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추리소설의 여왕이라 일컫는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들은 어린 시절, 어린이를 위한 추리소설 시리즈로
해문출판사에서 출판된 형태로 여럿 읽었었다.
ABC살인사건, 애크로이드 살인사건, 오리엔탈 특급 살인사건, 쥐덫 등.
그중 나의 최애는 쥐덫이었고, 어린이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당시 느꼈던 서스펜스와 긴장감과 범인이
밝혀질 때의 후련함 등은 또렷이 기억으로 남아있다.
작가의 대표작이라고 사람들이 꼽는 소설이 바로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였는데 이상하게도 난 이 책은
안 읽고 늘 작가를 떠올리면 '쥐덫'이 최고라는 생각만 했었는데.
어느 순간 갑자기 이 소설이 너무 궁금해졌고 그리하여 읽기 시작하여 이틀 만에 다 읽게 되었다.
왜 이 소설을 작가의 최고작이라고 사람들이 평가하는지 너무나 알겠고,
클래식한 추리소설의 그 특유의 분위기와 묘하게 사연을 가지고 등장하는 각기 다른 등장인물과
외부의 출입이 '배'를 이용하는 것 외에는 어려운 외딴섬이라는 것도 흥미로웠다.
지금이야 이 모든 게 클리셰로 여겨지지만 이 소설이 발표될 때만 해도
아니면 어쩌면 그 모든 클리셰는 애거서 크리스티 이후로 굳혀진 것일 수도 있으니까.
섬에 초대된 10명의 사람들, 그리고 한 명씩 죽어가고 4명쯤 남았을 때 누가 범인일까 생각하다가
불현듯 이 소설의 범인은 XX라고 예전에 누가 스포했던 게 기억이 나서 조금 김이 샜지만
어쨌든 괘종시계가 머리를 덮치고 청산가리를 탄 술을 마시는 등 고전 추리소설의 트릭들이
총출동하는 것도 그 또한 맘에 들었다.
마치 로봇까지 출현하는 요즘 시대에 마치 아날로그 타자기로 적힌 소설을 읽는 듯한
그런 재미라고 해야 하나. 오히려 그런 장치들이 차라리 신선하게 느껴지는.
소설의 재미를 끝까지 가져가면서도 추리의 트릭을 자꾸 생각하게 하는,
각 인물들 간 서로 의심하게 하고 독자로 하여금 계속 궁금증을 이어나가게 하는
과연 애거서 크리스티의 대표작이라 할만한 멋진 소설이었다.
결말을 얘기하면 너무 재미없어지니까 스포를 하진 않겠지만,
추리라는 장르를 좋아한다면
이 '원류'같은 오래전 소설을 꼭 읽어보았으면 한다.
그리고 작가가 정교하게 짜놓은 무대 안에서 길을 잃고 헤매어보길.
꼭 헤매길 바란다. 이런 소설에서 바로 범인을 맞추면 재미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