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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셜리 Sep 10. 2022

내 이야기는 이제부터 시작이야

에필로그





행복할 거라 믿었던 8살, 엄마의 결혼으로 모든 것이 망가졌다. 보통의 아이들처럼 생각하거나 먹거나 할 수 없었다. 통제받고 억압받으며 내 모든 시간을 당연한 것처럼 8살 차이 나는 동생에게 쏟았고 20살이 되어도, 21살에도, 심지어 25살까지 하루가 매 순간마다 지옥같이 고통으로 지내왔다. 아픔의 시간을 지나온 동안 내 삶은 그저 검은색, 칠흑 같은 어둠과 같아 비극적인 내 삶에 대해 적어보고 싶어도 쓸 수 없었다. 그때의 나는 여전히 고통과 슬픔, 모든 불안정한 시간 속에서 여전히 진행형으로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26살이 되던 해에 언젠간 만날 수 있을 거라 믿어온 나의 친아빠를 잃고서야 내 삶을 찾기 시작했다. 아빠가 떠난 후, 모든 것이 달라지고 변했다. 아빠에게 앞으론 더 착하게, 더 성실하고 강해지겠다는 다짐 하나로, 경제적인 이유로 중단했던 상담을 다시 시작했고 일도 시작했다. 매일 나와 맞지도 않는 일들에 욱여넣어 상처받고 잘리고 그만두던 악순환의 반복을 끊어내고 새롭고 내가 즐거워하는 일들을 찾아 나는 카메라 달랑 하나 가지고 이제야 삶이라는 여행을 시작했다.


여태 나를 지켜보고 알아왔던 지인들은 내가 많이 단단해지고 목소리에 힘이 생겼다며 이제야 생기라는 것을 느낀다고 칭찬해줬다. 무엇 하나 달라지지 않는 것이 없다며 변한 나를 신기하게 봤다. 상담사도, 나 스스로도 느끼고 있었다. 아빠를 한 번도 직접 만나지 못하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마주한 아빠는 관, 유골함이었으나 그게 나의 비극이거나 결말이 아니었다. 아빠의 죽음으로 진짜 진실을 마주한 후 내 인생의 2막이 열렸다. 아빠가 떠난 것은 아직도 가슴이 미어진다. 하지만 이제는 내 마음에, 심장 근처 내 팔에 새겨둔 타투처럼 함께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믿는다. 나는 아빠의 소중한 딸이고 아빠는 날 정말 많이 사랑한 사람 그리고 태어나서 만난 첫 남자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아빠라는 버튼이 없었다면 나는 그들과 지내며 연락만으로도 자지러지게 아프고 고통스러워하며 끊어내지도, 멈추지도 못해 여전히 ‘나’로서 살아가지 못했을 것이다.


이제야 ‘소예’라는 이름에 걸맞게 소중하고 예쁘게 나를 여기고 꾸며간다. 이름 따라 팔자가 따라간다는 말, 웃기게도 맞는 것 같다. 그때 간절히 바라며 개명했듯 지금의 난 이름의 뜻처럼 누구보다 소중하고 예쁘다.


한 번쯤은 인생이라는 드라마 속 진짜 주인공은 ‘나’ 이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그땐 이해하지 못했지만 평생 불가능으로 여겼던 일들이 지금부터 내 삶의 ‘나’, 소예는 인생 드라마 속 멋진 주인공이 되었다. 그리고 나는 계속 새로운 드라마의 한 장면들을 훌륭히 만들어 찬사를 받는 작가이자, 배우이며 사랑받는 주인공이다. 이야기의 끝은 났지만 내 드라마는 앞으로 만들어갈 멋진 이야기들이 남아 있다. 이제 시작했고, 이제 빛을 받았으며, 이젠 온전히 내가 만들어갈 이야기이기에 아무도 ‘나’ 대신 주인공이 될 수 없다. 내 훌륭히 써 내려갈 이야기를 가장 먼저 보며 응원하는 우리 아빠! 아빠에게 한 마디하고 싶다.



다음 생이 있다면 또 나의 아빠로 태어나 내가 아빠의 딸로 태어날 수 있게 해 줘!

그렇게 된다면 그땐 정말 아빠에게만 빛나는 반짝거리는 별이 되어 아빠에게 향해 빛나서 외롭지 않게, 슬프지 않게 해 줄 거야.

그땐 진짜 서로의 곁에서 함께 하자!
사랑하는 내 아빠, 고마워 그리고 정말 많이 사랑해!


8월 어느 날, 고모와 통화했을 때, 고모의 꿈에 아빠가 나타나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그저 행복하게 웃고만 있다가 떠났다고 말해주셨다. 그럼 됐다. 그렇게 살아온 평생을 가족들에게 희생하며 홀로 보낸 시간 동안도 근심과 걱정으로 지냈는데 웃으며 떠났다면 됐다. 아빠가 보는 티비 속 드라마의 주인공인 내가 웃으며 힘차게 지내는 모습을 보고 열렬한 팬, 아빠가 보낸 편지이자 감상평이었다고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이 이야기의 막이 내려졌다. 나와 내 이야기를 읽어준 모든 이들에게 박수갈채와 앙코르를 던진다. 그 환호에, 이야기 속 ‘나’에게 잘했다는 칭찬과 꽃다발을 들고 다시 무대 위로 나타나 새로운 삶에 대해 새롭게 시작할 것이다. 그것이 내가 이 이야기를 시작한 이유이자, 나를 진정으로 사랑해준 모든 이들에게 보답이자 또, 나와 같이 아팠던 사람들에게 줄 수 있는 나의 힘 있는 응원이 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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