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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예희 Mar 27. 2017

9. 동네 수퍼마켓 스윽

문어국밥 아로즈 드 뽈보arroz de polvo에 무진장 감동한 1인은 그렇구나 포르투갈은 참 좋은 곳이야 라는 생각을 하며 계속 걸어봅니다. 같은 풍경이라도 배가 고플 때랑 맛있는거 딱 먹었을 때랑은 차암 다르게 보이는구만요.








말씀드리는 순간 오호 동네 수퍼









돌 패턴 바닥인 칼사다 포르투게사calcada portuguesa로 가게 이름을 멋지게 박아 놓았습니다. 어서오세요 발매트의 돌 버전인가요.

호시우 광장이랑 등 맞대고 붙어 있는 피게이라 광장praca da figueira 어드메의 수퍼마켓이라 이름이 메르까도 다 피게이라mercado da figueira인가봐요. 







수퍼마켓 내부 바닥도 온통 칼사다 포르투게사... 라고 생각했는데 자세히 보니 으하하 그 느낌을 살린 걍 매끈한 바닥이구먼. 좀 전 사진의 입구 바닥도 마찬가지구요. 하기사 쇼핑 카트 끌고 다녀야 하는데 바닥이 오돌도돌하면 좀 그렇겠지라. 우얏든동 포르투갈 느낌 제대로 살아있는 건축 자재입니다.









과일 쫘악 깔렸네









아보카도abacate 1킬로에 2.75유로여. 고 옆 사과는 마쌀maçã, 위쪽 파인애플은 아바카씨abacaxi 라고 합니다... 

라고 여얼심히 쌧바닥을 굴려보지만 흑흑 포르투갈 사람들은 나의 발음 따위 한 개도 못 알아 듣길래 좌절함. 아바카씨 오백 번 해 봤자 못 알아듣고 아보카도여 하니까 한번에 알아 듣는 그분들...







그래도 꿋꿋하게 포르투갈 단어 배워온 거를 늘어놓는 신예희씨. 

긍게 이쪽은 딱 봐도 요거튼데 특히 쇼케이스 창문에 붙어있는 복숭아 맛 다농 스티커에 붙은 건 저지방이라고 써 있는 것이여. 







먹겠다는 의지 하나로 먹을 거 관련 포르투갈어를 제가 보름만에 이렇게 배워왔습니다 여러분. 

한편 요쪽 생선코너의 시꺼멓고 길쭉한 애는 에스빠다 쁘레또espada preto 라는 건데 아무리 봐도 갈치랑 되게 비슷하잖겠어요? 나중에 와이파이 터지는 데서 클릭클릭 검색해보니 검은 갈치라고 하더라구요. 그르쿠낭...







근데 난 이쪽에 더 관심있엉









이렇게 덩어리 치즈가 왕캉왕캉 쌓여 있는걸 보면 입에 맞든 안맞든 일단 왠지 막 설레는 거 있죠. 

이젠 우리나라에도 다양한 치즈가 들어오긴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요런 모습을 보면 그냥 마냥 신기합니다. 

특히 포르투갈 치즈는 국내에서 찾기가 어려워 더 그렇구먼. 치즈는 꿰이조queijo라고 해요.







하지만 신기하다 욕심난다 하면서도 막상 먹어보자 하면 갑자기 막막해지곤 합니다. 

어떻게 먹지? 으레 빵에 바르거나 끼우고, 잘게 썰어 샐러드에 넣거나 걍 치즈보드라며 도마 위에 좌라락 올려 놓는 것 말고도 각 치즈에 맞는 먹자방법이 있을텐데 고게 쉽지 않구만요. 요 육가공품들도 마찬가지. 어릴적부터 먹어온 치즈와 햄과 소시지는 아주 한정된 것이었기 때문에 이런 애들 앞에선 급 수줍모드...







헤헹 그래도 있는 힘껏 먹을테야! 

요 꾸덕꾸덕해 보이는 애들은 쫑쫑 썰어 닭육수 야채육수 같은 것 낼때 함께 집어넣고 푹푹 끼려주면 뭔가 좋은 냄새랑 맛이 우러나더라구요. 이번 여행중에 어깨 너머로 배운 방법입니다. 이렇게 하나씩 배워 가는거지 뭐어.








한편 이곳에도 어김없이 바깔라우가 두두둥. 포르투갈 수퍼마켓이며 시장에 바깔라우 빠지면 섭하죠. 

워낙 소금에 찐하게 파뭍혀 있던 애들이라 이대로 먹을 순 없고 최소한 2-3일은 찬물에 담가놓고 중간중간 물을 갈아가며 짠 기를 빼 줘야 합니다... 라고 해봤자 여전히 짬. 그치만 삼투압 뭐시기 현상으로 살이 딴딴 쫀쫀해져 생물 대구랑은 또 다른 매력적인 맛과 질감으로 변해요.







찬물에 얼마나 담가야 해? 라고 바깔라우 코너 언니에게 물어보니 크기에 따라 다르다고 하네요. 생선 토막이 작을수록 금방 된다고. 그러니 요런 작은 조각들은 비교적 후딱 준비해서 후딱 먹을 수 있겠구만요.









어우야 너네는 한참이겠다









수페르복 맥주 짠짠짠









올리브 오일 짠짠짠. 

올리브는 올리바oliva 라고 하지만, 올리브 오일은 아제이트azeite라고 합니다. 

헷갈리게 이럴거양? 그치만 싸니까 봐줄거양. 한깡통 사갖구 갈거양.








근데 깡통마개가 없엉ㅋㅋ 

위로도 보고 뒤집어도 보고 한바퀴 빙 돌려도 봤으나 어디로 어떻게 따야 할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는구만요. 야 이거 뭔가... 되게 옛날식인데...







짐가방에 넣고 굴리기엔 깡통이 짱이지만 상황이 이러하니 병 쪽으로 눈을 돌려봅니다. 물론 지금 살건 아니고 여행 막판에 쫙 몰아서 장을 볼거지만요. 

요것들은 무려 3리터 들이 올리브 오일이에요. 일상적으로 얼마나 많이 쓴다는 이야기인가.







그리 큰 수퍼마켓은 아니지만 있을건 다 있습니다. 와인도 이렇게 다양하고









팩 우유도 이렇게 다양한데









흰거 딸기맛 초코맛 저지방 무지방 락토프리 두유 등등 다 있구먼. 

그중에서도 갈라웅galão에 주목해 봅니다. 왜냐면 쫌 있다가 까페에 가서 요것을 각잡고 마실 예정이기 때문임. 







여행중 꿀mel 을 꼭 한 두 통씩 사갖고 돌아가던 때도 있었는데 요즘은 고게 올리브 오일로 바뀌었어요. 아무래도 꿀 먹는 속도보다 올리브 오일 꿀떡꿀떡 먹는 속도가 훨씬 빨라 그런게 아닐까 싶습니다.









밖으로 나오니 드럽게 쨍









분명 어제도 왔던 호시우 광장과 피게이라 광장이지만 어제랑은 다르게 몸도 가볍고 컨디션도 좋아 왠지 더 예뻐 보입니다. 

말씀드리는 순간 오우 트램 온다







이야 웬일로 자리가 있네









딱히 어디까지 가곘다 라는 계획이 없더라도 걍 요 낡은 나무 트램을 타고 리스본 곳곳을 돌아보는 기분은 꽤 쏠쏠합니다. 

특히 28번 트램은 구시가지 알파마alfama 지역 깊숙한 곳까지 들어가는 최고의 노선.







한편 요런 것도 있어요. yellow bus tour에서 운영하는 관광 트램입니다. 1일 이용권이 9유로 가량.









요런 기념품 판매소에서 으레 티켓을 취급하고 있습니다. 장단점이 있을텐데 일정에 따라선 이게 효율적일 수도 있겠어요. 








그나저나 요쪽 광장쪽에 오니 어제 왔던 리스본 태극당이 눈에 들어오네? 

1829년에 문을 연 달두왈 전문점 컨페이타리아 나씨오날confeitaria nacional입니다.







어제 먹으려고 하였으나 품절이라는 말로 나의 가슴에 기스를 낸 특정 달두왈에 재도전.









그러나 해당 달두왈님은 오늘도 품절이라 야 썅 내가 드러워서 안먹는다 생각하며 수줍게 호호 그럼 다른거 시킬께요 하였습니다. 

마침 벽거울 옆자리라 혼을 실은 생글생글 셀카를 한장 박아주고







일단 커피부터 영접합니다. 

좀전에 피게이라 수퍼마켓에서 본 갈라웅galao이에요. 비까bica, 그러니까 에스프레소 같은 찐한 커피에다 데운 우유를 듬뿍 섞은 것인데 으레 이렇게 큼직한 유리잔에 담아 줍니다. 색이 연하죠? 커피가 한샷에 우유가 세샷 분량이라 그려.








고거랑 달달한거 하나 찍었어요. 어제 먹은것보다 맛있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 아흐흥...









그리고 엄숙한 표정으로 경건하게 갈라웅 잔을 들어 올렸는데 드럽게 뜨거워서 내던질뻔. 









그러고 보면 어릴적에는 뭔가 손으로 잡았더니 뜨겁더라, 하면 뒷일 생각 안하고 일단 내동댕이 쳤더랬습니다. 혹은 쟁반에 뭔가 받쳐 들고 가다가 발가락을 찧었다, 요러면 쟁반 따위 와장창 떨어트리고 우엥 발가락 아파 했구요. 하지만 내동댕이의 뒷감당은 모두 스스로 해야 한다는 걸 알게 된 지금은 불굴의 의지로 일단 참음-.- 









하여간 그래서 갈라웅 맛이 어떻더냐 물으신다면 아우 어떻긴 뭘 어떻다 그려요 까페라떼랑 비슷한데 좀더 싕거워요. 우유를 섞긴 섞었으나 갈라웅보다 훨 진한 커피도 있는데 고것은 이후에 마셔보고 보고할 예정이옵니다.

갈라웅은 1.6유로, 어제 먹었던 것보다 50배는 맛있는 달두왈은 1.35유로. 합해서 2.95유로. 어제 먹었던게 심하게 꽝이었어요. 다시 와서 다른걸 먹어보길 잘했습니다. 리스본 태극당 미안... 언니가 오해했엉...

그나저나 가게 밖에서 뭐 먹을까 저거 먹을까 이거 먹을까 고민중이신 그분들. 







의견 불일치로 짜증나신 어멋님









콘페이타리아 나씨오날은 2층에도 자리가 있으니 간단히 커피랑 단거만 먹지 않겠어 나는 제대로 식사를 할테야 라는 분들은 요 계단 위로 올라오시면 되겠습니다. 









끊임없이 손님이 들며나는(그리고 대부분이 저 같은 여행자들) 인기있는 곳이라 조금 어수선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실내가 무척 아름다워 기분이 좋습니다. 

이번 포르투갈 여행중엔 오래된 까페들을 찾아 댕겨보자 라는 결심을 했어요. 1829년에 문을 연 이곳 외에도 1920년대, 30년대에 영업을 시작한 노포들이 곳곳에 있다니 우하하 설렙니다요.







맛있게 먹고 허벅지에 떨어진 파이 부스러기를 툭툭 털며 일어나 슬슬 밖으로. 








이 나라의 달달한 것들은 모양도 맛도 섬세하다기 보다는 투박하다 싶지만 거기서 오는 푸짐한 매력이 아주 왔다여. 

밥 들어갈 배랑 케익 들어갈 배는 따로따로라지만 포르투갈에선 어우... 조금 힘들었어요. 크기도 크고 밀도가 꽉 찬게 기냥...







그러한 관계로 뭔가 먹었다 하면 냉큼 걸어다녀줍니다. 그래야 배가 꺼져서 또 뭔가를 먹을 수 있으니까요. 

걷는 걸로 안된다 싶으면 옷가게에 들어가 윗도리 아랫도리 이거저거 골라 한 다섯 번 정도 입었다 벗었다 하면 소화가 됨.

긴 쇼핑거리 루아 아우구스타rua augusta가 또 요럴때 딱이지 않겠습니까. 저 멀리 보이는 개선문. 오늘도 이쁘구나.








점심때가 지나 한가한 식당들. 

보통 12시부터 3시까지 점심 영업을 하고 7시부터 저녁 영업을 개시합니다. 








좀 있다 저녁 먹을때쯤 되면 메뉴판을 손에 든 웨이터들이 이리와 이리와앙 맛있는거 있엉 하며 호객을 할 거에요. 심하게 호객을 하는건 아니고, 싱글싱글 웃으며 붙임성 있게 말을 붙이는 정도입니다.









오늘도 위풍당당 산타 주스타 엘리베이터Elevador de Santa Justa. 









코르크의 나라답게 코르크로 엽서도 만드는 포르투갈. 

산타 주스타 엘리베이터라는 아주 끗발 좋은 관광명소가 있으니 요 주변엔 기념품 가게들이 좌라락 모여 있습니다. 이 나라도 권리금이라는 개념이 있으려나?







많은 사람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바로 앞 까페에서 엘리베이터를 올려다 보며 맥주를 마시기도 하구요.








오늘도 변함없이 사람이 이래 많으니 허허 올라가는건 살포시 포기함. 








대신 요 가운뎃 계단을 올라 언덕 위 지역으로 건너갑니다. 

그래 언덕 위에는 무엇이 있는고 물으신다면... 무인양품 스타벅스 에릭케제르 H&M 같은게 좌라락 있습니다요. 글로벌 빅기업이란 세계를 쓸데없이 하나로 만든단 말이죠. 이렇게까지 안하셔도 되는데.








밑에서 올려다 보면 이런 모습.









1902년 운행을 시작한 공공 엘리베이터중 하나로 현재도 운행중인 유일한 엘리베이터이기도 합니다. 

워낙 쑤욱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언덕 지형이라 요런 시설 외에도 푸니쿨라funicular가 시내 곳곳에 설치되었는데, 산타 주스타 엘리베이터는 현재 전망대 용도로 사용되고 있지만 푸니쿨라는 여전히 제 기능을 하고 있습니다. 나중에 타봐야징...







슬슬 숙소로. 

리스본 교통카드인 비바 비아젬viva viagem 카드입니다. 리스본 티머니여.
이따 밤에 뭔가 이벤트가 있는 관계로 숙소에서 잠시 재충전의 시간을 가져봅니다. 호호홍...





숙소 근처 안조스anjos 역에 도착. 

산타 주스타 엘리베이터 근처 지하철역은 바이샤-쉬아두baixa-chiado 역이고 호시우 광장과 피게이라 광장 앞은 호시우rossio 역. 두 역은 아주 가깝습니다. 아까 아침에 구경갔던 시장이 있는 까이스 두 소드레cais do sodre 역까지 모두 초록색verde 라인이에요. 리스본에선 요 초록색 라인을 타고 다닐 일이 많습니다. 

이제 숙소로 돌아가 두시간 정도 쉬었다 다시 밖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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