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화수목금 아침밥 먹이기
오늘도 그를 위한 아침밥을 차립니다. 비록 함께할 수 없고, 바쁜 마음으로 차리는 식탁이지만요.
사과와 계란
영 먹을거리가 없는 아침, 연어롤을 만들어 먹고 남은 크래미 약간과 계란 몇 개가 전부입니다. 계란물에 크래미와 양파를 조금 썰어 넣고 대충 부쳤습니다. 그래도 대구에서 올라온 싱싱한 사과가 있으니 나름 아침 식사가 되겠네요. 따뜻한 것과 차가운 것을 반반씩 담았습니다. 우리 같아요. 저는 차가운 사과, 그는 따뜻한 달걀. 그렇다고 흔히 말하는 서로의 다른 모습과 온도로 끌렸다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런 연애의 정석과 같은 말을 붙이기에는, 4일동안 씻지 못한 모습을 보며 시작한 순박한 인연이니까요. 그것도 몽골에서요. 아, 오늘 모닝 주스는 몽골의 초원을 닮은 초록초록한 밀싹주스입니다. 갑자기 그 아름답고 눈부셨던 몽골에서의 시간이 무척이나 그리워지는 아침입니다. 아무런 걱정도 잡념도 없이 순수하게 몰입했던 그 시간.
고구마와 바나나케일 스무디
바나나와 케일을 갈아만든 묵직한 스무디에, 고구마를 함께 내어 주고 생각했습니다. 꽤나 목이 막히겠구나 라고요. 요즘 저의 회사 생활이 고구마를 100개 먹은 것 같은 답답함이 이어져서 그런가요, 아침 메뉴에도 반영이 되었나 봅니다. 미안, 남편.
게살죽
메뉴 PT를 끝내고 홍게를 조금 얻어왔습니다. 비몽사몽한 아침에 그 커다란 홍게를 발라 먹으라고 할 수 없겠죠. 전날 밤, 아침에 어울릴만한 메뉴로 미리 만들어 놓았습니다. 눈을 뜨자마자 따뜻하게 데워 고소한 참기름도 휘 둘러주었습니다. 그리고 소소한 행복을 토핑으로 얹었습니다. 통통한 게살이 입안 가득 들어올 때 기분이 참 좋으니까요. 고구마보다는 역시 따뜻하게 속을 데워주는 게살죽이 좋은 것 같습니다. 부드럽고 고소한 아침입니다.
단호박과 리코타치즈
아침은 사실 집에 남아 있는 것들을 처리하기에 아주 적합합니다. 오늘은 익혀 놓은 단호박이 조금 있어서 유통기한이 얼마 안남은 리코타 치즈와 발사믹 글레이즈를 뿌려서 후다닥 내놓았습니다. 여기에 가끔은 꿀 대신 메이플 시럽을 살짝 뿌려주면 맛이 좋습니다. 역시 빠지면 아쉬운 오늘의 모닝주스는 사과와 케일입니다. 아, 이제 회사에 가야하는데, 오늘따라 저도 함께 아침을 먹으며 도란도란 얘기하는 여유로운 아침시간을 보내고 싶네요.
브뤼셀스프라우트와 건강주스
브뤼셀스프라우트라고도 하고, 방울 양배추라고도 부르는 이 귀여운 양배추는 스테이크 가니쉬로도 자주 먹고, 따뜻한 샐러드를 만들 때도 종종 이용하는데요. 포만감을 주고 콜레스테롤을 낮추어 준다고 하기 때문에 많이 먹이고 싶은 마음입니다. 그런데 이 귀여운 양배추는 약간의 쓴 맛이 있기 때문에 이 맛에 예민한 사람을 위해서는 브레이징으로 조리를 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그냥 볶으면 쓴맛이 많이 나고, 오래 삶으면 영양소가 파괴되거든요. 브레이징은 양배추를 살짝 볶다가 물을 조금 넣어 찌듯이 익히는 방법이에요. 유독 이 쓴 맛이 싫다고 하는 그를 위해서는 브레이징으로 조리했어야 하지만, 아침에 그럴 시간이 없어 그냥 정신없이 볶아주었습니다. 그 대신 제가 거의 허락하지 않는 햄을 큰 마음 먹고 넣어주었으니 쓴 맛을 못느끼겠죠. 출근 길, 역시 이 양배추는 쓰다고 메시지가 왔습니다. 햄을 넣어준 게 후회가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