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ara Feb 23. 2022

동업을 해도 될까요?

feat. 창업자의 흔한 착각

자, 앞의 글에서 사업가형 인간의 '완전체'가 쉽지 않다는 것은 알았다.


나 혼자 사업기획, 개발, 마케팅, 인사, 고객관리, 세무회계에 자질구레한 온갖 사무까지 슈퍼맨처럼 다 해내기는 힘들다. 근데 사람들 얘기를 들어보니 '동업은 함부로 하는 게 아니란다'.


뭐 어쩌라는 건지 모르겠다


서울창업허브의 전문위원으로 활동하면서 1인 사업가부터 크게 성장하는 기업까지 수백명의 창업가와 사장님들을 만났다. 동업의 시작부터 해소와 분쟁까지 수년간 지켜본 나만의 데이터에 기반하여, 동업을 하기 전에 검토해야 할 사항에 대하여 정리해보았다.




1. 동업이란 무엇인가 


흔히 동업은 '결혼'에 많이 비유한다. 혼자 살아도 되지만, 둘이 함께 살아야 아프고 힘들 때 의지를 할 수 있으며 아이를 낳고 가족을 구성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그렇다. 동업은 이 험난한 사업가의 세상에서, 월급을 뜯어가지 않는 든든한 내 편 또는 내 팀을 만드는 일이다.


그러나,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


실제로 동업과 결혼을 많이 지켜본 내 경험상, '동업'이 '결혼'보다 더 어렵다. 기본적으로 함께 보내는 시간과 질은 매우 유사하지만, '결혼'은 부부간에 경제적 공동체를 이루는 대신에, '동업'은 동업자간에 서로 경제적 이해관계까지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결혼'은 검은 머리가 파뿌리 될 때까지 영원히 함께하자는 약속인 반면, '동업'은 '이혼을 전제하고 하는 결혼'이다.


 

이혼률이 50% 정도라면, 동업이 쫑나는 비율은 95% 이상이다


주위를 둘러보라. 웬만큼 큰 기업의 오너는 무조건 1명이다. 초기 창업자가 끝까지 함께하는 사례는 상당히 희박하다(없다). 이러한 동업자들의 결별은 간혹 소송화되고, 심심치 않은 경우에 구정물 싸움이 되며 큰 경제적 손실은 물론 회사에 큰 상처를 남기기도 한다.


이러한 미래의 위험부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공동 창업을 희망하며, 때때로 회사의 성장을 위한 불가피하게 선택해야만 하는 일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언제 어떤 조건에서 창업자는 동업을 선택해야 하는가?



2. 동업자의 역할이 명확하며, 나와 역할과 겹치지는 않은지 살펴보라.


만약, 내 비지니스의 핵심 요소로 A와 B가 필요한데, 내가 A만 갖고 B를 갖고 있지 않다면 동업을 선택할 수 밖에 없는 경우이다. 예를 들면, 소프트웨어 회사에서 내가 고객풀과 영업망을 가지고 있지만 IT개발능력이 없는 경우, 식음료 회사를 차리는 데 내가 장비와 부동산을 가지고 있지만 제조 기술이 없는 경우에는 함부로 이탈하지 않으면서 회사에 오너십과 로열티를 가진 공동창업자가 필요하다.


다만, 내가 만난 많은 경우에서 창업자들은, 위와 같이 필수적이지 않은 경우에도 굳이 (친구라는 이유로, 나의 일을 돕는다, 내가 힘들다, 좋은 게 좋은 거다 등등 갖가지 이유로) 동업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으며, 이 경우 대부분 더 골치가 아프거나 더 힘들어지는 비극의 결말을 맺는다.


나는 동업을 고민하는 창업자들을 자문하면서, 언제나 한 가지를 묻는다.

"동업자를 초빙해서 맡기려는 일이, 정말 대표님이 못하는 일입니까?"

거기서, "내가 할 수도 있지만, 내가 혼자 다하기는 힘들다"는 대답이 나온다면, 나의 조언은 언제나 하나다.


"힘들어도 직접 하시는 것이 덜 고생스러운 길이고, 정 시간이 없다면 그 일을 시킬 사람을 고용하십시오."



3. 동업자와 내가 방향성이 같은지 살펴보자.


역할은 잘 나누었지만, 동업자 간에 방향성이 같지 않은 경우들이 있다.

'나는 이 회사를 왜 하려고 하는가', '회사를 키워서 얻으려는 최우선의 것이 돈인가, 명예인가,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인가'에 대하여 진지하게 오랜 시간 많은 대화를 해보자.


동업자는 나와 능력이나 업무영역은 완전히 다르되, 관심사와 목표는 나와 같은 방향이어야 한다.



4. 주식은 받는 사람에게는 아무것도 아니다.


창업자들이 아주 흔하게 착각하는 것이 있다.

나의 회사의 이 소중한 주식을 나누어 주면, 그 사람이 참 로열티를 갖고 열심히 할 것이다!


심지어 받을 사람이 달라고 하지도 않았는데도, 마음에 드는 유능한 인물에게 막 주식부터 조금 주려는 창업자들도 종종 많이 보게 되는데, 완전히 잘못된 착각이니 꿈을 깨시는 것이 좋다.


당신이 향후 가치가 상승할 가능성이 있는 현재 0원인 주식을 아무리 준다한들, 받는 사람에게는 현재의 실제가치인 0원의 가치만을 지닌다. 그냥, 로또 응모권처럼 향후 금전적 가치가 발생할 수도 있으니 "받으면 땡큐"인 것이지, 주식을 받는다고 해서 수령자는 어떠한 의무감(즐거운 정도를 넘어 고통을 감내하는 일을 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실제로 갖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렇게 많은 수의 창업자들이 주식을 분배하고, 몇 달 후에 변호사를 찾아오게 된다.

"큰 맘먹고 주식도 나눠줬는데, 출근을 잘하지 않아요.. 일을 열심히 하지 않아요.. 어떡하죠?"


"당연하죠. 월급을 안줬잖아요!"


사람을 의무적으로 움직이게 하는 것은, 실제로 통장에 입금되는 돈을 받은 때 뿐이라는 사실을 명심하자. 주식은 줄 때는 쉬워도, 다시 뺏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



<동업자를 고려할 때 체크해야 할 것>

1. 회사에 반드시 필요하지만, 내가 하는 것이 완전히 불가능한 영역에서만 동업을 고려하라.
2. 동업자와 나는 능력과 영역이 완전히 다르지만, 관심사와 방향성은 같아야 한다.
3. 추상적인 기대를 가지고, 주식을 주지 말자.


<창업자 자문이야기>

1. 창업해? 말아? (brunch.co.kr)

2. 동업을 해도 될까요? (brunch.co.kr)

3. 창업의 첫 발, 사업자등록 (brunch.co.kr)

4. 개인사업자가 좋은가? 법인이 좋은가? (brunch.co.kr)

5. 직원을 뽑아도 될까요? (brunch.co.kr)

6. 창업자가 알아야 할 노동법 (brunch.co.kr)

7. 스타트업과 법 (brunch.co.kr)

매거진의 이전글 창업해? 말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