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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예희 Mar 27. 2017

3. 밥먹고 수도원 구경

페이라 다 라드라feira da ladra 베룩시장을 돌아다니다 당이 뚝뚝 떨어지면서 아 뭔가를 제대로 먹지 않으면 어떻게 될것만 같아 라는 생각이 들어 근처에서 밥 먹을만한 곳을 찾기 시작합니다. 딱 보니까 동네사람들 버글버글한 곳이 있길래 그려 여기여 하며 들어옴. 자자 무엇을 먹을 것인가!







급 고민에 빠진 1인은 소심하게 론리 플래닛의 포르투갈 단어 설명 페이지를 홰래랙 넘겨봅니다. 

여행 자료 수집 단계엔 나름 자신감이 마구 붙으면서! 이미 포르투갈 현지인이라도 된듯 아하하 나 이제 얘네들 뭐 먹고 사는지 다 알지롱이라고 잘난척 하지만 막상 와보면 어... 어... 어... 어버버버 하게 돼요. 다들 막 나만 쳐다보는 것 같구 막 어우 막 뭐 먹을지 후딱 대답 못하면 촌년 된것 같구 막








근데 포르투갈 하면 이거 아닌가요. 바깔라우bacalhau. 거대 대구를 잡자마자 왕소금에 팍팍 염장한 것. 

어마어마하게 짜니 먹을땐 최소 2-3일 가량 찬물에 담가놓고 중간중간 물을 갈아주며 짠기를 빼 줘야 합니다. 포르투갈과 스페인, 그러니까 이베리아 반도에선 요 바깔라우를 참 다양한 방법으로 요리조리 지지고 볶고 삶아 먹어요. 









필연적으로 물에 푹 담갔다 꺼내서 조리하는 거라 어쩔 수 없이 매가리 없게 생겼다는게 바깔라우의 특징입니다. 그리고 살이 쫀쫀하다는 것. 생물 대구와는 상당히 다릅니다. 질겅질겅 씹는 맛이 강하고 감칠맛도 좋습니다. 

메뉴판을 스슥 보니 병아리콩이랑 감자랑 바깔라우 어쩌고 라고 써 있길래(먹을거 관련 포르투갈어만 아는 1인) 고것을 주문하니 참으로 이름이랑 똑같은 음식이 나왔스야. 올리브 오일 좍좍 뿌려서 맛있게 먹었습니다.








샐러드랑 바깔라우랑 해서 8유로. 이 동네 물가 괜찮다니깐? 

그나저나 차암 사랑받는 맥주 수페르복super bock 냅킨통. 냅킨에 쓰인 obrigado(고마웡)를 보니 아 여기 포르투갈 맞구나 실감이 나요. 주변을 둘러보니 다들 수페르복이든 와인이든 뭔가를 마시고 있습니다. 나... 나도 맥주 마시고 싶... 그치만 지금 내 상태론 무리... 마시면 혼수상태... 어제 두시간 겨우 잤...








포르투갈 식당의 점심 영업시간은 대략 12시부터 3시 사이입니다. 애매하게 붕 뜬 시간에 배가 고파 뒤지겠다 싶으면 빵집이나 까페(보통 두가지를 겸함)에 가야 함. 지금은 12시 반, 손님들이 우워워워 몰려들 때죠. 

다들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보며 주문하는 대신 카운터에 서서 이모 나 뭐 줘요 한 다음 자리에 앉더라구요. 단골들인 모양입니다. 그런 분위기라 저도 그래야 하는줄 알고 쫄아서 저 틈에 끼어 바... 바깔라우... 어물어물... 막 이랬다니깐? 나중에 보니 안그래도 되는 거였음. 우얏든동 맛있게 먹었습니다. 포르투갈에서의 첫 점심!









뱃속에 뭐가 들어가니 어우 세상이 다르게 보이네. 살살 걸어걸어 트램 정류장 쪽으로 나가봅니다.









벼룩시장이 있는 알파마alfama 지역은 오르내리막 경사가 꽤 심한 지형인데, 사실은 이 지역만 그런게 아니라 리스본이라는 도시가 크고 작은 언덕으로 이루어져 있기도 합니다... 라는 것은 후후후... 신발 편한거 쿠션있는거 신는게 좋을게야... 무릎이 나갈게야...








사진 작은사이즈 한장 1유로 일곱장 5유로라는 그분. 리스본 구시가지 알파마 곳곳을 담은 사진들입니다. 엽서처럼 쓰기도 좋겠네.








가방에 묶인 멍멍이









엄마아빠 어디갔어 개무룩









한편 이분은 개심심









차가운 돌바닥에 뺨을 대고 엎드린 그분. 입 돌아가기 딱 좋은 포즈입니다.









개와 함께 벼룩시장에 참여한 판매자들이 꽤 많습니다. 제 생각같아선 뭐야뭐야 여기뭐야 하며 들쑤시고 다닐 것 같은데 다들 얌전히 가만히 조용히 있더라구요. 한두번 와본게 아닌 모양이구먼.









뜬금없이 쿵야 하고 등장한 이 곳은 아까 트램 정류장 앞의 빅교회, 이그레자 드 상 빈첸테 드 포라igreja de sao vicente de fora의 내부입니다. 그래도 왠지 여행 첫날인데 유적 같은 곳도 한번은 가야겠지 라는 의무감으로 함 들어와 봤스야. 

근데 입장료 얼마 내니까 절로 가라길래 왔더니 웬 지하 저수지의 흔적이 나와서 잠시 실망합니다. 12세기, 포르투갈 최초의 왕 시대에 만든 빗물 저장소라는데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여 이싸람들아









근데 지하 저수지 옆에 계단이 있길래 올라가 보니








그렇군요 여길 보라는 것이었군요. 무엇보다 천정의 그림이 눈에 확 들어옵니다. 

18세기 이탈리아 화가인 빈첸조 바차렐리Vincenzo Baccarelli의 1710년도 작품인데, 이 양반이 뭐하는 양반이냐면 당시 포르투갈 왕실 및 상류층의 건축에 큰 영향을 미친 장식가이기도 합니다. 이 공간의 경우는 천정이 비교적 낮은 편인데 그림을 교묘하게 잘 그려놔서 얼핏 보면 천정이 꽤나 높아 보여요. 머리 좋아 머리 좋아...








벽 곳곳에는 푸른 빛의 타일, 아줄레주azulejo 장식이 이렇게 두둥









사실 타일 장식이라는건 페르시아쪽 동네 예술 아니겠습니까. 아줄레주라는 용어도 반짝반짝 윤 나는 돌을 뜻하는 아랍어인 알 줄라이카al zulaycha에서 온 것인데, 무슬림 예술인 타일이 무어인의 이베리아 침공때 여차저차 물건너와 스페인에선 스페인 스타일로, 포르투갈에선 포르투갈 스타일로 서서히 변해갔습니다. 남귤북지 두두둥...








일렁일렁 울렁울렁 착시 현상이 매력적인 천정 그림과 벽면의 아줄레주 다음으로 눈에 들어온 것은 쩌어기 저 짤뚱한 장식 기둥들인데









하이고 요거요거 밝은색 대리석에다 색깔있는 돌로다 상감세공했구먼. 이런걸 보면 하아 이거 얼마 받고 했을까 얼마나 쌔빠졌을까 라는 생각이 먼저 드는 미대나온 여인이옵니다. 참으로 곱지요. 

그 옆의 진한 색 기둥들은 브라질산 나무로 만든건데... 라는 것은 포르투갈이 또 막 대항해시대 막 그래갖고 브라질 막 식민지 막 그랬잖아? 그래서 온갖 좋은걸 배에 잔뜩 싣고 와서 요기조기 잘 써먹었다고 합니다.









창가에서 셀카를 박아보는 잠이 덜깬 여인









저 멀리 떼주 강rio tejo이 보입니다. 봐도 봐도 왠지 바다처럼 느껴지는 강.









그리고 외부 회랑을 한바퀴 빙 돌아봅니다. 이곳 이그레자 드 상 빈첸테 드 포라igreja de sao vicente de fora는 1147년에 지은 수도원igreja입니다. sao라는건 saint, 그러니까 성인을 뜻하는 단어인데 ~ao를 앙 이라고 발음해요. 

여하튼 1147년에 지은걸 16세기 말에 전체적으로 쫙 보수했는데 이런 젠장 1755년에 리스본에 대지진이 일어나 큰 피해를 입었고, 또다시 싹 갈아 엎어야 했습니다.









요런 아줄레주가 이렇게 멋진 발전을 할 수 있었던게 실은 대지진의 영향이기도 한데, 그니까 1755년 지진으로 수많은 건물들이 와르르 무너졌으니 다시 새로 지어야 하지 않것어요? 그러니 온갖 자재들이 필요했것쥬. 물론 타일도요. 얼마나 많이 필요했것습니까. 그래서 피해는 컸지만 오히려 건축 경기는 대 호황이었다고 합니다. 









회랑을 빙 둘러가며 장식된 아름다운 아줄레주들









8세기 초반 시작된 무어인의 이베리아 반도 침공때 함께 스스슥 들어온 타일 예술은 이후 스페인과 포르투갈 사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발전했고, 여차저차 이탈리아 등 주변 국가들의 영향도 쫌 받고, 시간이 또 하안참 지나 19세기엔 아르누보니 아르데코니 등등 그 시기 유행을 요래조래 따라가며 변해왔습니다... 

라고 쓰다 보니 흐흐흠 얼굴 부분의 손상이 눈에 들어오는데









오래된 타일이니 손상이야 어느 정도는 있을 수 있겠지만









공간을 쫘악 둘러보면 전체적으로다 보존 상태가 상당히 좋거든요. 그런데 인물의 얼굴 부분만 콕 집어 손상되어 있으니 요상합니다.









이렇게요. 아마도 무슬림이 한 일이 아닐까 싶은 것이, 이슬람 경전인 꾸란에선 사람이나 동물의 형상을 그림, 조각 등으로 만드는 것을 금하고 있으니 어떤 시기에 무슬림(북아프리카 무어인일 확률이 높은)이 이 지역을 침공한 후 아잇 포르투갈 놈들 우상숭배 하네 라며 얼굴만 골라 콕콕 두드려 팬 것이 아닐까 추측해보는 1인이옵니다. 








서로 지랄지랄 싸우며 정복과 재탈환을 반복한 무어인과 포르투갈, 스페인 사람들. 스페인 특히 남부에서도 반달리즘과 역 반달리즘의 흔적(이라는 것은 그니깐 스페인 사람들이 성화를 그려 놓으면 무슬림이 와서 그 위에 코란의 글귀를 써 놓고 다시 스페인 사람들이 와서 그 위에 성화 한겹 더 그리는-.- 멫겹이니 대체-.-)을 보며 거참 흥미롭구나 했었던 기억이 나요. 

어찌 되었든 간에 그런 괴이한 행위들이 또 하나의 독특한 무언가를 만든 것도 사실입니다.









라고 뭣좀 아는척좀 해봤엉 ㅋㅋㅋ









회랑을 돌다 보니 읭? 웬 라 퐁텐? 뭐 하는 곳인가 벽에 붙은 설명 글을 읽어보니 라 퐁텐La Fontaine의 우화를 소재로 한 아줄레주를 전시한 공간이구만요. 교활한 여우니 욕심많은 늑대니 등등. 그 그렇구나 하며 걍 한번 슥 둘러보았습니다.







그 와중에 심금을 울리는 토끼의 헐 표정






구경 잘했다! 이곳의 입장료는 5유로.








밖으로 나왔습니다. 이그레자 드 상 빈첸테 드 포라igreja de sao vicente de fora의 입구는 요래 작은데 내부는 어이구야 싶게 널찍합니다. 관람객이 많지 않아 조용히, 즐겁게 좋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자 이젠 또 어디로 가 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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