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드니 May 04. 2023

청담맘? 그런거 없습니다.

맘카페보다는 다른 걸 더 믿는다

  

청담동에 맘카페는 없다

없는 이유는 ...





          

청담동과 관련 글을 쓰다 보니 유입 키워드 중에 ‘청담동 맘카페’도 꽤 보인다. 언덕 많고 사람들이 숨어다니는 이 동네에서 얼마나 정보찾기가 힘들었으면 아무정보 없는 이 브런치 계정까지 찾아오셨을지 그 분들의 답답함에 위로를 보내드리고, 이 브런치 계정의 무용함에 사과드린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청담동에는 활성화된 맘카페가 없다. 길 건너 삼성동에는 그래도 ‘잠실맘&삼성맘’이라는 맘카페가 있다. 물론 삼성동도 청담동과 생활환경에 큰 차이는 없지만 그나마 테헤란로 상권을 끼고 있고 신축 대단지가 있어 온라인 커뮤니티가 있긴 하다. 하지만 ‘잠실맘&삼성맘’이라는 맘카페도 삼성동보단 잠실 중심이다. 메뉴에 잠실 아파트 이름은 8-9개 있는데 삼성동 아파트는 딱 3개만 있다. 아마도 카페를 개설한 운영진이 삼성동에 있다가 잠실로 이사간 분이거나 삼성동에 가족이 살고 있는게 아닐까 싶다.      


문득 청담/삼성맘들은 왜 맘카페 활동을 안하는지 궁금해진다. 청담역 부근에 처음 이사왔을 때 맘카페를 열심히 찾았던 기억이 있다. 그러다가 결국 포기하고 대치맘, 서초맘에 가입했었는데 대치동은 교육정보가 부담스러워서, 서초맘은 생활권역과 맞질 않아서 활동을 포기했었다. 막 이사와 정보가 없는 입장에서 맘카페가 간절했던 시절이었는데, 몇 년동안 찾아봤지만 이 동네를 권역으로 하는 맘카페는 없었다.     



맘카페가 없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반대로 맘카페가 활성화된 지역은 어떤 특징이 있을까. 서울의 경우 서초맘, 마포맘, 강동맘이 가장 활성화 되더있고 경기권의 경우 운정신도시, 김포신도시, 동탄신도시가 활성화 되어있다. 이 지역들의 공통점은 신축 대단지들이 모여있고 원주민 보다는 신규 유입된 사람들이 많다는 공통적인 특성이 있다. 신규 유입이 활발해서 정보를 탐색하려는 사람들과 어느정도 자리를 잡아 정보를 많이 보유한 사람들이 공존 해야한다. 물론 이 정보도 너무 철지난 정보면 안된다. 새로운 정보를 지속적으로 주입해줄 수 있는 사람들이 많은 곳이 맘카페가 활성화된다. 결국 맘카페라는 곳이 이런저런 폐해도 있지만 ‘정보공유’ 속성이 가장 강하니까.      


그럼 청담동 어머니들은 왜 ‘정보공유’에 간절하지 않은 걸까. 이 동네 10년 살면서 내린 결론은 두 가지다. 첫째, 이 동네는 신규유입보다는 원주민들이 많이 산다. 어릴 때부터 이 동네 산 사람들이 많다보니 굳이 정보에 급급하지 않는다. 오고가는 인구도 적다 보니 상권 변화도 별로 없다. 야심차게 진입했다가 망해서 나가는 상가들이 많아서 신규에 대한 신선함과 간절함이 좀 떨어진다. 오히려 오래 한자리를 지키고 있는 가게들이 오래간다. 청담동 성당 근처에 곤트란 쉐리에가 들어왔을 때 마주보고 있는 오랜 빵집 윈제과를 걱정했었지만, 결과적으로 윈제과는 살아남고 곤트란쉐리에 자리는 계속 주인을 바꿔가는 중이다. 새로운 자극보다는 원주민에게 안정감을 주는 것이 지속성이 높다.


두 번째는 집단의 불균일성이다. 커뮤니티가 형성되기 위해서는 공통분모와 동시에 상대방과 나와 비슷할거다는 안심감이 동반되어야 한다. 맘카페가 활성화된 지역은 신축 대단지가 많은 곳이다. 대략 비슷한 경제 사정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야 공감력도 높아지고 위화감 없이 친목을 다질 수 있다. 청담동은 내가 살아본 곳 중에 가장 집단이 불균일 한 곳이다. 만원 한 장에 종종 거리는 맞벌이 가정과 에르메스 백을 색깔별로 가지고 있는 분들이 공존해서 사는 곳이다.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가 조심스러운 곳이 이곳이라 맘 터놓고 내 사정을 공개하기 쉽지 않다.            


맘카페가 없어도 청담동 어머니들은 평온하게 잘 산다. 맘카페에 대해 여러 견해가 있지만 아이를 키우는데 있어서 맘카페는 계륵이라고 본다. 있으면 있는대로 없으면 없는대로 살수 있는 존재. 아이가 커갈수록 불특정 다수가 제공하는 정보보다는 2-3년 앞서 또는 6-7년 앞서서 아이들을 잘 키우고 있는 엄마 한 분이 실질적인 도움을 준다. 감사하게도 내 주변에 그런 분들이 계신다. 우연히 오고가다 만난 분들인데 아이들이 바르고 똘똘해서 실례를 무릅쓰고 종종 상담을 한다. (이런 용기는 필요하다) 내 상황을 잘 아는 분이기에 항상 현답을 주신다.     


맘카페를 찾아 헤메고 있는 당신이라면, 주변에 아이를 잘 키우고 있는 엄마 한 분을 찾아보는 걸 추천합니다. 그 한분이 10만명이 활동하는 맘카페보다 훨씬 더 정답을 제시해주실 겁니다.      

     


ps. 사실 맘카페 트렌드는 지났다. 00맘, 00맘 하면서 몰려다니는 것도 옛날 이야기. 맘카페 운영진의 영향력은 SNS 인플루언서에나 유투브로 옮겨갔다. 요즘에는 네이버/다음 카페에 자신을 드러내며 글을 쓰기보다는 (개인정보가 항상 위험하다보니) 오픈채팅방에 익명으로 참여하는 게 더 대세인 듯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청담동은 걷는 사람이 별로 없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