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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hd House Sep 05. 2021

재택근무와 집 값, 재택은 주거복지

부동산학 박사의 알쓸신 ’집(家)’ 12회 2021년 9월

일상이 된 재택근무, 훌쩍 다가온 미래


‘재택근무’라는 단어가 지난 일 년간 성큼 다가왔습니다. 

코로나19 이전까지만 해도 ‘재택근무’는 일부 업종의 프리랜서들에게나 해당되거나, 먼 미래의 일이라고 생각이 들었는데 이제는 일상 속에서도 ‘나 재택이야~’ 같은 말을 자주 듣게 됩니다. 


실제 수치로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매일경제 신문이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재택/원격근무제 근로자는 50만 명을 상회해 19년 대비 5.3배 증가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보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심했던 미국의 경우에는 지난해 5월 기준으로 전체 근로자의 35.4%가 재택근무를 경험했고 백신 접종률이 높아진 올해 6월에도 여전히 14.4%의 근로자가 재택근무를 병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재택근무로 통근비용 감소, 직주근접 입지 거주 필요성 낮아져


재택근무는 개인으로 보면 주 5일 동안 왕복 10번의 이동에 대한 비용(시간/금전)을 아껴줍니다. 단순화시켜서 예를 들어 계산을 해본다면, 편도 1시간 도시철도 비용 1500원이 소요되는 통근거리를 갖고 있는 사람은 재택근무를 하면서 매일 2시간과 3,000원을 아낄 수 있게 됩니다. 시간비용을 금전으로 환산하면 17,440원(최저임금 시간당 8,720원 기준)입니다. 연으로 환산하면 거의 500만 원의 비용을 아끼는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지요. 이는 매일 소요되는 비용이고, 이미 투자된 비용도 있습니다. 바로 거주지에 대한 비용이죠. 전면 재택근무를 하는 경우 굳이 직주근접 입지에 거주하기 위해 높은 임대료를 지불하거나 자산을 취득할 필요가 없어집니다.


저 또한 이런 생각을 해본적이 있습니다. 연봉 1,000만원 오르는 것 보다 전면 재택이 가능하면, 교통이 조금 불편한 대신 아이를 키우고 우리가 살기 좋은 지역에 주택을 구매하는 것이 좋겠다. 와 같은 생각 말이죠. 



실리콘 밸리를 떠나 라스베이거스로 떠난 개발자들


실제로 최근 미국의 주택시장에서는 이러한 현상들이 관찰되고 있습니다. 월세시장이 발달되어 있는 미국 주택시장에서 작년 한 해 동안 높은 임대료를 피해 상대적으로 낮은 주택 가격을 형성하고 있는 지역으로 이사한 사례들이 보도되고는 합니다. WSJ(Wall Street Journal)에 따르면 전면 재택근무가 도입되고나서 실리콘밸리 인근에서 라스베이거스로 이주를 했는데, 주택의 공간은 넓어지고 지불하던 렌트에 비해 현재 지불하고 있는 월간 모기지 납입금의 부담 수준이 더 낮다고 합니다. 전면 재택근무 도입으로 ‘직주근접’을 포기할 수 있었고, 직주근접을 포기하니 경제적 부담은 낮아지고 주거 효용은 높아진 것이죠.


현재까지 미국의 주택시장에서는 '재택근무'효과라고 부를만한 현상이 꽤나 관찰되고 있습니다. 미국의 대표적인 주택가격지수인 케이스 쉴러 지수를 살펴봐도 20대 도시의 주택가격 상승률이 10대 도시를 상회하고 있고, 도심 내 아파트 가격 및 임대료 상승 보다 교외 지역의 주택가격 상승률이 높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미국 주택시장에 대해서는 다음번에 기회가 될 때 다시 한번 포스팅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재택근무로 인한 주거입지의 변화, 한국도 적용될까?


한국도 재택근무가 확산되었습니다. 다만, 코로나19 기간 동안 도심 내 주택가격의 상승 또한 높았습니다. 오히려 GTX 노선 예상 지역에서의 주택가격 상승이 언론보도를 장식할 정도로 여전히 직주 근접 도심으로의 접근성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한국은행은 재택근무와 관련한 리포트를 발간하였는데요,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로 인한 부동산 시장의 변화 두 가지에 대해 다뤘습니다.


첫 번째는 대도시의 상업건물의 수요에 대한 것인데 대도시의 상업건물 수요가 낮아지는 요인으로 재택근무가 작용할 수 있으나 제한적일 것을 시사했습니다. 다른 하나는 근로자의 교외 이주수요에 관한 것인데요, 주거비가 보다 저렴한 지역으로의 이주 요인을 높이는 효과가 있으나 이 역시 제한적일 것이라 예상했습니다. 이에 대한 근거로는 서베이 조사에서 서울에 살고 싶은 이유가 직주근접이 다양한 편의시설, 자녀 교육보다 후순위에 있었다는 것을 들었습니다. 



재택근무 하시나요? 전면 재택이 된다면?


재택근무를 하시는 지 모르겠습니다. 만약에 전면 재택근무에 돌입해서 한 달이나 분기에 한번 정도 출근을 하게 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실제로 IT업계 근로자들을 중심으로 강원도나 제주도에서 ‘한 달 살기’를 하며 재택근무를 하는 뉴스를 접하곤 합니다. 


이러한 재택근무가 평생 이어진다면, 그리고 그러한 사람들의 비중이 높아진다면 국내 주택시장에도 변화가 나타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조금 더 생각을 확장해서 생각해본다면, 현재의 높은 주택가격이 향후 국내 기업들의 재택근무를 촉진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전면재택이 근로자에게 제공하는 엄청난 주거복지


예를 들어 현재 서울의 주택가격이 15억이라고 할때 경기도 외곽지역은 7.5억이라고 가정을 해보죠. 그리고 강원도 지역에 비슷한 거주 편익을 제공하는 아파트는 3.5억이라고 예를 들어 보시죠. 우리가 통근을 한다면 영끌을 하든 혹은 15억 서울 아파트와 유사한 입지에 있는 오피스텔이나 빌라에 입주를 하든 해야할 겁니다. 하지만 통근을 하지 않는 다면, 경기도 외곽지역으로 이동을 하면 7.5억의 매몰비용을 아낄 수 있고 강원도로 가면 10억 이상의 여유자금이 생기는 것이죠.


이러한 관점에서 기업은 전면 재택근무를 선택하면서 근로자에게 10억 이상의 여유자금을 제공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고, 연봉이 조금 더 낮더라도 비슷한 역량의 근로자가 장기근속할 확률이 높아질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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