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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영의 Sep 21. 2022

똑똑, 당신은 나를 두드리죠

-오늘의 기분, 179쪽~

이은주 선생이 죽었다, 는 소식을 들었을 때 나는 다소 엉뚱하게도 언제가 서울에 다녀오던 길에 고속열차를 타고 바깥을 바라보던 때의 느낌이 상기되었다. 옆자리에 먼저 앉아있던 남자에게서 번지는 은근한 악취를 견디지 못하고 나는 역방향 좌석으로 옮겨 앉아 바깥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니까 고속으로 달리는 열차의 역방향 좌석에 앉아 바깥 풍경을 바라보고 있다 보면, 내가 어느 곳을 향해 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어느 지점으로부터 아주 빠르게, 그리고 지속적으로 멀어지고 있음을 확실하게 느끼게 되는 것이다.


8월 말 오후 여섯 시부터 새벽 시간까지 나는 내 좁은 서재에 갇혀서 지냈다. 죽을 생각까지는 아니었다. 다만 죽음 속으로 자신을 밀어 넣는 이들의 그 참담한 마음을 충분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어떤 가능성이라는 게 아예 보이지 않을 때, 아무와도 자신의 절망적인 상태를 이야기 나눌 수 없다고 생각될 때, 그때 사람들은 죽음의 세계로 자신을 밀어 넣을 거라고 나는 짐작했다. 그러자 몸에, 마음에 가득 습기가 차오르는 느낌이기도 했다. 


아무려나 나쁜 꿈들의 시간은 그녀에게도 예외가 없었고, 그녀는 그것에 맞서지 못하고, 아니 무진 애를 쓰기는 했겠으나, 끝내 스스로 허물어져 버렸구나, 해서 가슴에 통증이 오래 남아 있다. 그녀가 그때 나와 밥을 먹을 때 했던 말이, 당시에는 정확한 의미를 알지 못해서 그냥 흘려들었을 것인데, “모르는 것이 슬프거나 아는 것이 부끄럽지 않았으면”, 그런 삶이었으면 했는데요, 그렇게 했던 말이 자꾸만 떠오르기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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