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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드니 Dec 11. 2022

면접관일기 _ 9화. 면접관은 뽑고싶은 사람을 압박한다

압박을 당했다는 건 내가 알고 싶은 사람이라는 것



만약 어떤 회사 면접을 보게 되었다고 하자. 떨림 반, 설렘 반으로 면접을 보고 있는데 한 면접관이 유독 내 대답에 꼬리에 꼬리를 물며 압박한다. 회사에 지원한 이유가 뭔지, 그동안 어떻게 살아왔는지, 앞으로 이 회사에서 뭘 할건지 구체적으로 묻는다. 일단 아는 대로 열심히 대답하고 나왔는데 면접관들 표정이 신통찮다. 꼭 가고 싶었던 회사인데, 붙을 수 있을까?       


위 질문에 대한 답은 예스! 라고 해두고 싶다. 앞선 화에서도 여러번 언급했지만 면접관들은 밀폐된 장소에서 반복된 질문을 하며 매우 피곤해진 상태다. 그럼에도 한두명의 면접관이 지원자에게 순간으로 에너지를 쏟아내는, 소위 압박면접을 했다는 건 해당 지원자가 매우 흥미롭고 궁금하다는 뜻이다. 다른 프로세스에서 과락만 없다면 합격할 확률은 꽤 높다.      


나도 백여명의 지원자들 중에 3-4명 정도 압박 면접을 했다. 양쪽에 앉아있는 면접관들에게 눈으로 양해를 구하고 연속적으로 질문을 계속 한적이 있다. 압박 면접을 한 첫 번째 이유는 그 지원자를 뽑고 싶어서고, 두 번째 이유는 지원자가 나와 일하게 될 확률이 높아서였다. 우리 부서, 내 옆자리에서 일을 할수도 있는 지원자라 판단을 했기 때문에 대답에 대한 심층질문을 계속 했던 거다.      


압박면접한 지원자들 점수는 대체적으로 잘 준편이다. 일단 연속 질문을 했다는 건 처음 질문에 대한 대답이 마음에 들어서고 여기서 호감도가 급 상승한다. 호감도가 높은 상태에서 연속적인 질문을 할때는 지원자가 잘 대답했으면 하는 마음에 난이도가 높은 질문보다는 지원자가 준비만 되어있다면 충분히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을 한다. 동문서답한 지원자 한두명을 제외하면 점수는 거의 만점을 줬다.     


그리고 압박면접을 마치고 나면 면접관인 나도 떨렸다. 지원자가 너무 맘에 든 나머지 우리회사에 오지 않을까봐 걱정이 되기 시작한다. 내가 너무 쎄게 말했나? 질문이 너무 수준 낮았나? 면접보고 나서 우리회사에 안오면 어떡하지? 등등 온갖 걱정이 날 감싸기 시작한다.      


이런 상태가 되면 지원자가 문밖으로 나가는 순간까지 그를 계속 쳐다보게 된다. 그리고 간절하게 눈으로 말한다. “제발... 합격해서 같은 층에서 봅시다...” 서로의 간절함이 만나면 분명 염원이 이뤄질 거라고 믿는다. 가장 강렬하게 쳐다본(?) 지원자도 나가면서 나의 눈빛을 읽었는지 모르지겠지만 살짝 눈웃음을 지어줬다. 며칠 전 최종합격자 명단이 있었는데 다행이 우리는 만나게 될 것 같다 :)


압박면접을 당해 스트레스 받고 있는 지원자들도 있을거다. 합불 여부를 명확하게 말할 순 없지만 일단 면접관이 압박을 했다는 건 좋은 신호라고 본다. 오히려 아무 압력도 느끼지 못한게 적신호다. 그리고 문밖을 나가기 직전까지 면접관들이 자신을 뚫어지게 쳐다봤다면 이건 뭐 95% 그린라이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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