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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드니 Nov 23. 2022

면접관 일기 _ 3화. 어머님이 누구니

도대체 어떻게 너를 키우셨니


면접관을 하면 각양각색의 지원자들 때문에 힘들 줄 알았다. 질문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 표정이 어색한 사람, 준비가 덜 된 사람들 등. 하지만 정작 면접기간 동안 나를 찌들게 하는 건 면접관들이었다. 회사에 맞는 인재상을 숙지하고 그들을 뽑아야하는데, 자신들의 기준에 맞춰서 아이들에게 잣대를 대는 면접관들에게 지쳐가는 시간이었다.

 

오히려 지원자들이 쓰린 마음을 달래줬다. 남산 둘레길을 감싸는 단풍처럼 다채롭고 높은 천정을 타고 내려오는 넝쿨처럼 안정적인 지원자들. 이 날을 위해 얼마나 치열하게 살아왔을지 지원자들의 말투, 손짓, 행동 하나하나에서 그들의 노력이 느껴졌다. 어디를 가든 사랑만 받아야 할 것 같은 아이들. 사랑스러우면서 가슴 한켠으론 안쓰럽기도 했다. 감히 내가 이들을 평가할 자격이 있는가? 하는 생각도 들어 잠깐 괴롭기도 했다.

 

면접 중에 나를 울컥하게 만든 지원자가 기억난다. 발표는 잘했지만 면접관과의 질의응답을 잘 답하지 못해서 아쉽게 점수를 깎은 지원자였다. 본인도 면접을 진행하면서 직감으로 안듯했다. 면접이 잘 진행되지 못했다는 걸. 질의응답을 마치고 곰과장이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해보라는, 공통질문을 던졌다. 잠시 안경을 매만지며 뜸들이던 지원자가 힙겹게 입을 열었다.

 

“사실, 열심히 해보려고 했는데 너무 떨려서 잘 말씀을 못드린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 남습니다. 부족한 발표였는데 면접관 분들께서 눈 마주쳐주시고 발표를 경청해주셔서 힘이 났습니다. 입사를 하게 된다면 오늘 부족했던 점을 보완해서 꼭 개선된 모습 보여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아마 면접에서 만난 지원자를 통틀어서 가장 감동을 준 지원자였다. 눈을 마주치고 경청해준 것만으로 감사하다고 표현하는 사람이라니. 살면서 저런 말을 단 한번이라도 해본 적이 있나 싶었다. 주변 면접관이 군주도 아니고 사실 입사하고 나서 보면 그렇게 높은 사람들도 아닌 실무자일 뿐인데, 그걸 모른다고 해도 저런 표현을 한다는 자체가 일단 신입사원으로써 태도가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량적인 점수는 잘 주진 못했지만 다음 면접관에게 코멘트를 달았다. “질의응답에서는 아쉽지만, 애티튜드가 좋음. 자사 신입으로 자질이 있는지 한번 더 봐주셨으면 좋겠음.” 블라인드 코드로 지원자가 분류되어있어서 저 지원자가 통과했는지는 알수가 없다. 다만 그 순간만큼은 감동을 받았고 점수에 영향을 미쳤다는 걸 말해두고 싶다.

 

물론 다들 꽃처럼 아름답기만 했던 건 아니었다. 어떤 지원자는 서류/필기를 통과해서 올라왔다는 걸 믿기 어려울 정도로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 발표를 하다가 혼자 (길게) 상념에 빠지거나 진지하게 듣는 면접관 앞에서 장난치듯 실실대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런 친구들은 모두 최하점을 줬다. 부모님 전화번호를 안다면 연락하고 싶은 그런 지원자들도 몇몇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은 가족과 사회가 정성들여 가꾼 열매 같았다. 만약 우리회사에 만나지 못하더라도 어디에서든 주변을 풍성하게 해줄 아이들.

 

떨어져서 상처받을 지원자들이 눈에 아른거리기도 하다. 나도 최종면접에서 떨어져서 한달 동안 식음을 전폐한 적이 있다. 하지만 돌아보면 입사전형이라는 것은 뛰어나거나 잘난 사람을 뽑는 게 아니라 회사의 인재상과 부합하는 사람을 찾는 게 목적이다. 만약 탈락하더라도 자신과 맞는 곳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이해하면 될 것 같다.

 


면접Tip. 들어서 기분 좋았던 말
“점심시간이라 시장하실 텐데 제 발표를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부족한 발표인데 눈 마주치고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면접 진행하시느라 고생이 많으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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