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학 박사의 알쓸신 ’집(家)’ 16회 2021년 9월
도시형 생활주택의 탄생, 대부분의 주택시장 참여자들의 관심은 높지 않아…
도시형 생활주택은 2009년 개정된 주택법에 근거하여 시행되었는데 신속한 주택공급을 위해 주택 건설 기준과 부대시설 기준을 대폭 완화한 주택형태입니다. 단지형 연립주택과 단지형 다세대주택, 원룸형 주택으로 분류되는데, 단지형과 원룸형은 하나의 건물에 함께 지을 수 없습니다. 1세대당 주거 전용면적이 85m2이하여야 하며 원룸형의 경우 14-50m2이며 300세대 미만으로 구성됩니다. 층수 제한은 5개 층까지 건축 가능합니다.
아파트의 대안이라기보다는 하위 호환인 도시형 생활주택
사실 도시형 생활주택은 최근 일부 분양단지에서 나타나는 것처럼 고급화 혹은 아파트와 호환되는 상품은 아닙니다. 조경시설, 편의시설, 커뮤니티 시설이 부족하고 세대당 1대가 확보되어야 하는 일반적인 공동주택 요건이 면제되어 있기 때문에 주차공간이 부족한 단점이 있습니다. 또한, 아파트와 빌라에 비해 건축법의 많은 규정이 면제되기 때문에 소음 등에 취약할 수 있습니다. 거주성과 상품성만 볼 때, 도시형 생활주택은 아파트와의 경쟁이 되지 않는 주거상품입니다.
그런데, 왜 최근 들어 도시형 생활 주택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나?
그런데 최근 들어 도시형 생활 주택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상품성의 단점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이제야 도시형 생활 주택에 관심을 갖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뜬금없을 수 있으나 시세 대비 낮은 아파트 분양가로 인한 아파트 청약 열기 때문입니다. 도시형 생활주택은 청약통장이 없어도 분양을 받을 수 있고 분양가 상한제, 주택청약자격 당첨 제한 적용을 받지 않습니다.
로또와 같은 시세차익으로 변질된 아파트 청약
지난 2-3년 동안 우리는 수많은 ‘로또 분양’을 목격했습니다. 적게는 2-3억 원 많게는 10-15억 원에 달하는 시세차익이 기대되는 로도 분양의 그야말로 수천, 수만 명이 청약에 지원하기도 하죠. 로또 분양은 단지 5억 원, 10억 원의 주택을 공급하는 과정이라기보다는 이제는 수억 원에 달하는 시세차익을 기대하는 사람들이 구름 떼처럼 몰리는 이벤트가 되어버렸습니다.
다시 말해 주택 청약이 재화를 적정한 가격에 분배하는 ‘시장(market)’의 기능을 하기보다는 시세 대비 낮은 청약 분양가로 인한 재정거래(arbitrage)의 장이 된 것이지요. A라는 주택의 상품성을 고려할 때 10억 원 정도가 시장 가격이라면 그에 맞는 수요가 있을 것입니다. 9억 원이라면 더 많은 수요가 나타날 것이고요. 그 과정에서 적절한 시장 가격이 결정되는 것인데, 현재 청약 시장은 10억 원에 거래되는 아파트를 6억 원 5억 원에 공급을 하는 상황이니 공급주택 수를 크게 초과하는 청약 수요자를 만들어 냅니다.
로또 분양 시장에서의 실수요자는 설 곳이 없는 현실
이러한 상황에서 실수요자는 청약시장에서 설 곳이 없습니다. 한국의 주택시장에서 청약제도는 일반적으로 조금 더 저렴한 가격에 주택을 취득할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신축 주택을 인근 지역의 구축보다 5-10% 저렴한 가격에 취득할 수 있었기 때문이죠. 그러나 현재와 같이 시세 대비 30-40% 가깝게 할인이 되는 청약시장에서 실수요자는 설 곳이 없습니다.
분양가로부터 자유로운 도시형 생활 주택, 공급자도 좋고 수요자도 좋고
도시형 생활주택의 부상은 이러한 청약시장의 변질에서 기여합니다. 사실 공급자의 입장에서도 시세 대비 과도한 분양가 할인은 이익을 감소시키는 요인이기 때문에 달갑지 않습니다. 최근 들어 후분양으로 선회하는 재건축/재개발 단지들이나, 임대 후 분양전환을 시도하는 단지들이 증가하는 추세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분양가 통제로 인하여 이익이 훼손되는 공급자와 과도한 할인으로 수요가 급증해 청약가능성이 낮아진 실수요자들이 도시형 생활 주택에서 만나면서 관심이 증가한 것으로 추측됩니다.
다만, 도시형 생활 주택에 대한 접근은 신중함이 필요합니다. 아파트 주택 공급이 원활해지는 시장환경이 조성될 경우 도시형 생활 주택은 낮은 상품성으로 인하여 다시 소외받는 주택유형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장기적인 실거주를 전제로 하여 주택 가격의 차익이나 증가세보다는 내가 누릴 수 있는 거주 효용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적절해 보입니다.
최근들어 다양한 도시형 생활주택이 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다음번 글에서 한번 정리 해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