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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예희 Mar 27. 2017

1. 여행의 시작

2015년 04월 20일 월요일

포르투갈 여행을 시작합니다.








이것은 출발 전날 밤의 사진. 

사무실 바닥에 가져갈 짐을 쫘악 펴 놓고 꾸욱꾸욱 눌러담아 봅니다... 가 아니지. 벌써 눌러담으면 귀국할때 아주 곤란하므로 갈때는 헐렁하게 가유. 옷은 가운데 파랗고 네모진 수납가방에 돌돌도르르 말아서 넣으면 생각 이상으로 많이 들어갑니다.







이번 여행의 동반자는 이 책 두 권입니다. 

재밌으면 좋겠다 재미없어도 할 수 없지 라고 생각하며 챙겼는데, 아주 좋은 선택이었습니다.







그리하여 인천공항. 셔틀 트레인을 타고 쩌어기 건너편 출국장으로 가서







미리 질러놓은 면세품을 찾은 후 비행기를 타러 갑니다. 

얼굴에 바르는게 똑 떨어졌는데 젠장 영국에서 화장품 직구한게 생각보다 도에 지나치게 늦게 와 클렌징이니 페이스 오일이니 등등 몇가지를 급히 주문했어요.








우얏든동 탑승. 오후 2시 25분, 루프트한자입니다. 뭐죠 이 깜찍한 구름과자 비행기과자는







그래봤자 과자맛이지만 생긴게 이러니까 괜히 기분이 좋음. 

그나저나 예전부터 생각한 건데 기내 사고 방지용으로다 뾰족한거 위험한거 못 가지고 타잖아요? 근데 루프트한자 비행기에선 병맥주를 줍니다. 확 마 씨 칵 병 깨갖고 난동 부리면 우짜나







라고 쓰니까 병맥주좀 마신것 같지만 얌전히 탄산수만 벌컥벌컥 마셨음 and 말씀드리는 순간 오오 도착인가







는 아니고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이여. 

여기서 2시간 가량 대기했다 포르투갈 리스본행 비행기로 갈아탑니다.







그리하여 우왕 공항 와이파이당 우왕 30분 공짜다 라며 신나게 메일을 확인하는데 두두둥... 

제가 말이죠... 여행 직전에 신용카드 해외 불법복제를 당했거든요. 숙소 예약하고 기차표 예매하고 등등 해외 결제를 하다 뒷통수를 빡 맞았습니다. 그래서 부랴부랴 카드 정지를 시켜놓고 출국한 것인데 요기 공항에서 메일을 확인하니 어머나 그 카드로 예약한 숙소 중 한곳이 니 카드 이상하다며 취소를 시켰네?









그리하여 어우 모야 메일 안봤으면 어쩔뻔했어 라며 급히 다른 숙소를 검색해 다시 예약하고 리스본행 비행기에 탑승합니다. 

호호 첫날부터 사람 놀라게 왜이랭... 그치만 난 여행을 여러번 해 봤응게 이정도로는 놀라지 않지(매우 놀람)... 하지만 이때는 몰랐습니다. 이게 시작이었던 것을...







그나저나 어디보자 리스본 가는게 멫번 탑승구여 어이구 삭신이야







전 비행기에서 매우 성실하게 사육당해 배가 몹시 부른데도 리스본행 비행기에서 다시 사육을 시작하니 또 먹게 됩니다. 그래야 힘내서 짐도 잘 찾고 그러는거지 라며 혼자 괜히 화냄. 

그나저나 호호 어째서 나의 짐은 항상 제일 늦게 나오는 걸까요 호호홍 보라색 가방오빠 좋겠다 일찍 나와서 호호홍







리스본 공항은 곧바로 지하철역으로 연결됩니다. 

짐 찾고 어쩌고 하다 보니 밤 12시가 넘었는데 지하철은 약 새벽 1시까지 다닌대서 어우 다행이야 하며 타러 옴. 사진엔 잘 보이지 않지만 몇분후 도착한단다 라는 안내가 저기 저 전광판에 나온답니다.







그리하여 여차저차 중간에 한번 갈아타고 미리 예약한 숙소에 도착. 

새벽 한시 가까운 시간이라 체크인이니 뭐니 등등은 내일 아침 하기로 하고 일단 씻고 퍼잡니다. 오빠 방값이랑 여권이랑은 내일 줄께 응응 내일








그리고 다음날. 포르투갈 여행의 진짜 첫날이 밝았습니다. 

허허 창문을 열어보니 전망이 이래 이쁘장하구먼... 라는 것은 여기 건물 4층인데 0층부터 시작하는 관계로 실제론 5층임. 어젯밤 주인 아저씨가 2층에도 방이 있지만 얘야 우리집 4층 방을 추천하고 싶어 왜냐면 전망이 좋단다 라고 강력히 권하길래 덥석 물었습니다. 엘리베이터가 없어 가방 나르는게 좀 빡셌지만 거야 뭐 ㅎㅎ








한시 넘어서 잤는데 어우 세시쯤 깨서 다시 잠을 청했으나 장렬히 실패.

제가 인간적으로 누웠다 하면 안깨고 8시간이 기본인 여인인데 처음으로 시차라는 것에 무릎을 꿇었습니다. 그리하여 옷장에 옷도 걸어놓고 괜히 새벽부터 머리도 감고 털고 말리며 시간을 보내다 호호 쫌 있다가 정식으로 체크인 해야 하니깐 방값이랑 여권이랑 꺼내놔야지 하며 가방을 열었는데... 뭐죠 왜 여권이 없는거죠...








우와 이럴때 얼굴에 피 확 쏠리면서 어깨에 힘 빡 들어가면서 스트레스 확 받잖아. 

그래갖고 미친듯이 가방이랑 이거저거 다 뒤지다가 아 그렇구나 갈아탄 비행기 앞좌석 등받이에 고이 꽂아두고 내렸구나 라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껄껄껄 꺼얼껄껄껄... 

그나저나 왠지 공중으로 둥실 떠올라 360도 홱 돌것만 같은 침대 ㅎㅎ 







뭐 어쩌것습니까 일은 벌어진 것입니다. 

그리하여 숙소 주인 아저씨에게 여차저차하여 저차여차하니 나는 공항에 가보겠소 합니다. 저보다 더 놀란 그분은 돈워리 걱정마 내가 구글을(타다다닥) 어디보자(타다다닥) 오오 한국 대사관이 바로 근처야 너 남한 맞지 북한 아니지 내가 여기 지도 출력해줄께 일단 공항 갔다가 대사관도 들러봐 라며 매우 열심히 도와줌. 

그 와중에 호호 아침밥 안먹으면 벌컥 신경질이 나는 1인은 살아보겠다며 지하철역 근처 빵집에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완제품을 손가락으로 콕 찍어 주문하면 왠지 지는 것 같다는 생각에 굳이 미리 조사한 자료를 뒤적이며 우아하게 부르짖었어요. 

빵 꼼 만테이가pao com manteiga! 

pao은 빵이요 manteiga는 버터임.







그니까 빵에 버터를 슥슥 발라 주는 것인데 여러분 여기가 어딥니까 빵대국 포르투갈 아닙니까. 빵이라는 말이 포르투갈어라메? 머핀 같은 거 케익 같은 거 페이스트리 같은 거 등등 여러가지 종류 중 덤덤하고 허옇게 생긴 애를 콕 집어 '빵'이라고 합니다. 

어우 되게 재미없게 생겼는데 드럽게 맛있졍. 굽지도 않고 맨 빵에다 버터 두껍게 슥슥 바른 건데 어우야 막 온몸에 스며들엉...







그거랑 찌인한 비까bica 한잔이랑 해서 1.5유로인데 여행 당시 환율이 약 1170원이었으니 허허 여러분 이것이 포르투갈의 물가인 것입니다. 비까는 그니까 에스프레소랑 무척 비슷한데 그보다 좀 더 진한 커피야요(라는 것은 둘다 쓰다는 소리임).







잠깐 근데 내가 뭐 하던 중이었지? 아 맞아 여권 ㅋ

급박한 와중에도 아침은 꼭 먹어야 하는 저 자신을 매우 자랑스럽게 여기며 우적우적 맛있게 먹은 후 지하철을 타고 공항으로 달려갑니다. 만약 제 사무실인 용인-인천공항 정도의 거리였다면 왔다갔다 하다 하루가 훅 가고 맛도 훅 갈텐데 다행히 리스본 시내와 공항이 꽤 가까와 가볍게 휙 도착했습니다.







그리고 여차저차 저차여차하여 여권을 다시 품에 안은 1인.

그래 너구나... 라는 듯한 분실물 센터 언니오빠들의 표정을 잊을 수 없을 것이여. 아아 이제 진짜로 여행을 시작할 수 있어 어헝헝헝헝








그리하여 어젯밤 숙소 갈때 샀던 교통카드인 비바 비아젬viva viagem, 걍 비바카드에 돈을 충전합니다. 

이 카드가 뭐냐면 그니까 리스본에선 이걸로 대동단결하면 되는 카드인데 지하철 트램 버스 그리고 요것조것 탈것에 두루 쓰이는 편리한 물건이야요. 버스는 다 되는건 아니고, 되는 회사가 있고 안되는 회사가 있고 그랴. 한번 충전하면 1년간 사용 가능한데 환불은 안된다니 한번에 돈을 너무 많이 넣지 않는게 좋것습니다. 

and 아까부터 차암 눈에 거슬리는 손목지갑... 나중에 반대편 손목으로 옮겼는데 이때까진 아직 정신이 4/5쯤 나가 있는 상태라 비주얼 따위 신경쓸 겨를이 없었네.








그렇게 환한 얼굴로 다시 숙소로 컴백한 1인. 

허허 덕분에 리스본 지하철 이용법을 아주 그냥 서바이벌로다가 확 익혔음. 숙소의 그분께 자 이것을 보아라 남한의 여권이라는 것이다 나는 살았다 엉엉 하고 진!짜로 여행을 시작합니다. 어우 근데 벌써 쌔가 빠져...







날은 또 얼마나 쨍한지 몰러요.

맨 첫날 아침 일찍 가기로 한 그 곳으로, 조금 늦긴 했지만 후딱 달려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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