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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영의 Sep 11. 2022

오늘 우리는 무슨 얘기를 할까

-오늘의 기분, 95-96쪽.

  나는 특히 모교라는 말이 낯설었다. 그것은 마치 사랑니 사이에 이물질이 껴서 좀체 빠져나가지 않는 바람에 쓸데없는 감정의 소모를 해야 할 때와 같은 느낌이었다. 너무 늦은 나이에 야간수업을 들었던 학부에 대해서는 그다지 좋은 기억이 없다. 특히 어느 겨울은 난방이 되지 않은 강의실에서 수업을 듣다가 견디지 못하고 밖에 나가 내의 한 벌을 사서 입고 와서 다시 강의를 듣기도 했다. 아무리 추워도 갑갑해서 내의를 입지 않는데, 그때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 

  희한하게도 화장실에는 난방이 되었는데, 얼어붙은 몸을 녹인답시고 쉬는 시간에 화장실 라디에이터 난방기 옆에 오래 서 있었다. 지린내와 똥내가 뒤섞인 화장실 냄새가 온몸에 배어든 것을 모르고 있었는데, 옆에 앉아 있던 누군가 슬며시 일어나 자리를 옮겨갔다. 수업을 듣는 내내 두통에 시달렸던 기억이 상기도 새롭다. 

  무엇보다 나는 너무 늦은 나이에 공부를 시작했다. 같이 수업을 듣는 이들 중에서 내 나이와 엇비슷한 이들이 없는 것은 아니었으나 대부분은 당연하게도 20대 초반의 청년들이었다. 어떤 수업은 조별로 과제를 수행하도록 했다. 아무도 나를 끼워주지 않아서 황당하고 민망해서 그 수업의 수강을 취소하기도 했다. 

  교수는 그 일로 오랫동안 나를 미워했다. 학생들은 어리고 교수들은 내 나이와 그리 많은 차이가 나지 않아서 나는 어느 쪽과도 쉽게 어울리지 못했다. 아주 가끔씩 내게 무슨 정신적 문제가 있는 것일까 우울증이 와서 학생심리상담소에서 상담을 받아볼까 하는 생각도 했다. 그러나 나는 문제의 원인을 잘 알고 있었다. 학교에서 수업을 듣긴 했으나 내 정체성이 학생만은 아니어서 그것도 민망하기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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