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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사막에 피는 빛, Field of Light

by 시드니


필드 오브 라이트 투어를 위해 호텔 앞 정류장으로 갔다. 그곳에는 전 세계에서 온 관광객들이 붐볐는데 아시안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그나마 일본인 가족 몇 팀이 보여 괜히 반가웠다. 그런데 어디선가 “일본 고객님들, 이리 오세요”라는 소리가 들렸다. (참고로 나는 일본어를 한다.) 고개를 돌리니 일본인 두세 가족이 모여 다른 밴에 올라탔다. 울룰루에는 한국인 전용 투어가 없다. 한편으로는 그런 프로그램이 생기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우리 부부는 영어가 불편하지 않아 상관없었지만, 영어가 중간 정도 실력이라면 가이드의 설명을 거의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참고로 필드 오브 라이트 투어는 공식 사이트에서 직접 예매했다. 영어를 몰라도 번역을 통해 어렵지 않게 예약할 수 있고, 출발 전 이름을 여러 번 확인하니 여행사를 통하지 않아도 된다. 괜히 수수료 줄 필요 없다. (공식 사이트: https://www.ayersrockresort.com.au)


버스를 타고 약 30분 정도 이동하자 창밖 풍경이 서서히 어두워졌다. 사막의 열기는 식고 공기는 빠르게 차가워졌다. 멀리서부터 희미한 불빛이 반짝였다. 버스에서 내려 중앙에 모이니 원주민 가이드가 “팔야!”라고 인사했다. 모두가 따라 “팔야!”를 외쳤다. 아는 말이라고는 인사말 뿐이지만 모두와 친근해지는 낯설고 익숙한 느낌. 유후-하며 추임새를 넣으며 가이드는 간단히 작품에 대해 설명했다.


이 설치물은 영국의 설치미술가 브루스 먼로(Bruce Munro)의 작품으로, 그는 1992년 울룰루 여행에서 끝없는 사막의 어둠 속에서 느낀 정적의 에너지를 잊지 못했다고 한다. 그 기억을 20년 넘게 붙잡은 끝에 ‘어둠 속에서 피어나는 기억의 빛’을 구현했고 2016년부터 이곳에 전시를 시작했다. 원래는 6개월 정도만 전시를 운영할 계획이었지만 점점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 첫 설치부터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고 했다.


가이드와 함께 공원 안으로 들어가니 눈앞에 절경이 펼쳐진다.



설치물은 약 5만 개의 광섬유 줄기와 구형 램프로 이루어져 있다. 전구는 모두 태양열(solar energy)로 충전된다. 낮 동안 햇빛을 모았다가 밤이면 은은한 색으로 피어나고 새벽이 오면 스스로 꺼진다. 원주민 가이드는 오래 보고 싶으면 중앙 파란불 왼쪽 길로, 빨리 보고 싶으면 오른쪽 길로 가라고 했다. 우리는 왼쪽 길을 택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빛 사이를 천천히 걸었다. 사진을 찍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아무리 찍어도 이 장면의 온도와 냄새, 사막의 공기가 담기지 않았다. 나는 카메라를 내리고 그냥 걸었다. 눈으로 충분히 담고 싶었다.

거대한 숫자의 전구 색이 은근히 변하는 게 인상적이긴 했지만 작품 자체는 생각보다 단순했다. 이 정도 설치미술은 어딘가에서 흔히 보았달까. 이 곳이 특별한 이유는 하나다. 울루루에 있기 때문. 사막의 공기는 차가웠지만 무릎 밑의 빛이 지구 바닥의 온기를 전해줬다. 지구의 가장 오래된 대지 위에 인간이 만든 가장 짧은 생명의 예술이 놓여 있었다. 영원할 것 같지만, 이 작품도 언젠가는 철수될 예정이라고 했다. 그 사실이 이상하게 위로가 되었다. 모든 것은 사라지기 위해 존재한다는 듯 이 사막의 빛도, 인간의 삶도 결국 같은 방식으로 꺼질 것이다. 하지만 그 잠시의 찬란함이 어둠을 견디게 하기도 하니 누군가에게는 가치있는 전시일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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