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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상엽 Nov 12. 2021

트레이너 이상의 트레이너가 되기 위하여

운동학에 대하여 (feat. 뉴만 키네시오로지)

과학의 발달로 수명이 늘어난 현대사회에서 ‘건강’은 언제나 사람들의 가장 큰 관심사입니다. 건강하기 위해서 우리는 몸에 좋은 음식을 찾아 먹고, 운동을 하려고 합니다. 특히 약 2년간 지속돼온 코로나 팬데믹으로 사람들의 활동에 제약이 생기면서 운동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졌고, 덕분에 운동을 지도하는 트레이너에 대한 관심도 이전보다 많이 높아졌습니다. 현직에서 활동하고 있는 트레이너인 필자도 실제로 이 직업에 대한 궁금증이 많이 늘어난 것을 체감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운동과 저의 직업인 트레이너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운동하면 무조건 건강해진다?

앞서 줄기차게 강조해온 ‘건강’, 우리에게 너무 익숙한 단어지만 그 의미를 다시 한번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한자의 의미를 각각 찾아보면 ‘굳셀 건(健 : 굳세다, 튼튼하다)’과 ‘평안 강(康 : 편안하다)’입니다. 건강하다는 것은 심신이 튼튼하고 편안한 상태이고,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한다면 이 조건에 부합해야겠죠.


하지만 주변을 살펴보면 운동을 하면서 오히려 아픈 경우가 있습니다. 관절에 통증이 심해서 병원을 찾으면 아마 대부분 운동을 쉬라는 권유를 받을 것입니다. 인대나 힘줄의 손상으로 염증이 있다면 몸을 쉬어주는 것이 당연하지만, 근육의 불균형 문제로 아픈 경우라면 조금 달라집니다. 운동을 다루는 학문에서는 관절에서 힘의 균형이 무너질 때 통증이 생기는 질환으로 설명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 운동의 가장 큰 목적은 근육의 균형을 보완하고 유지, 강화하는 것입니다.


흔히 고중량 운동을 하면 부상을 당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무거운 무게를 다루는데도 안 아프게 할 수 있다면? 운동하면서 아픈 원인이 사실 다른 곳에서 왔다면 어떨까요? 운동의 궁극적인 목표는 앞에서도 다뤘다시피 ‘건강’입니다. 건강하게 운동하려면 ‘잘’ 배워서 올바르게 해야 합니다. 운동을 잘해야 아프지 않으면서도 아름다운 몸 가질 수 있으며, ‘건’해지고 ‘강’해질 수 있습니다.

이미지 출처: Pexles


잘 가르치기 위해 ‘운동’을 공부하는 트레이너

트레이너는 대상자가 건강과 어떤 목적을 이룰 수 있도록 지도하는 사람입니다. 따라서 자신의 운동만 잘해야 하는 게 아니라 운동을 잘 가르치기 위해 또 다른 준비가 필요합니다. 그것이 바로 ‘공부’이죠. 트레이너가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는 다양합니다만 가장 큰 이유는 사람마다 홍채와 지문이 모두 다르듯이 신체의 구조 또한 다르기 때문입니다. 또 현대 학문이 아무리 발달했다고는 하나 인체에 대한 연구는 아직도 끊임없이 진행 중입니다. 수많은 사람들에게 운동을 가르치는 트레이너는 다양한 신체 구조에 대한 이해와 경험이 필요하며, 그에 따라 적용되는 이론적인 학습 또한 지속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트레이너는 어떤 공부를 할까요? 일반적으로 트레이너라면 근육에 대해서만 공부한다고 생각을 할 수 있겠지만, 신체의 움직임에 관련된 내용에 집중하는 ‘운동학(kinesiology)’이라는 전문분야를 공부합니다. 신체운동학이란 단어는 그리스어로 움직인다는 뜻 ‘키네시(kinesis)’와 ‘학문(logy)’이라는 뜻에서 유래*했습니다. 다른 여느 학문처럼 운동학을 다루는 책은 정말 많습니다. 그중에서도 필자가 가장 집중적으로 공부하고 있는 책이 있으니, ‘뉴만 키네시오로지’라는 책입니다.

*출처: 뉴만 키네시올로지-근육뼈대계통의 기능해부학 및 운동학(Kinesiology) of the Musculoskeletal System), 2011, 범문에듀케이션, 3page


인체 움직임을 설명하는 바이블, 뉴만의 키네시오로지

어림잡아도 필자가 수십 번은 읽고 또 읽은 책, 지금도 수시로 찾아보는 운동학 교재가 뉴만 키네시오로지(Kinesiology of the Musculoskeletal System: Foundations for Rehabilitation)입니다. 운동학을 공부하는 트레이너분들도 많이 보지만, 이 책은 특히나 손상된 신체의 회복을 다루는 재활 치료 분야에서는 성경과도 같은 책이라고 합니다.

이미지: 뉴만 키네시올로지(Kinesiology of the Musculoskeletal System)

우선 책의 저자인 뉴만 박사에 대해서 소개하겠습니다. 미국 뉴욕 태생의 도널드 A뉴만(Donald A. Neumann, 이하 뉴만) 박사는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 큰 오토바이 사고로 오랫동안 물리치료를 받게 되면서 이 분야를 자신의 평생직업으로 갖게 됩니다. 플로리다 대학교에서 물리치료 학사를 시작으로 아이오와 대학교에서 과학교육 석사, 운동과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고 합니다. 현재 작가 겸 대학 교수로 활동 중인 그는 물리치료 분야에서 재활과 관계된 운동학을 집중적으로 다루면서 많은 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이 분야에서는 매우 영향력 있는 전문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키네시올로지를 한글로 번역하면 ‘운동학’입니다. 조금 더 깊은 의미로 보자면 인체의 운동 역학, 환경과 상호작용하는 구성 요소(해부학적, 생체역학적, 생리학적, 신경학적, 생화학적, 신경 운동, 심리학)에 대해 총체적으로 다루는 학문의 분야입니다.


다양한 학문을 모아 놓은 내용이다 보니 이 책을 여러 번 읽고 있는 저에게도 어렵고 복잡합니다. 제 나름대로 조금 이해하기 쉽게 책을 설명해보겠습니다. 우선 이 책이 다루는 주요 학문 분야에 대해 정의하자면 이렇습니다.


▲해부학: 인체와 그 기관들의 형태 및 구조에 대한 학문

▲생체역학: 어떻게 힘이 생명체 내에서 상호작용 하는지를 정량적으로 연구하기 위해 물리학의 원리를 사용하는 학문

▲생리학: 살아 있는 유기체에 대한 생물학적 연구를 하는 학문


즉, 키네시올로지는 근육뼈대계통 해부학의 광대한 설명에 생체역학과 생리학의 선별된 원리들을 적용하여 단순한 암기보다는 논리적으로 생각할 수 있게 도와주는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트레이너를 위한, 트레이너의 책

뉴만의 대표 저서인 키네시올로지를 비롯한 책들의 특징은 풍부한 임상경험을 바탕으로 쓰였다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여러 운동학 책을 읽어봤지만, 뉴만의 책만큼 자신의 주장보다는 객관적인 사실을 기반으로 설명하는 책이 드물다는 생각입니다. 필자가 이 책을 여러 번 보고 공부하는 이유입니다.


무엇보다 이 책은 트레이너로서 운동을 지도할 때 많은 도움이 됩니다. 예를 들어, 대흉근이라는 가슴 근육의 기능을 설명할 때, 뼈운동형상학*을 바탕으로 어깨 관절과 몸통 뼈대에서 움직이는 동작과 원리를 짚어줍니다. 이 내용을 토대로 벤치 프레스 동작을 할 때 가슴 근육과 협응근(주 근육을 도와주는 근육)을 올바로 사용할 수 있는 동작에 대해 지도할 수 있는 것이죠.


*뼈운동형상학 : 인체를 기본적인 3 가지면을 바탕으로 관절의 움직임을 설명해줍니다. 즉, 3차원으로 보고 설명하기 때문에 오류가 적습니다.

이미지 출처: Pexles

신체 움직임의 원리를 설명할 때도 유용합니다. 책에서는 인체를 정면, 측면, 수평면 3가지 면으로 나누어 입체적으로 보고, 각 관절의 부위마다 정상적인 움직임을 설명합니다. 올바른 움직임의 기준점을 잡게 되니, 올바르지 못한 움직임을 머릿속으로 그려볼 수 있게 됩니다. 중간중간 삽입된 ‘스페셜 포커스’에서는 관절의 손상, 기능적 중요성 등에 관련한 내용을 보다 자세히 다루어, 부위별로 조심해야 할 부분에 대해 더 세심하게 공부할 수 있어 많은 도움이 됩니다.


운동을 글로 배울 수 있도록

‘연애를 글로 배웠어요’라는 말이 유행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실제 경험해봐야 할 연애를 글로 간접 경험만 한 덕분에(?) 실전에서는 연애 꽝이 돼야 했던 웃픈 뜻이 담겨있죠. 운동이야말로 실전 연습과 수많은 경험이 필요한 분야입니다.  하지만 글을 통해 제대로 공부하고 실전에서 연습을 한다면 운동을 더욱 잘할 수 있습니다. 트레이너인 필자가 끊임없이 운동을 공부하고, 그 내용을 브런치에 적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습니다.


한국에는 열심히 공부하고 운동하고, 자기 계발을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는 트레이너 선생님들이 계십니다. 저도 그중 한 명이 되기 위해 키네시올로지를 비롯해 Thieme atlas of anatomy, 근막경선해부학 등 다양한 운동, 신체 관련 책을 보며 노력 중입니다. 제가, 그리고 많은 트레이너들이 운동을 더 잘 가르치기 위해 책을 보고 배우듯, 여러분도 운동을 더 잘하고 싶다면 글로 운동을 배우셨으면 합니다. 앞으로 브런치를 통해 진지하게 운동을 하고 싶지만 혼자서는 어려움을 느끼는 분들께 도움을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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