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모르는 무식한 사람들에게 고함
노는 거 맞아요.
몸을 쓰고(勞) 화를 내고(怒)
늙어가고(老) 이슬이 되는(露)
그래도 인생의 거쳐가는 길(路)
월요일 오전 시간. 혹자는 '좋은 아침!'을 외치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못하다. 직장인의 고질병이자 만성질환인 월요병은 사람들의 어깨를 짓누르는 듯했다. 축 처진 사무실에서 혼자 어깨를 들썩이며 콧노래를 부르는 사람이 하나 보이는데, 그건 바로 나다.
주말 내내 아이에게 시달리고 출근한 월요일. 사무실 커피머신에 캡슐을 집어넣고 커피 향을 맡으니 비로소 나로 존재하는 기분이 든다. 머그컵에 쪼르륵 떨어지는 에스프레소를 경건하게 지켜보고 있는데, 유자차를 타러 온 선배 하나가 말을 건다.
"주말에 잘 놀았어? 애 다 컸잖아"
놀.... 놀았냐고? 내 품격에 맞지 않는 상스럽고 음탕한 언어가 목구멍을 열어젖히려고 했다. "뭐시라? 놀았냐고? 이 ^*%$@야!!"라고 외치고 싶었지만 전두엽은 주변에 많은 상사와 후배가 있음을 상기시켰다. 숨을 꾹 참고 입을 막은 채 조용히 되뇌었다. 아무 말도 하지 말자. 제발. 플리스. 오네가이. 전두엽의 지배를 받은 손이 입을 꾹 막고 있지만 뜨거운 심장과 순수한 감성은 전두엽의 지시를 거슬렀다.
한마디가 튀어나가고 말았다. 이 놈의 입을 정말!! 선량하고 청렴한 내가 회사를 잘리는 일이 생긴다면 그건 딱 하나 때문이다. 바로 필터를 끼우는 일이 전혀 없는 내 입(이라 쓰고 주둥이라고 읽는다). 그 말을 들은 선배는 별 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허허, 그러네?"하고 자리로 돌아갔다.
자리에 앉아 날뛰는 심장을 가라 앉히는데, 이상하게 뿌듯하다. 방금 나의 드립이 꽤 만족스러웠다. 그래, 육아는 노는 게 맞아. 주말 일상을 상기해보면 애를 쫓아다니느라 몸을 쓰고(勞) 컨트롤 안 되는 상황에 화를 내고(怒) 거울을 보면 폭삭 늙은 아줌마가 보이고(老) 밤이 되면 이슬이 되어(露) 꿈나라로 곯아떨어지는... 육아는 '노'라는 모든 것이 응축된 심오한 세계인 것이다!
힘든 건 맞다. 힘들다고 툴툴대면서 핸드폰을 꺼내 주말에 핸드폰에 가득 담았던 내 새끼를 본다. 보면 안 보고 싶고 안 보면 보고 싶은 내 새끼에 대한 감정을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누군가 아이를 낳기 전으로 돌아가고 싶냐고 묻는다면 대답은 No. 다시 남편과 결혼하겠습니까?라고 묻는다면 당연히 YES. 남편을 사랑하는 것도 있지만 이 아이를 다시 만나야 하니까.
아이를 낳기 전 행복은 놓치면 날아가버릴 것 같은 것 같았다면, 아이를 낳은 후 느끼는 행복은 꽤 묵직하고 꽉 찬 느낌이다. 당장 체력적으로 힘들긴 하지만 언젠가 이 순간을 그리워할 것이라고 믿으며, 누구나 거쳐가는 하나의 길(路)로 여기며 오늘도 노는 육아 하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