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드니 Nov 21. 2022

면접관 일기 _ 1화. 상어 면접관

면접하러 다녀오세요.


1화. 상어, 면접관이 되다  

 



새벽 5시 30분. 설정한 알람보다 10분 먼저 눈이 떠졌다. 조금 더 자야겠다는 생각에 몸을 오른쪽으로 돌리니 새근새근 작은 숨소리가 들린다. 일주일 동안 엄마 없이 생활해야 하는 아이의 숨소리. 짠한 마음에 머리를 살짝 쓰다듬는데 아이가 뒤척인다. 괜히 깨웠다가 출근 못하게 붙잡을 것 같아 재빨리 몸을 왼쪽으로 돌렸다.     


두바퀴 정도 돌아 침대 끝에 웅크리는데 드렁드렁 숨소리가 들린다. 침대에서 자다가 더워서 바닥으로 내려간 남편이다. 남편은 꼭 같이 침대에서 잠들었다가 아침에는 꼭 찬바닥에 내려가 있다. 몸에 열이 나서 그렇다고 하는데 묘하게 서운하다. 그래도 서운함은 잠시, 짠한 마음이 몰려온다.

일주일간 독박육아... 괜찮겠니?      


처음 면접관으로 선발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땐 이미 면접관을 안가는 걸로 결론이 난 상태였다. 본부 기획부를 통해 나를 면접관을 보내달라는 제안이 왔었고, 부장님은 부서 상황이 상황인지라 메인PM인 나를 못 뺀다고 판단했었다. 경력공채는 끽해야 반나절 정도 시간을 빼면 되지만 신입사원 채용은 일주일 내내 실무참여 없이 면접만 참여해야하니까. 사실 면접관을 가는 건 경험적으로 좋은 일이지만, 지금처럼 중요한 거래처 협상을 앞둔 상황에서 빠지는 건 실무자인 나도 꽤 부담스러웠다. 그래서 그냥 의견을 내지않고 가만히 흘러가는 대로 할일을 묵묵히 하고 있었다.


그런데 인사쪽 임원이 우리 본부장에게 전화를 한 모양이다. 그쪽 인원을 채용하는 건데 해당부서 사람을 안 보내면 어떡하냐. 애초에 내가 가는 줄 알고 있었던 본부장이 부장에게 불호령을 내렸다. 사정 알겠는데, 보내! 본부장님 한마디에 옆에 있는 후배에게 재빨리 인수인계를 하고 급하게 면접관으로 오게됐다. 새벽 운전을 하고 와서 피곤한 통에 면접관 대기실로 들어갔는데, 이미 사전 면접관 교육으로 친해진 면접관들이 옹기종기 모여있었다. (나는 급하게 참여하느라 교육 참여도 못함)


낯선 얼굴들에 좀 당황하긴 했지만, 우리 회사가 몇천명의 직원이 근무하는 대기업이라는 걸 다시금 느꼈다. 그래도 이 회사에 10년 넘게 근무했는데 이렇게 모르는 사람이 많다니. 담소를 나누는 면접관들 사이로는 못 들어가고 문쪽에 앉은 인사부 후배와 잠시 이야기를 나누는데, 면접관 명단을 보고  깜짝 놀랐다. 김도겸(가명), 이승관(가명), 김석순(가명)... 헉! 주로 포상 명단에서 많이 봤던, 회사에서 내로라하는 에이스들이다. 안그래도 어색한데 출중한 선배들과 같은 공간에 있게 되어서 똥마려운 강아지처럼 더 우왕좌왕 하고 있었다. 그때 어디선가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리고 뒤를 도니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바로 입사동기! 가슴을 쓸어내리며 그의 옆에 앉았다.


나 “여기 유명인들이 많네. 저분 김도겸 과장님 맞지? 제조본부 전설이잖아.”

동기 “김석순 과장도 있어. 국세청이랑 일하면서 세금 몇십억 환급받은 분. 재무 쪽 레전드잖아.”

나 “근데... 나는 여기 왜 있는거지?”

동기 “너? 너 부른 이유는 명확하지.”

나 “뭔데?”

동기 “압박면접 하라고.”     


어이없는 웃음이 터졌지만 부정 할 순 없었다. 내가 우리 본부대표 면접관이란 소식이 퍼졌을 때 선후배들 반응은 하나였다. ‘지원자들 어떡하냐. 시드니 과장 상어처럼 물어뜯을텐데.’, ‘살살해. 애들 도망갈라.’ 평소 업무하는 성향상 논리가 부족하거나 대명사를 많이 사용하는 경우 근거와 구체적인 예시를 캐묻는 편이다. 말하는 태도는 부드러울 수 있지만 언어의 질 자체는 깊고 매서운 편이라 어려워 하는 사람들이 많은 건 사실. 하지만 그건 업무할 때고 신입사원을 채용하는 데 그들을 물어뜯을 이유는 없었다. 그저 자신의 생각이 있는지, 근거는 명확한지 확인만 하고 싶을 뿐.


주변 면접관들을 둘러보니 다들 인상이 포근하고 좋으셨다. 사실 우리회사 면접 후기를 보면 ‘전형을 진행하는 동안 다들 너무 잘해주셔서 이 회사에 꼭 들어가고싶다’는 후기가 많았다. 1차산업부터 4차산업 전반을 아우르는데다 풀 밸류체인을 가진 기업이다보니 탁월하고 대단한 사람들보다는 소통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팩트로 조지는 게 일상인 나같은 사람이 회사대표 면접관이 되는건 부담스러웠다. 게다가 경력채용은 해봤어도 신입채용은 처음이었다. 괜히 평소업무 하듯 깊게 캐물었다가 채용사이트에 악플(?)이 올라와서 회사 명성에 저해가 되진 않을지 걱정하고 있었는데.



내 모든 걱정이 기우라는 걸 깨달았다.

바로 눈 앞에 그가 있었기 때문.                


             


면접Tip.
면접관들도 끌려온 사람이다.
면접관도 회사를 대표한다는 생각에 긴장된다.




* 일주일동안 신입사원 공채채용에 참여했던 면접관 경험을 12화를 통해 연재예정입니다. 회사나 지원자에 대한 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일부 정보는 각색합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