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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영의 Sep 19. 2022

누군가 내 안을 엿보고

-오늘의 기분, 151-152쪽. 155쪽.

우리는 태어나고 싶어 태어난 것은 아니다. 그러니 죽을 권리라도 있어야 한다. 자살하는 이를 비웃지 말라. 그의 좌절을 비웃지 말라. 참아라, 참아라, 하지 말라. 이 땅에 태어난 행복, 열심히 살아야 하는 의무를 말하지 말라. 바람이 부는 것은 바람이 불고 싶기 때문. 우리를 위하여 부는 것은 아니다. 비가 오는 것은 비가 오고 싶기 때문. 우리를 위하여 오는 것은 아니다. 천둥, 벼락이 치는 것은 치고 싶기 때문. 우리를 괴롭히려고 치는 것은 아니다. 바다 속 물고기들이 헤엄치는 것은 헤엄치고 싶기 때문. 우리에게 잡아먹히려고, 우리의 생명을 연장시키려고 헤엄치는 것은 아니다. 자살자를 비웃지 말라. 그의 용기 없음을 비웃지 말라. 그는 가장 솔직한 자. 그는 가장 자비로운 자. 스스로의 생명을 스스로 책임 맡은 자. 가장 비겁하지 않은 자. 가장 양심이 살아 있는 자….


 그녀의 말처럼, 한 사회가 여성을 어떻게 위치지우고 대우하고 취급하는가 하는 문제는 그 사회의 심층을 이해하는데 있어 중요한 열쇠를 쥐고 있는 주제다. 대부분의 가부장제 사회에서 여성의 몸은 그 자체가 지배적인 담론에 의해 형태화된, 그러니까 대상화된 몸이다. 따라서 여성의 몸의 역사는 여성에 대한 억압의 역사와 매우 밀접한 연관을 지니고 있다. 

  나는 이은주의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문학은 역사적 기억 속의 인간 존재의 고통을 말함으로써 역사 속의 고통이 어떻게 만들어졌으며, 도대체 왜 우리는 거기에서 고통을 느껴야 했으며, 나아가 그것은 왜 지금까지도 반복되고 지속되는가라는 문제의식을 던지는 데 유용한 텍스트라는 이은주의 의견에도 이의가 전혀 없다. 역사적으로 전쟁 혹은 그와 유사한 상황에서 혼란과 무질서 상태를 진단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논의들에는 여성 섹슈얼리티에 대한 혐오와 비난의 태도가 곁들어있다는 것, 전쟁의 가장 큰 피해자라 할 여성에게 전후 사회적 혼란의 책임을 덧씌우는 이러한 성별화된 논리는 전쟁을 전후한 사회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방식으로 공공연하게 활용되었다는 이은주의 말에도 전적으로 공감한다. 안전하게 이별하고 싶다는 현실적 호소에도 나는 귀 기울여 듣는다. 일반론일 테지 설마 그녀 자신의 경우는 아닐 거라는 혼자 생각을 하기도 했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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