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아담한 에어즈록 공항. 비행기에서 내리는 순간, 땅의 색과 공기의 냄새가 달랐다. 첫발을 내디디자마자 뜨거운 열기가 얼굴을 감쌌고 피부가 단숨에 건조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아, 여긴 진짜 사막이구나.” 울룰루 공항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데저트 가든 호텔(Desert Gardens Hotel)**로 향했다. 비행기 지연 탓에 예상시간보다 2시간 늦은 오후 세 시쯤 도착했다. 호텔 앞은 비슷한 시간에 도착한 관광객으로 붐볐는데 아시아인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짐을 풀고, 점심을 애매하게 건너뛰어 상점가가 모인 타운 스퀘어(Town Square)로 향했다. 가는 길에 ‘PALYA’라고 새겨진 대형 글자 조형물이 먼저 반겼다. ‘Palya’(팔야)는 울룰루 지역 전통 언어인 피튑툰자라(Pitjantjatjara)와 양쿠니쟈라(Yankunytjatjara) 계열 아난구 (Anangu) 언어에서 쓰이는 인사말이다. “Hello” 혹은 상황에 따라 “Welcome”이라는 뜻으로 국립공원 입구 표지판에도 “Palya!”라고 적혀 있는데 ‘환영합니다!’라는 의미라고 한다.
사막 한가운데 환영 인사를 건네는 글자가 은근히 따뜻하면서도 작위적으로 느껴졌다. 자연풍광을 관광지로 삼으려면 어쩔 수 없었겠지란 생각이 든다. 소품샵과 다른 호텔들을 지나니 작은 광장에 레스토랑들이 모여 있었다. 늦은 점심이라 샐러드와 고구마튀김 정도로 가볍게 식사할 수 있는 가게로 들어갔다. 주문을 받는 사람, 주방에 일하는 사람 모두 원주민이었다. 시드니에서 보던 유럽계 호주인들과 전혀 다른 체형이라 은근 반가웠다. 같은 사피엔스인데 동양인, 서양인, 원주민 모두 체형이 다른 걸 보면 환경에 누적된 영향이 종족을 만든다는 게 다시 한번 느껴진다.
그런 생각을 하던 중 음식이 나왔다. 한국에서는 거의 먹지 않는 고구마튀김을 이곳에서는 이상하게도 열심히 먹게 됐다. 짭짤하고 달콤한 맛이 묘하게 잘 어울렸다. ‘한국에 돌아가면 이걸 메뉴로 팔 수 없을까’ 하는 쓸데없는 생각까지 했다. 식사를 마치고 호텔로 돌아왔다. 호텔 곳곳을 구경하며 걷는데 광장 한가운데 거대한 젠가가 눈에 띄었다. 조각 하나가 성인 팔뚝만 한 크기였는데 광장을 스쳐 이동할 때마다 모양이 달라져 단순한 나무토막인데도 묘하게 장난기와 예술성이 느껴졌다.
아침부터 짧지만 긴 여정을 마친 탓에 방에 들어와 짐을 풀고 한참 쉬었다. 2박 3일 일정 중 첫 투어인 **필드 오브 라이트(Field of Light)**까지는 아직 두 시간이 남아 있었다. 호텔은 이름만 호텔이고 가격도 5성급이지만 솔직히 시설은 한국의 3성급 리조트 수준이었다. 화장실 배수도 시원치 않아 설계가 잘못된 듯 느껴졌다. 배수로의 경사가 물이 흘러야 할 쪽보다 오히려 높았다. 그래도 어렵게 예약한 숙소라 불평할 수 없었다.
내가 방문한 8월은 울룰루의 관광 피크 시즌. 여름에는 낮 기온이 45도까지 치솟아 이른 아침이나 늦은 저녁이 아니면 외출조차 어렵다고 한다. 그럼에도, 아니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 척박한 사막을 향해 몰려든다. 화려하지 않은 시설, 불편한 날씨, 건조한 공기에도 울룰루는 ‘오직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 있다는 이유로 전 세계의 발걸음을 끌어당긴다.
척박하지만 어떤 특별함이 있길래 이렇게 전세계인의 발걸음을 부르는 걸까. 땅에 솟은 돌덩이 하나 일 뿐인데. 울루루가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는지 찾아보니 조금 알 것 같기도 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