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지인은 집을 비싸게 사나?

부동산학 박사의 알쓸신 ’집(家)’ 15회 2021년 7월

다시 오르는 제주도 아파트, 중국인 매수세의 빈 공간은 누가 채웠나?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제주 연동의 ‘대림 이편한세상 2차(전용 139m2’)가 올해 5월에 12.5억 원에 거래되었고, 노형동의 ‘노형 이편한세상(전용 163m2)’은 11.5억 원에 거래되었습니다. 제주도 부동산 시장은 부동산 투자이민제(50만 달러 또는 5억 원 이상을 투자하고 5년 후에 영주권을 부여하는 제도) 도입으로 중국인 투자자가 몰리면서 상승세를 기록하다가, 사드 배치와 중국의 한한령 및 코로나19로 인하여 중국인의 매수세가 끊기면서, 집값이 2017년부터 3여 년간 조정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작년 말부터 제주도의 주택 가격은 반등하고 있습니다. KB주택 시세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제주의 아파트 가격은 전월 대비 +1.12% 상승했고, 올해 6월에는 전월 대비 +2.96%(+7.1%, YoY) 상승했습니다. 반등에 대한 해석이 몇 가지 있습니다. 첫째는 조정대상 지역이 아닌 비규제지역으로 LTV 70%까지 주택담보 대출을 받을 수 있어 규제의 풍선효과로 매수세가 몰리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또 다른 분석은 바로 학군입니다. 제주도에는 교육부로부터 고등학교 학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국제학교가 4곳(전국 6곳)이나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해외유학이 힘들어지면서 국내 국제학교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고 자녀들을 제주도 유학을 보낸 자산가들이 제주도 아파트 매수에 가담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제주도 아파트 시장에서 외지인은 부동산을 비싸게 매입하는가?

이러나저러나 제주도의 주택 가격의 향방에는 외지인의 영향이 큰 셈입니다. 코로나19 및 한한령 이전에는 중국인의 매수세가 최근에는 규제 지역에 소재하거나 제주도 유학을 알아보는 외지인의 매수세가 제주도의 주택 가격을 올렸으니까요. 제주도에 대한 외지인의 유입은 최근 일이 아님을 보여주는 논문이 한 편 있습니다. 2013년 부동산학 연구에 게재된 “외지인은 부동산을 비싸게 매입하는가? : 제주도의 아파트 시장에 대한 실증분석(방송희, 이용만)” 을 살펴보면 외지인은 평균적으로 4.2% 높은 가격에 제주도의 아파트를 매입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제주도보다 가격이 높은 지역에서 온 매수인은 4.4% 높은 가격을 제주도보다 가격이 낮은 지역에서 온 매수인은 2.3% 높은 가격을 지불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외지인은 내지인 보다 부동산을 비싸게 매입하는 것은 글로벌 현상

외지인이 부동산을 비싸게 매입하는 것은 단지 제주도 만의 일이 아닙니다. 해외에서도 이러한 연구 결과들이 있습니다. 미국의 애리조나주 피닉스 시를 대상으로 한 연구도 있고, 하와이에서의 일본인의 매수세를 분석한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미국 네바다 주 라스베이거스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타났습니다. 비슷한 주제로 실행된 연구 중에서는 실증분석에서 검증되지 않은 연구결과도 있으나, 외지인이 내지인보다 비싸게 집을 매입할 것이라는 가설이나 믿음은 해외에서도 흔히 찾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왜 외지인은 비싸게 매입하나, 바로 정박 효과와 탐색 비용

정박 효과는 사람들이 최초 습득한 정보에 얽매여서 새로운 정보를 수용하지 않거나 부분적으로만 수용함으로써 비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외지인은 자연스럽게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보다 아파트의 시세나 역사적인 변화에 노출이 덜 될 수밖에 없고, 매수 의사가 있어 찾아간 공인중개사의 호가에 상대적으로 지불 용의가 높아지는 것입니다. 이에 더해 육지지역이 아니다 보니 가격을 알아보거나 소위 임장을 하는데 불편함도 외지인이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하는 원인이 된다고 합니다.

이러한 결과들을 살펴보면, 어느 동네가 유망하다고 하여 몰려가기보다는 내가 익숙한 곳, 내 주변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이 더 좋은 선택일 수 있겠습니다. 내가 ‘외지인’이 되는 지역에 투자할 때는 ‘내지인’ 만큼 꾸준히 장기간 해당 시장을 살펴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외지인은 부동산을 비싸게 매입한다고 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