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답만 쏙쏙 고르고 싶은가. 그럴싸한, 있어 보이는 말만 딱딱 하고 싶은가. 촌철살인의 욕구. 한 줄의 글로, 한마디의 말로 읽는 사람 듣는 사람 그 누군가를 오오! 하고 놀라게 만들고 싶은 욕심. 때로는 성급하게 말을 날리고 그 말은 살이 되어 다시 돌아와 내 안에 박힌다. 나는 바보야 내가 왜 그랬지, 쓰잘데기 없는 소리를 했어 라며 후회 또 후회. 때로는 반대로 정제된 한마디, 고르고 고른 고이 다듬은 한마디로 놀래켜 주마 라며 끙끙거린다. 그렇게 어렵사리 나온 한마디는 하핫 뭔 말인지 모르게 꼬여있거나 쓰잘데기 없이 화려하기만 하거나 또는 이제 와서 뭔 뒷북이세요 싶은 것들이다. 역시 바보다. 왜 그렇게 말에, 글에 힘을 주고 싶은 거지?
라고 생각하며 나는 지금 글을 쓰고 있다. 생각나는 대로 그냥 줄줄 녹음기에 녹음하듯 다라라라 키보드를 두드린다. 왜죠, 무엇 때문이죠, 그렇게 물으면 나도 모른다. 하지만 뭐 계속 글을 쓰다 보면, 글들이 쌓이다 보면 뭐라도 되겠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시간은 간다. 똑같이 공평하게 흐른다. 글이라도 쌓아 두겠다. 잔 가지를 쳐내고 맨들 매끈 다듬는 건 나중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