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신문 칼럼 -심영의의 문학 프리즘
작고한 박완서 선생이 오래전 발표한 작품 중에「부끄러움을 가르쳐 드립니다」라는 제목의 단편소설이 있다. 이 소설은 겉으로는 명예나 물질적 욕망에 그다지 관심이 없고, 오히려 작은 것들에 따뜻한 시선을 보낼 줄 아는 사람인 척 하는 인물을 포함하여 우리 사회 중산층에게서 공통적으로 보이는 속물성과 일정한 허위의식을 예리하게 묘파하고 있다.
총선에서 여당 비례로 당선된 어느 여성 변호사는, 오랫동안 여당 사람들과 인연이 있었던 모양이다. 당의 법률지원단 활동도 했고, 여당 추천으로 인권위원회 비상임위원도 했고, 지난 총선 때는 잘 안되긴 했으나 공천을 받기도 했었고, 그러나 오랜 시간 공을 들이면 때론 되는 일도 있는 법이어서 이번에는 비례공천을 받아 국회의원 당선자가 된 모양이다.
그것을 두고 시비할 생각은 전혀 없다. 누구에게나 꿈을 이룰 권리는 있으니까. 또한 누군가의 무엇을 비난하는 자는 그렇게 함으로써 비난의 대상보다 도덕적 우위에 있다는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된다고 누군가 말했고, 영국의 철학사상가인 홉스는 인간은 타인의 결함을 보고 웃는 존재라고까지 말한 바 있는데, 그건 그렇다고, 나는 충분히 공감하기도 하는 것이다.
그렇더라도 최근의 언론 보도를 보면, 자신의 전공인 법률지식은 인권변호사로서의 활동보다는 부동산을 소유하고 거래하면서 차명거래와 세금 탈루 등에 더 많이 활용한 것 같고, 이러저러한 활동과 관련해서도 그는 더러 거짓말을 한 모양이다. 그래도 그는 당의 의원직 사퇴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다. 어지간한 이들은 사과를 하고 물러서지 않을까 싶은데도 그이가 그렇게 버티는 까닭을 나는 곰곰 생각해보는 것이다.
혹여 그럼 당신들은 나보다 더 깨끗한가, 강남에 부동산 여러 채 갖고 있는 사람이, 그걸 구입할 때 온갖 방법 다 동원하는 이들이 나만 그런가, 하는 마음이 아닐까, 왜 나만 갖고 그러느냐고 그는 억울해 하는 건 아닐까, 그런 어림을 해보는 것이다. 더해서 그 당의 대표라는 이는 당의 조사위원들은 절차에 따라 최선을 다해 노력했다면서, 이번 건에 있어 자신들은 오히려 칭찬을 들어도 된다고 생각한다는 주장을 폈다. 참으로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들이다.
들은 바로는, 감옥에 갇혀 있는 이들 중에서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속죄하는 경우보다는 억울해하는 이들이 더 많다는 것이어서, 나는 좀 놀라면서도 내가 살아가는 우리 사회가 참으로 걱정되기도 했다. 그들이 그런 생각을 하는 까닭은, 짐작하겠지만, 법이 공정하게 집행되지 않는다는, 혹은 말 그대로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어느 만큼은 왜곡된, 그러나 그건 사실이 아니라고는 자신할 수 없는 현실에서 기인한다.
앞에서 거론했던 여당의 어느 비례의원 당선자나 남을 해치고 감옥에 갇혀 있는 이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발견할 수 있는 것은, 자신들의 말과 저질렀던 어떤 행위에 대해 부끄러움을 모른다는 것이겠다. 그것은 그들의 본성에 하자가 있거나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어서라기보다는 우리 사회가 그러한 말과 행위가 부끄러운 것이라는 문제의식을 공유하지 못한 탓이 아닐까 싶다. 예전에 ‘문도루코’라는 조롱을 받고도 탈당과 복당을 거듭하면서 4년 임기의 의원직을 온전히 마쳤던 이도 있었으니, 모쪼록 잘 버티시라. (2020.0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