말 아픈걸까 라는 생각이 들었었는데,
결말을 읽고 나서 소설 속 혜미에게 왠지 미안해졌다.
나 역시 이 소설의 사장님과 은영 팀장과 별다를게 없는 사람인거겠지.
참 어렵다. 이런 주제.
그리고 이런 주제를 간결하고 명확하게 그러면서도 현실감있게 그려낸
장강명 작가가 실로 대단해보인다.
그는 기자 출신이여서 그런지 늘 담백하면서도 정확하고 예리한 그런 느낌이 있다.
소설에서 인상적이였던 구절을 마지막으로 이 책의 리뷰를 마친다.
이 대사는 은영이 혜미에 대한 사장의 '자르기' 요구 때문에 고민하면서,
남편과 나눈 대화 중 남편의 말.
" 가난하고 머리 나빠 보이니까 착하고 약한 피해자 일거라고 생각하고 얕잡아봤던거지. 그런제 실제로는
그렇지 않거든. 걔도 알바를 열 몇 개나 했다며. 그 바닥에서 어떻게 싸우고 버텨야 하는지, 걔도 나름대로 경륜이 있고 요령이 있는 거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