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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예희 Mar 27. 2017

19. 수도원 두리번 두리번

계속되는 히에로니무스 수도원Mosteiro dos Jerónimos 이야기입니다. 

수도원 2층에선 연결 통로를 통해 그 옆 건물 2층으로 쏙 들어갈 수 있는데








그래서 쏙 들어와 보니









스테인드 글라스가 두둥









이 시대에 태어났다면 나도 요런 거 작업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해보는 미대나온 여자입니다요. 

그런 생각 자주 해요. 조선 시대였다면 탱화 그렸을 지도 몰라, 모로코에서라면 접시에 무늬 새기다가 목 디스크 걸렸겠지 등등. 

하여간 그래서 여기가 어디냐면








산타 마리아 대성당Igreja de Santa Maria de Belém의 2층인 것입니다. 아까 비 주룩주룩 오는 밖에서 사람들 줄 엄청 길게 서 있던 거기 있쥬? 거그가 여기여유. 좀 있다가 저도 줄 서서 1층 구경을 할 예정인데 이렇게 예상치 못하게 2층부터 보게 되었습니다. 

성당이 한 눈에 들어오고 스테인드 글라스도 가까이서 볼 수 있어 기뻐요.









속닥속닥 뽀뽀 쪽








아잉 나두 입 있는데 자기들만 뽀뽀해 라고 생각하며 고개를 돌리니 어우 깜짝이야 으엄청 아프것다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Cristo na cruz상이 두둥. 필리페 드 브리스Filipe de Vries의 조각으로 무려 1550년 작품입니다. 작품 아래에 작가의 이름과 제작년도가 있길래 슥 보고 깜짝 놀랐어요. 사사오입하면 약 500년 된 것인데(게다가 이거 나무임) 보존 상태가 정말 좋구나.









디테일도 무척 생생합니다.









그렇게 잠시 2층에서 성당을 내려다 보기도 하고 올려다 보기도 하고









유적 복원에 매직블럭을 사용하면 어떨까 라는 생각도 잠시 하다가









다시 수도원으로 돌아갑니다. 혹시 성당 1층으로 내려갈 수 있지 않을까 요리조리 둘러보았지만 통로를 발견하지 못해 가볍게 포기. 건물을 지었을 당시에도 통로를 배제했을지 아니면 지금처럼 인기만발 관광지가 되면서 동선 통제를 위해 통로를 막은 것인지 궁금하네요. 









그리하여 대성당 출입구를 통해 1층을 정식으로 둘러보기 전에 수도원을 다시 휙 돌아봅니다. 곳곳의 디테일들이 거참 자꾸만 발목을 잡는구먼. 요쪽 벽의 요 아담한 장식 안에 얼마나 많은 디테일이 숨어 있으며









오웩오웩 불 뿜는 얘는 또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것인가. 마누엘 양식manueline의 보물상자를 구경하는 기분입니다. 고딕 양식, 그러니까 막 직선! 꼿꼿! 금욕적인 척 하는 웅장함! 요런 것들과 아주 그냥 상반되는 마누엘 양식.









배배 꼬인 밧줄의 형상이라던가 배의 닻 등등, 우리는 갈테야 저 먼 바다로 갈테야 가서 싹 다 쓸어올테야 라는 의기양양함이 느껴집니다. 어쩜 이렇게 시대상을 뻔뻔하게 반영한 것일까요.









호호 요것은 아마도 혼천의armillary sphere 같구만요. 당시엔 이거 믿고 배 타고 멀리 나간거 아니겠어요. 이처럼 해양 생활 및 탐험에 필요한 물건들 뿐 아니라 너네는 대체 누구니 싶은 정체 불명의 동식물들 모습도 곳곳에서 볼 수 있는데









탐험가(라고 쓰고 깡패라고 읽는다)들이 신대륙에서 발견한 동식물의 모습을 담은 것이라 추측해 봅니다. 포르투갈에선 보지 못한 신기한 생명체들. 진짜일 수도 있고 과장일 수도 있것지요. 

야 막 내가 막 거기 갔더니 막 황금이 널려 있고 다리 일곱개 달린 돼지가 있고 봉황이 날아다녀! 라며 무용담을 몽실몽실 부풀리는 사람도 있었을 테니 말여요.









이야기만 듣고 몽타주를 그리듯 무용담을 듣고 어우야 신대륙은 그렇다메? 하며 재구성해 만든 디테일들. 마누엘 양식은 그 덕분에 뭔가 비현실적이면서 때로는 쿡쿡 웃음이 나오게 재미있기도 합니다. 









마누엘 1세Dom Manuel I, 그러니까 지금의 마누엘 양식의 아벗님이신 그분은 생전에 참으로 많은 건축사업에 예산을 팍팍 넣어주었습니다. 수도 리스본이 얼마나 화려했을까요. 

그치만 1755년의 대지진과 그로 인한 쓰나미로 어우 엄청난 피해가 있었다고. 그나마 아슬아슬 심지 굳게도 버텨준 곳들 중 하나가 바로 이곳, 히에로니무스 수도원입니다.









알것냐 얘들아 숙제하냐 얘들아









회랑 기둥만 봐도 얘네 세 개가 한 셋트로 요래 어울리고









고 옆에는 또 요래 한 셋트니 디자인 쥐어짜서 뽑아내기도 빡셌겠다 라는 생각을 하며 잠시 눈물짓는 미대나온 여인이옵니다. 기둥이 요렇게 배배 꼬여 있는 것 역시 마누엘 양식의 특징.








물에 담갔다 뺀 듯한 헤어스타일과 다소곳한 앞발의 그분. 아마도 입에서 물을 오웩 오웩 뱉는 능력을 소유한 분이 아닐까 추측해 봅니다.








다 봤으니 이제 성당으로 갈까나 하는데 오홋 큼직하고 길쭉한 공간이 두둥 나오네요. 입구에 헤페이토리refeitório 라고 쓰인 안내판이 있길래 그게 뭐죠 검색해 보니 연회장인 모양입니다. 수도원 회랑도 그렇고 이 공간도 그렇고 천정의 장식 몰딩이 무척 매력있어요. 이것 역시 마누엘 양식의 특징입니다... 라고 쓰다 보니 마누엘 양식 타령하는거 슬슬 지겨울라고 그래... 

그나저나 여기 뭔 사람이 이래 많나요. 뭔가 대단한 곳인가요 하며 들어온 것인데 알고 보니 단체 관광객 팀이었어요. 잠시 후 다 빠져나가 매우 고요해졌음.









벽면은 아줄레주로 빙 둘러가며 장식했는데 이게 뭔 그림이려나 하며 들여다 보니









하아 이 구도는 분명 예수와 관련된 일화를 표현한 것이렸다. 모든 사람들이 가운데 오빠만 냅다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는 데다 이 나라는 어마어마한 카톨릭 국가 아니겠습니까. 그럼 예수밖에 더 있간디... and 자세히 보니 호호 뭔가 재미난 힌트가 보이는데








심란한 눈썹의 그분 손에는 물고기 두 마리가, 예수로 추정되는 인물의 발치에는 빵 다섯 개가 담긴 바구니가... 라는 것은 호호 오병이어의 기적이구만요. 밥 먹고 술 먹는 연회장에 오병이어 스토리의 타일을 붙여 놓았다는 것은 호호 어떤 일이 있어도 먹을거는 떨어지지 않게 공급하겠다는 의지인 것인가요.








벽에는 성 히에로니모Sao Jeronimo의 모습을 담은 그림이 두둥. 발치의 사자가 인상을 팍 쓰고 있습니다. 밥을 쫄쫄 굶어가며 한참 고행중이던 성 히에로니모 앞에 사자가 두둥 하고 나타나자 히에로 오빠는 한많으은 이세사아아앙 야속한 니임아 하며 물려 죽을 마음의 준비를 합니다.

근데 자세히 보니 사자의 발에 가시가 콱 박혀 있었던 것. 어이구 그래쩌여 하며 쑤욱 뽑아 주니 그때부터 사자가 항상 히에로 오빠의 곁을 맴돌며 호위했다더라... 라는 이야기 되것어요.








좀 전의 단체 팀이 빠져나가자 갑자기 휑해진 연회장을 여유있게 한바퀴 돌아보고









밖으로 나와 그 바로 옆의 산타 마리아 대성당Igreja de Santa Maria de Belém으로 들어갑니다. 아까 입장권 살 때만 해도 대기 줄이 무진장 길었는데 지금은 호호 확 줄었지 뭐여요. 덕분에 기다리지 않고 우아하게 또각또각(등산화 신었는데?) 걸어 들어가 봅니다.









들어가자마자 곱게 합장한 채로 누워서 저를 반겨 주시는 이분은









포르투갈의 위대한 시인으로 추앙받는 루이스 드 까몽이스Luís de Camões입니다. 

까몽이스 오빠의 석관이 이곳 산타 마리아 대성당 안에 안치된 이유는 그의 주요 활동 시기라던가 대표작이 모두 포르투갈의 대항해시대와 겹쳐 있는 관계로 뭔가 문학으로 애국한 우리 까몽이스님이라고 거국적으로 띄워 주는... 아니 존경받는... 어쨌든 뭐 그런 것이 아닐까요 라고 식민지 찾아 다니는거 굉장히 맘에 안들어 하는 1인이 비아냥거려봅니다. 

그럼 까몽이스의 대표작은 무엇인가, 우스 루시아다스Os Lusíadas라는 서사시인데 요게 내용이 뭐냐면 그니까 오오 위대한 포르투갈의 왕께서 용감무쌍한 영웅들을 바다로 보내 짜릿한 모험 탐험 개고생을 하며 금은보화를 얻어왔네~ 거의 뭐 오딧세우스 같은 영웅들이네~ 라는 것이거든요.







그런데 이 거창한 서사시는 까몽이스가 한참 활동할 당시엔 뭐 그리 큰 반응을 얻지는 못했다고 합니다. 왕이시여 제가 어마어마한거 써왔그등요 하며 줄줄 쓴 시를 갖다 바쳤지만 왕은 어 그래 라고 시큰둥하게 대답하고는 금일봉 거 뭐 쬐끔 내린 정도였다고. 

그러다 시간이 흘러 56세의 나이로 까몽이스가 세상을 뜰 무렵에서야 오오 이렇게 애국적인 영웅적인 서사시가 있다니 하며 뒷북 주목을 받게 되었다 합니다. 평생을 가계부 간당간당하게 쓰며 살다가 죽은 후엔 이렇게 거창한 곳에 눕게 된 것.









아까 수도원 회랑 2층을 통해 성당을 위에서 내려다 보긴 했지만









이렇게 1층을 걷고 바라보고 올려다 보는 것은 또 다른 느낌입니다.









이곳 산타 마리아 대성당Igreja de Santa Maria de Belém은 결혼식 장소로도 무척 인기가 있다고 합니다. 리스본 명동성당이냐 ㅋ









자기야 봐봐 이따 여기 가는거야









어머 자기가 식당 알아봐놨구나 그럼 나는 이거 먹을래 오호홍









그렇게 성당을 빙 둘러가며 걸어보다 잠시 앉아 쉬기도 하고









여행 노트도 정리하다가









출구 쪽으로 슬슬 가봅니다. 아까 입구 쪽에는 까몽이스의 석관이 있었잖아요? 요쪽에는 다른 오빠가 이렇게 누워 계십니다.









손 합장 포즈도 그렇고 돌베개며 뽕 들어간 어깨도 그렇고 까몽오빠와 무척 비슷하지만 이 분은 귀여운 폼폼이 달린 모자를 쓰고 계시므로 고것으로 구분하면 되것습니다. 

바스코 다 가마Vasco da Gama에요. 인도 항로를 개척한 인물... 라는 것은 그니까 유럽에서 배 타고 나가서 아프리카 대륙 찍고 쩌어기 인도에 도착한 최초의 인물인 것이쥬. 지난 포스팅에서 말씀드렸듯 출정 전날 이 곳에서 철야 기도를 하고 어우 졸려 눈 안떠져 하며 바다로 나갔다가 약 3년만에 으어마으어마한 보물을 들고 금의환향했으니(이 수도원과 성당은 그 이후에 지어졌습니다) 가마오빠의 석관이 이곳에 안치될 만도 하구만요.









그 옆의 이분은









성 히에로니모Sao Jeronimo에영. 잘 보시면 손에 짱돌을 쥐고 명치를 씨게 때리고 있어영. 속죄의 의미로 자해하며 고행중인 모습을 표현한 그림입니다. 성 히에로니모가 등장하는 성화는 어지간하면 요 짱돌 혹은 사자, 둘 중 하나는 꼭 나옵니다요.









드디어 밖으로. 비는 그쳤지만 여전히 날씨가 꿀렁꾸물한 것이 금방이라도 다시 비가 쏟아질 것 같습니다. 그리고 나는 우산이 없징... 








우산따위 짐이야 라고 부르짖으며 그냥 왔는데 호호 뭐 상황 봐서 사던가 하것시요. 

그나저나 수도원과 성당을 드나들때는 매표소쪽 출입구를 이용했지만, 사실 이 거대한 건물의 정문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 여기여요. 무척 정교한 조각 장식이 다다다다다 붙어 있는데, 묘하게도 힌두 사원의 느낌이 납니다... 라고 쓰면 성 히에로니무스가 이노옴 하것지. 우얏든동 높이 32미터, 너비 12미터의 거대하고도 거창한 입구입니다.









수도원 건물이자 카톨릭 국가 왕실의 돈으로 지어진 곳 답게 요 빼곡한 조각들에는 예수의 탄생이며 천사들의 이야기, 포르투갈의 역사, 역대 왕들이 어허헐마나 훌륭한 분이었으며 또한 어허헐마나 충성스러운 여호와의 종이었는가, 성 히에로니무스는 또 어허헐마나 훌륭하신 분인가 등등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고 하는데








이잉 이렇게 봐서는 잘 모르겠엉. 우얏든동 성 히에로니무스 수도원과 산타 마리아 대성당을 둘러보며 리스본 벨렝 지구가 어떤 동네인지 감을 잡는 중입니다. 슬슬 당이 떨어지니 뭔가 달두왈한 것을 먹어야 쓰것는데 그 이야기는 다음 포스팅에서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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