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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hd House Sep 13. 2021

아파트 단지의 입구 ‘문주(門柱)'

부동산학 박사의 알쓸신 ’집(家)’ 14회 2021년 9월

20년 이상 구축 아파트에서는 존재감 없는 문주


아파트의 외관도 점점 더 변신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분양된 아파트 단지들의 디자인을 보면, 색채부터 디자인까지 세련미를 더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아파트 단지의 여러 디자인 요소 중에서도 방문자가 가장 처음 접하는 아파트의 대문, 문주에 대해서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혹시 20년이 넘은 구축 아파트에 사시고 계시다면, 우리 아파트의 대문? 하시면서 갸우뚱하실 수도 있습니다.



인상 깊은 문주 디자인의 시작은 아파트 브랜드의 시작과 함께


인상 깊은 문주를 세우기 시작한 지 불과 20여 년 정도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죠. 문주는 2000년대 초반 아파트 브랜드들이 나타나면서, 함께 나타난 아파트의 건설 양식입니다. 건설사명이 아닌 ‘래미안’, ‘자이’와 같은 브랜드들이 나타나면서, 브랜드마다 로고, 상징 색, 글씨 체, 아파트 외관 양식 등 다양한 디자인 요소에 대해서 정의가 내려졌습니다. 문주 디자인에 대해 다양한 시도들이 나타나다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구현할 수 있는 디자인으로 통일되면서 안정화된 것이 2010년께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최근 들어서는 더 눈에 띄는 문주 디자인, 아파트 단지의 시그니쳐


최근 분양/준공 아파트들의 문주 디자인은 더 웅장해지고 존재감을 뽐내고 있습니다. 서초구 반포동 삼호가든 맨션 3차 아파트를 재건축한 ‘디에이치 반포 라클라스’는 16개 대형 철제에 2,400여개의 스테인리스 스틸 패널을 이어 붙여 만들었습니다. 조명도 1만 2천여 개가 장착되어 밤에도 존재감을 뽐내는 것으로 화재가 된 바 있습니다. 이러한 디자인은 도로변 가시성을 극대화시킵니다.



100미터, 200미터, 530미터, 점점 커지는 문주 디자인


롯데 건설이 시공을 맡고 2022년 8월 준공 예정인 ‘르엘 신반포 센트럴’은 문주 길이가 약 100 미터에 달합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조명을 아주 화려하게 해 야간 인지성과 상징성을 높일 것’이라고 롯데건설 관계자는 밝혔습니다. 북가좌 6구역 재건축에 DL이앤씨가 제안한 단지 설계는 무려 530미터의 문주를 제시했습니다. 문주 좌우의 상가와 연계하여 문주와 도로와 접한 상가가 한통으로 설계되어 웬만한 소형 아파트 단지의 길이만큼의 문주를 선보인 것이지요.




짓고 있는 도중에 문주 디자인을 바꾸기도 하고, 리모델링 하기도


이러한 아파트 단지 설계의 변화에 문주를 교체하는 아파트 단지들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작년 3월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의 ‘보라며 신동아 파밀리에’는 문주를 새로 설치했습니다. 2003년에 준공된 서울 성동구 행당동 ‘서울 숲 한신 더 휴’ 역시 문주 신설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인근의 존재감 있는 문주는 건설 중인 아파트의 디자인을 바꾸기도 합니다. “몇 년 전 강동구 상일동에서 신축 아파트가 한꺼번에 들어섰죠. 그 당시에 A브랜드 아파트가 문주를 엄청 크게 짓고 있었는데 맞은편 B브랜드 아파트 주민들이 그걸 보고 이미 기초공사가 끝난 문주를 헐고 다시 지었어요. 아파트에서 문주는 자존심 경쟁을 하는 요소가 분명합니다.”



왜 문주인가? 단독주택의 대문을 생각해보면…


문주의 효용은 사실상 심미적인 부분이 많습니다. 심미적인 요소는 주관적이고 정성적인 만족감으로 이어집니다. 국민소득이 높아지고 사람들이 단독/다세대에서 아파트로의 주거 형태 전환이 가속화된 것이 1970년대 이후 40여 년이라면 이제부터는 아파트 내에서의 차별화된 요소에 대한 선호도 차이가 나타날 가능성이 큽니다. 단독주택의 대문을 생각해본다면 아파트 단지의 존재감 있는 문주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는 것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볼 수 있는 것은 단독주택의 담벼락과 대문뿐이죠



아파트 시장의 성숙과정에 나타나는 차별화 관점에서 바라봐야 하는 문주의 발전


문주 디자인의 차별화는 아파트 시장이 그만큼 성숙기에 들어섰다는 점을 반증합니다. 단지 위치, 세대수, 층, 평면의 크기뿐 아니라, 커뮤니티 시설, 조경, 동 간 거리, 브랜드, 외관 디자인과 같이 세밀한 부분들에 대해 소비자들의 선호도 차이가 나타나고 이러한 소비자의 니즈에 건설사들이 부응하고 있는 과정이라 생각됩니다. 


집 다음으로 가계의 가장 큰 자산인 자동차 시장의 발전을 생각해보시면 쉬울 것 같습니다. 배기량과 크기의 구분에서, 고급 브랜드의 출현, 세밀 해진 디자인과 옵션 스펙트럼, 해외 브랜드의 비중 증가처럼 소비자들의 다양한 니즈에 따라 시장이 변화해 왔습니다. 주택은 자산이기도 하지만, 주거 소비가 구현되는 시장이기도 하기 때문에 투자의 관점이 아닌 생활의 관점에서 다양한 시도들이 나타나고 있고 문주 디자인의 발전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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