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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예희 Mar 20. 2017

<작가의 수지>에 대하여

"좋아하니까 쓴다는 사람은 열정이 식었을 때 슬럼프에 빠진다. 자랑할 만한 직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비판과 비난을 받으면 의욕을 잃는다. 그러니까 그런 감정적 동기만으로 버티면 언젠가 감정 때문에 글을 못 쓰게 될 수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일이니까 쓴다는 사람은 슬럼프를 모른다. 글을 쓰면 쓴 만큼 돈을 벌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소설가 이외의 직업, 아니 어떤 직업에 대해서도 똑같은 말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직업을 놓고 ‘보람‘이니 ‘꿈‘이니 하는 환상을 품는 젊은이가 많다. 그것은 그런 이미지를 심으려고 하는 세력이 있기 때문인데, 현실 사회에는 그런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환상일 뿐이다. "


모리 히로시 <작가의 수지> 중에서






최근 이 책을 읽다 무릎을 탁 쳤다(아얏). 나는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게 아니라 하고 있는 일을 좋아하려고 애쓴다. 그렇게 20년 가까이 프리랜서로 일했다. 일이 있으니 하는 것이고 마감이 닥치니 엄수하는 것이다. 열정 하나로 버티겠어요 라는 식이었다면 애저녁에 하얗게 타 봄바람에 훨훨 날아가버렸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일이 의미 없다거나 재미없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의뢰를 받으면 설렌다. 나를 믿고 일을 맡겨주다니 감사하다. 정해진 일정에 맞게 작업을 마치면 뿌듯하다. 약속한 날짜에 결제를 받으면 신이 난다. 하지만 정말로 기쁠 때는 따로 있다. 그때 그 클라이언트가 다시 일을 제의할 때다. 겸손하게 말하자면 최소한 지난번 일을 망치지는 않았다는 뜻이고 대놓고 말하자면 돈값을 했다는 뜻이다.  


담당자가 그의 상사에게 새로운 일을 맡길 사람으로 나를 다시 추천했을 때 '아, 그 사람, 나쁘지 않지. 연락해봐요.'라고 대답한다면 나는 무척 기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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