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백과 수정까지 하게 만든
울루루 지형에 대한 잘못된 정보
울룰루에 대해 알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은 역시 검색이었다. 구글에 ‘울룰루 지형’을 검색하니, 아래와 같은 그림이 나왔다.
키젤산드슈타인(kieselsandstein)이라 불리는 사암층이 오랜 시간 침강과 융기를 반복하며 U자 모양으로 휘었고 이 사암층이 침식되면서 울룰루와 카타츄타가 만들어졌다는 설명이었다. ‘같은 층인데 모양이 다르게 나올 수 있나?’ 궁금증이 생겨 더 찾아보니 놀랍게도 이 그림이 완전히 틀렸다.
울룰루와 카타츄타는 아예 다른 물질로 이루어진 지형이었다. 울룰루는 부드러운 사암층(sandstone), 카타츄타는 단단한 암석층(conglomerate rock)이다. 약 5억 6천만 년 전, 지금보다 높았던 피터만 산맥(Petermann Ranges)의 서쪽 사면에서 비가 내릴 때마다 흘러내린 빗물이 모래와 자갈, 암석을 깎아내려 평야로 쓸어냈다. 그렇게 만들어진 두 개의 거대한 선상지(fan)가 서로 다른 재질의 퇴적층으로 쌓였다. 이후 이 지역이 바다로 덮이면서 퇴적물은 해저의 무게에 눌려 평평해졌고 그 뒤 다시 땅이 융기하면서 드러나게 된다.
약 4억 년 전, 바다가 사라지고 호주 대륙 전체가 거대한 압력을 받으면서 부드러운 모래층은 심하게 구부러지고 뒤틀렸고 단단한 암석층은 비교적 완만하게 기울었다. 세월이 흘러 침식이 진행되자 두 층의 표면이 서로 다른 모습으로 드러났다. 매끈하고 둥근 실루엣이 된 것이 울룰루, 울퉁불퉁하고 갈라진 봉우리로 남은 것이 카타츄타였다.
여행 내내 구글 지도와 검색에 의존해왔는데 정작 정보가 틀렸다는 사실에 놀랐다. 울룰루를 보러 오는 사람들 대부분이 나처럼 한두 번의 구글링으로 잘못된 그림을 본 채 여행을 준비할 텐데, 왜 아무도 그 오류를 정정하지 않았을까. 그러다 문득 울룰루를 보러 오는 사람들에게 그런 ‘사실’은 별로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암이든 암석이든 그게 무엇으로 만들어졌든 상관없을지도 모른다. 울룰루는 그저 웅장하고 압도적이고 아름답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 같은 인지형 인간에게는 그 사실 하나에도 작은 배신감이 남는다. ‘틀린 정보를 믿고 있었다’는 게 못내 불편한 것이다. 그냥 냅둘까 하다가 나같은 분들이 또 있을지도 모르니 위키백과 정보를 조금 수정해뒀다. 영어본은 어떻게 할 수 없으니 한국 분들이라도 제대로 알길 바라며. (수정내용)
내일은 드디어 일출 투어다. 아직 실물을 보기도 전인데 사진 속 울룰루는 이미 내 머릿속에 새겨져 있다. 갈비뼈처럼 보이는 사면의 빗살무늬— 그건 수억 년 동안 빗물의 침식이 만든 흔적이라고 했다. 냉정히 따지면 이건 타국의 거대한 돌덩어리에 불과하다. 그런데 왜 이렇게 신비하고 초자연적으로 느껴질까. 아마 인간이 감히 극복할 수 없는 시간의 두께가 그 안에 켜켜이 쌓여 있기 때문일 것이다.
시계를 보니 벌써 다섯 시 오십 분. 이제 첫 일정인 필드 오브 라이트(Field of Light) 투어다. 급히 옷을 챙겨 입으며 남편에게 “울룰루랑 카타츄타는 서로 다른 암석이래!” 하고 신나게 말하자 남편은 건성으로 “그래?” 한마디만 던지고 가버렸다. 울룰루와 카타츄타가 다른 층위에 있다는 건 나에게나 중요한 일이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그냥 ‘거대한 바위’면 충분할지도 모른다. 가끔 나는 남들이 관심 없는 정보에 혼자 과하게 몰입해 흥분할 때가 있다. 하지만 그런 사소한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것은 나를 지탱하는 작고 단단한 돌덩이 같은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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