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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드니 Nov 25. 2022

면접관 일기 _ 4화. 면접관은 무슨 대화를 할까

방금까지 점심메뉴 이야기 했습니다만


회사마다 다르겠지만 내가 맡은 직무면접의 경우 1시간동안 5명의 지원자를 평가해야 했다. 중간 중간 시간을 더 길게 주고 싶은 지원자들도 있었지만 전체 인사전형 운영상 칼같이 지원자들을 내보내야했다. 그래서 사실 옆에 있는 면접관들과 대화할 시간이 없다. 10분 남짓 지원자들을 평가하고 2분 동안 재빨리 점수를 매기고 코멘트를 달아야했다.

 

그런데 종종 너무 탁월한 지원자가 있었을 때는 서로 소회를 공유하기도 했다. ‘방금 친구 대박이네요.’,‘그러게요.’ 자질이 안되거나 평범한 지원자들이 왔을 때는 침묵한 채 키보드만 두드렸다. 하지만 면접관도 사람인데 9시간동안 평가만 할 수 없을 터. 핸드폰도 뺏겼고 인터넷도 연결되지 않은 장소에 있다보니 머리가 아파왔다. 심지어 내가 있던 면접장은 창문도 없었다.

 

그럴 때 인사부에서 제공해준 아이스라떼를 마시며 주변 면접관과 간단한 대화를 나누곤 했다. 요즘 그 부서는 어떤지, 부장님은 잘 지내시는지, 점심 메뉴는 뭐가 나올지. 그러다가 갑자기 ‘똑똑똑’ 소리가 들리고 지원자가 들어온다. 지원자가 보기에 엄한 표정을 짓는 사람들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방금까지 점심 메뉴나 이야기 하던 사람이다. 무섭게 볼 필요도 없고 편하게 대하면 된다.

 

다만 너무 실실거리며 웃는 건 안된다. 일단 이 면접을 대하는 태도가 가벼워보인다. 좋은 인상을 주겠다고 관광 안내원처럼 시종일관 밝은 미소를 날리는 지원자를 보면 면접관 입장에서 지원자의 진정성을 의심할 수 있다. 실실 웃을 바에는 차라리 벌벌 떠는 게 지원자의 간절함과 진중함을 보여줄 수 있다. 게다가 밀폐된 공간에 갇혀서 계속 평가를 하는데 지원자가 허허실실 웃으니 묘하게 열 받았다.

 

몇몇 지원자 중에 튀어 보이겠다고 과제 외에 아이디어를 붙여서 발표하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대부분 감점했다. 가장 최악은 회사에 대한 스터디를 어설프게 한 나머지 회사가 철수준비 중이거나 골칫덩이로 여기는 사업을 언급했다. 대부분은 자신들이 개선해보겠다는 건데, 면접관 입장에서 지원자가 컨설팅 대표처럼 방향성을 제시하는 게 조금 건방지고 우스워 보일 수도 있다. 앞에 앉은 면접관들은 해당 직무에서 10년 이상 근무한 베테랑들이다. 우스워 보일 바에는 그냥 덜덜 떨면서 솔직한 모습을 보여주는 게 낫다.

 

 


면접Tip. 점수를 안좋게 준 지원자
1. 좋은 인상을 주겠다고 실실 웃지 마세요. 진중함이 없는 모습에 면접관들은 피곤해요.
2. 주어진 과제만 집중해서 하고, 어설프게 회사의 역린을 건들지 마세요.
3. 눈에 띄겠다고 구호 외치지 마세요. 구호는 술자리에서만 외칩시다.
4. 답변하는데 10초이상 지연되는 지원자. ‘잠깐만 생각 할 시간을 좀 주시겠습니까.’라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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