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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생각이 아이를 만든다.

강점기반육아

부모님들께 아이들이 앞으로 어떤 능력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여쭤보면 많은 분들이 언급하는 단어가 있습니다. 바로 “회복탄력성”입니다. 회복탄력성이란 영어 resilience의 번역으로 크고 작은 다양한 역경과 시련에 대한 인식을 도약의 발판으로 삼을 수 있는 마음의 근력을 의미합니다. 


부모가 되어보면 압니다. 세상은 녹록지 않음을. 

그래서 아이를 낳아서 기르는 것이 기쁨이면서도, 앞으로 이 아이가 마주할 여러 어려움이 느껴져서 마음이 시리기도 합니다. 그 앞에 놓인 장애물을 다 치워주면 좋으련만, 그 장애물을 다 치울 수도, 미리 알 수도 없음을 알기에 아이가 그 역경들을 마주했을 때 단단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사소한 일에도 자주 무너지고 존재감이 흔들리는 내가 너무 힘들어서 우리 아이는 안 그랬으면, 몸의 근육만큼 마음의 근육도 단단하기를 바랐습니다. 


그런데 이런 회복탄력성을 어떻게 키워줄 수 있을까요? 

누구에게나 시련이 생기지만 시련을 바라보는 방식은 다릅니다. 사람은 자신만의 사고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봅니다. 우리는 스스로 인지를 하든 안 하든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세상에 대해 여러 믿음을 품고 있습니다. 스탠퍼드대학교 캐럴 드웩 Carol Dweck교수는 사고방식을 두 유형으로 정의했습니다. 


바로 성장형 사고방식과 고정형 사고방식인데요, 성장형 사고방식을 보이는 사람은 자신을 변화할 수 있는 사람으로 생각하는 반면, 고정형 사고방식을 보이는 사람은 개인의 특성이 고정적이고 변화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합니다. 이러한 두 사고방식은 근본적으로 다른 정신세계를 형성하며 한 사람이 인생을 살아가는데 지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것입니다.


딱 보기에도 성장형 사고방식이 좋아 보입니다. 우리 아이들은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자랐으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벌써 아이들이 노는 것을 보면 아이들도 다른 사고방식을 보이고 있습니다.

“난 둔해” “나는 여자라 수학을 못해” “나는 원래 운동을 못해”


가끔 아이의 말을 듣다 보면 깜짝깜짝 놀랍니다. 아이가 평소 내가 하던 말투를 그대로 흉내 내는 것을 볼 수가 있기 때문이지요. 아이가 태어나서 생존을 위해 제일 먼저 하는 행동은 부모의 모습을 따라 하는 것입니다. 모델링 modeling이라고 합니다. 행동뿐만 아니라 생각도 그렇습니다. 부모가 고정형 사고방식을 보인다면 아이 역시 그럴 가능성이 높습니다. 최근의 연구결과는 실패에 대해 보이는 부모의 사고방식에 따라 아이가 지능에 대해 고정형 사고방식을 지녔는지, 성장형 사고방식을 지녔는지에 영향을 준다고 합니다. 


아이가 자전거를 타다 넘어집니다. 잘 되지 않습니다. 어린아이들은 그럴 때 자신의 반응에 앞서 먼저 부모의 반응을 봅니다. 부모가 지나치게 좌절하거나 안된다는 반응을 보이면, 그렇게 모델링하는 것이죠. 실패에 대한 반응을 통해 “나는 둔하니까 자전거를 못 타는구나.” 이렇게 말입니다. 


10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성장형 사고방식을 지닌 10대는 고정형 사고방식을 지닌 10대에 비해 강점에 초점을 맞춘 부모의 말을 더 잘 받아들이고, 자신의 강점을 더 잘 활용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고정형 사고방식을 지닌 자녀는 부모가 강점에 대한 말을 해도 부모의 말소리를 마음속에서 무의식적으로 줄이기 때문에 메시지가 제대로 전달이 되지 않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강점기반 육아에서도 강점도 고정된 것이 아니라 노력으로 강화될 수 있음을 성장할 수 있음을 알게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최초의 여성 임원이자 지금은 코치로 활동하고 계시는 윤여순 님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좋은 육아는 부모가 가진 좋은 생각을 삶의 실천으로 보여주는 것”



이라고 말입니다. 아이가 회복탄력성을 가졌으면 좋겠다 생각하면 부모가 그런 생각을 갖고 보여주면 되는 것입니다. 부모가 고정되어 있으면서 아이에게 성장을 강요하는 것은 어불성설이 아닐까요?






아이와 함께 야구중계를 보고 있었습니다. 무심코 늘 하던 대로 “벌써 투아웃이네”라고 말을 했죠. 저를 물끄러미 보던 아이가 이렇게 말합니다. 


“엄마는 안 좋은 상황을 먼저 생각하네.” 


번쩍 정신이 들었습니다. 많이 좋아지고 있다고 생각했음에도 늘 해오던 사고방식으로 반사적으로 반응을 했던 거죠. 우리나라는 격변의 시대를 보냈습니다. 일제 강점기를 지나 전쟁, 전쟁 이후의 엄청난 성장, 그 사이에 일어난 사회의 변화와 불평등. 그 가운데서 아이를 키워야 했던 부모님들은 아마도 반사적으로 나쁜 상황을 먼저 생각해야 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저의 어머니도 그러셨습니다. 항상 마음의 긴장을 풀고 좋게 생각하면 나쁜 일에 뒤통수를 맞는다고 말입니다. 그래서 일이 잘 될 때도 항상 긴장, 불안해해야 오히려 별 일 없이 넘어간다고 늘 이야기하셨죠. 원래 태생적으로 예민했던 편인데 저런 부모님의 양육태도가 겹쳐지자 저는 오랜 세월 불안증과 우울증에 시달렸습니다. 아이를 낳자 이런 불안증은 더 극대화되었습니다. 오랜 시간 심리상담을 받았고 코칭을 배우고 익혀 지속적으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불안증은 나의 대에서 끊겠다고 말입니다.


긍정심리학의 대가 마틴 셀리그만 박사는 우리가 어린 시절에 부모로부터 낙관성이나 비관성을 배운다고 말을 합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낙관성과 행복은 개선될 수 있는 습관이라고 말입니다. 정말로 행복해서 행복한 것이 아니라 자주 틈틈이 상황을 긍정적으로 보고 행복을 느끼는 사람들은 습관처럼 행복해진다고 말입니다.


저는 불안증이 높았지만 아주 잘 배운다는 강력한 강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타고나지 못하고 어릴 때 습득하지 못했다면 배우기로 했습니다. 그 행복과 긍정의 습관을 말입니다. 물론 쉽지는 않습니다. 종종 불안이 올라오고 부정적인 생각이 먼저 떠오릅니다. 그럼에도 이제는 그 불안에 마구 휘둘리지는 않습니다. 그 불안을 가족들에게 강요하지는 않습니다. 교육학자 켄 로빈슨경은 이렇게 말합니다.



 “잘못하거나 실수해도 괜찮다는 마음이 없다면 신선하고 독창적인 것을 만들어 낼 수는 없습니다.” 



제 삶에 실수나 역경이 종종 생기겠죠. 하지만 요즘은 그렇게 생각합니다. 아. 내 삶의 스토리텔링이 생기려고 이런 일들이 생기는구나. 하고요. 너무 술술 일이 잘 풀리면 나중에 할 말이 없잖아요.


아이는 “투아웃이지만 지금 강타자가 나왔고, 투수 공이 흔들리니까 우린 할 수 있어.”라고 말을 하네요. 그리고 오늘 경기가 지더라도 내일은 또 내일의 경기가 있다고 말입니다. 아이가 세상을 바라보는 렌즈에 불안함보다는 성장이 들어갈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저는 아직도 성장 중입니다. 부모가 성장하는 모습을 볼 때 아이는 더 잘 자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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