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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드니 Nov 25. 2022

면접관 일기 _ 5화. 진짜 학벌 안보나요?

잘난 사람 뽑는 게 아니고 같이 일할 사람을 뽑아야죠


요즘 대부분 회사에서는 블라인드 면접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서류전형부터 최종까지 평가자에게 학교를 공개하지 않는다. 사실 면접관으로 참여할 때 지원자들의 대학이 궁금하긴 했다. 나 때는 온갖 대학에서 다 우리회사를 지원했는데, 요즘은 스펙이 상향평준화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어서였다. 그 외 이유는 없었다.


그런데 막상 면접관을 하게 되니 학교에 대한 궁금증이 싹 사라졌다. 그저 주어진 미션을 충실하게 논리적으로 수행했는지만 보였다.  회사에서 제시한 정보를 가지고 짧은 시간에 해석을 하고, 약속된 시간에 맞춰서 발표를 수행하는 지 그것만 평가했다. 10분 남짓한 시간이었지만 그 사람의 인생이 어렴풋이 보였다.  SKY를 나왔던 지방대를 나왔던 중요치 않다. 이 사람이 내 옆자리에 앉아서 같이 프로젝트를 했을 때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그것만 봤다.


인사부에서 참고용으로 학과와 자소서를 제공해준다. 사실 그것만 봐도 대충 어느 대학을 나왔는지 추측할 수 있다. '글로벌경영학과'나 '국제세무학과', '소비자학과' 를 쓴 지원자가 있다면 바로 대학이 특정된다. 대략 추정이 된 상태로 지원자들의 발표를 들었는데, 결과적으로 점수에는 큰 영향을 미치진 못했다. 면접관의 경우 10-15년 정도 회사 생활을 한 사람들이 대부분인데, 학벌과 업무역량에 상관관계에 대해 크게 신뢰하지 않는 편이니까. 물론 비등비등한 사람이라면 최종면접에서 학벌이 더 좋은 사람을 채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상황은 잘 일어나지 않는다.


그리고 또 안보는 거. 대졸인지 대졸예인지. 5일동안 전혀 보지 않았다.  12명의 면접관 중에 봤다는 사람은 2명 정도? 일단 나는 인사부에서 제공한 정보 중에   그부분이 있는 지도 몰랐다. 평가표 보면서 발표점수 매기기 바빠서 세세하게 다 읽어보지 못했다. 면접문제, 평가표, 시간 등등 신경써야하는 요소가 많은데 진득하니 이력서를 읽어볼 정신이 없다.  나의 경우는 영어점수도 잘 안봤다. 다들 점수가 높아서 변별력도 없기도 했지만 토익 900이 넘어가면 특별하게 보이지 않았다. 차라리 600점 맞은 점수를 넣은 지원자가 눈에 갔다. 이 지원자는 남들이 영어공부 할 때 뭘 했을까? 오히려 이런 궁금증을 유발하는게 낫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채용과정은 탁월한 사람을 뽑는 게 아니다. 우리회사에서 일할 수 있는 사람을 뽑는 거다. 특히 면접관들 입장에서는  ‘나랑 일할 사람’을 찾는다. 잘난 사람들 왕창 뽑아놨더니 적응하지 못하고 나간 사람이 많다. 회사마다 인재상은 다르겠지만, 사람들이 모인 곳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성실한 자세로 주변 동료들과 소통하며 문제를 잘 해결하는 사람을 원하는 게 회사다. 애초에 회사라는 단어 자체가 모일 회, 모일 사 아닌가.


스스로 학벌이 조금 부족하다고 느끼더라도  전혀 쫄 필요 없다. 만약 학벌 때문에 본인이 떨어진다면, 그런 회사는 들어가서도 안 맞을 회사다. 면접하면서 만점을 준 여성지원자가 있었는데 지방캠퍼스를 나온 친구였다. 그 지원자의 학교를 마지막날 알게 됐는데 오히려 학교를 듣고 만점 주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본인 스스로 더 핸디캡이었을 텐데 그를 극복한 친구의 마음과 정신은 얼마나 단단할까. 그녀의 입사가 기다려진다. (물론 그녀가 다른 회사로 갈수도 있지만...)

 


 

Tip. 눈이 가는 지원자 : 발표와 문서를  도식화를 하는 사람

“발표를 시작하겠습니다. 제 발표는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뉩니다. 환경분석 / 전략 / 보완사항.”
면접관 입장에서 보기 편한 사람은 도식화를 하는 사람이다. 발언 할때 자신의 발표에 대한 개괄을 먼저 말해놓고, 순서에 따라 진행하는 사람. 확실히 안정감을 느끼고 발표를 집중해서 듣게 된다. 문서를 써야하는 상황이라면 도식화를 하자. 도식화는 공무원들이 쓰는 형태가 베스트다. 질병관리청이나 정부에서 발표하는 자료들을 참고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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