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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예희 Mar 17. 2017

오라 가라에 대하여

세상에는 사람을 쉽게 오라 가라 할 수 있는 타입의 인간이 있다. 자신의 권력을 확인하고 싶어서다. 보통은 아쉬운 쪽이 예, 하고 찾아가게 된다. 그것을 알기에 그래 너는 얼마나 아쉽니 하며 사람을 떠보는 것이다. 일 이야기를 제대로 하기 위해 미팅을 요청하는 것과는 매우 다른 상황이다. 일단 오세요, 한번 오세요 라고 자신의 근무처로 불러놓은 후 '아, 어떤 분인지 한 번 만나고 싶었어요' 하고 끝인 경우가 꽤 있다. 권력을 이용한 갑질이다. 어디서 아주 그냥 못된 것만 쏙쏙 골라서 배운 모양이다. 네가 와라 개새끼야. 속으로만 욕한다. 내 시간은 네 시간과 똑같이 소중하다. 속으로만 외친다. 


배려를 아는 사람은 상대방의 근무처 위치를 묻는다. 많이 먼데 괜찮으신가요, 하고 양해를 구한다. 중간 어딘가에서 만날 것을 제의하기도 한다. 평일에 시간을 내어야 할 사람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다. 그 정도의 제스처만 해줘도 기꺼이 찾아간다. 내가 관심 있는 분야라면 더욱 그런데, 어떤 회사이며 어떤 공간인지 눈으로 직접 보는 것도 앞으로의 일에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밑도 끝도 없이 다짜고짜 사람을 오라 가라 한다면 얘기가 다르다. 어떤 일이며 대략적인 일정을 알고 싶다고 요청해야 한다. 거기에 대한 대답이 뭔가 애매하다 싶으면 머릿속에서 경고등이 삐요 삐요 소리를 내며 돌아간다. 아 이 새끼 이거 오라 가라 새끼일 확률이 높구나.


홈 그라운드 편한 거 누가 모르냐. 

나도 내 집이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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