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채 입을 다물지 못하고 그의 얼굴만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이안은 머리가 지끈거렸다. 상황이 그의 예상보다 훨씬 더 심각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마왕이 거인족을 동원해 행동을 개시하다니, 히든벅이 안다며 입에 거품을 물고 넘어가고도 남을 대형 사태가 분명했다.
스톰펌 왕은 이야기를 하고 나니 속이 후련해졌는지 아까보다 훨씬 편안한 표정이었다. 그가 말을 이어갔다.
“그날 이후 불안과 공포가 나를 무겁게 짓눌렀단다. 알겠니? 오랫동안의 공백을 깨고 왜 내가 성급히 이 캠프를 연 이유를 말이야. 바로 이것 때문이지. 지금의 브라잇 동맹은 이름만 동맹일 뿐, 3,000년 전의 연대와 소속감은 이제 거의 남아있지 않아. 하지만 우린 다시 뭉쳐야 해. 요정과 마법사, 난쟁이와 뱀파이어, 인간과 인어가 하나의 동맹으로 끈끈하게 다시 연대해야만 해. 우리의 성물도 되찾아와야지.
그런데 캠프의 참가자가 겨우 8명이라니? 내가 아무리 떠들어대도 다들 관심조차 없다는 의미겠지. 동맹이고 뭐고 자신들만 잘 먹고 잘 살면 그만인 세상이 된 게야. 이런, 목에 도끼를 갖다 대기에도 아까운 놈들 같으니라고. 그래, 다들 엄청 처먹고 엄청 잘살아라!”
그는 이어 욕을 중얼거렸다. 그러나 각자 생각에 빠져있어 아무도 그의 말에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럼 다른 동맹국도 그의 탈출을 알고 있을 가능성이 있단 건가요?”
이안이 생각에 잠긴 듯 눈을 가늘게 뜨고 물었다. 왕은 수염을 쓰다듬으며 고개를 가만히 끄덕였다.
“음, 아마 그렇지 않을까? 여기 손오공을 봐서는 오나시아에서도 곧 사실을 알지 않았을까? 아쿠아니아와 스위티니아는 잘 모르겠지만 마왕이 봉인되었던 곳을 지키던 일룸니아에서는 이미 알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지. 일이 이렇게 된 이상 밝혀지는 건 시간문제일 게다. 혹시 모르지, 곧 그가 스스로 모습을 드러낼지.”
“누가요?”
“마왕 블랙수트.”
그녀의 물음에 왕이 답하자 다들 깜짝 놀라 부르르 몸서리를 쳤다. 마치 그 이름이 그렇게 쉽게 내뱉어지면 안 되는 어떤 금기인 것처럼 말이다. 만약 그런 일이 실제 일어난다면 어떻게 되는 거지? 마왕이 직접 나타난다고? 이 평화로운 브라잇 동맹에?
모두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갔다. 눈들의 초점이 불안스레 이리저리 흔들렸다. 숨조차 쉬기 힘든 불편한 분위기가 이 아름다운 보물실에 가득 들어찼다. 숨을 좀 쉬어보려고 입에서 한숨들이 깊게 내쉬어졌다. 다시 무거운 침묵이 이어졌다. 수진의 눈에 불과 조금 전까지만 해도 반짝이던 보석들이 지금은 그냥 돌덩어리로 보이기 시작했다. 착용하고 싶은 욕망마저 전혀 들지 않았다. 왕성하던 입맛조차 뚝 떨어진 것 같았다.
그때였다. 손오공이 주책스럽게 떠들어 그들 사이의 견디기 힘든 침묵을 깨뜨렸다.
“걱정한다고 일이 해결될 것 같으면 저도 지금 같이 걱정을 해주겠어요. 하지만 다 소용없는 일이지 않습니까? 걱정은 스스로 해결을 못하니까요. 저도 지하에서 하루하루 걱정으로 살았지만 오히려 될 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반쯤 포기하고 있었을 때 얘네들이 짠~하고 나타났어요. 그러니 너무 심각하게 여기지 마세요. 네?
원하시면 가짜 망치 하나 만들어드릴까요? 사양치 마세요. 그저 여의봉을 돌려주신 은혜에 대한 작은 보답이니까요.”
그러나 그의 농담 섞인 위로조차 그들에게 별 영향을 끼치지 못하였다. 긴장해서 눈동자가 더 새파랗게 물든 이안이 왕을 향해 입을 열었다.
“그럼, 토르의 망치 없이 그냥 이대로 지내시는 건가요?”
“당분간은 그럴 수밖에 없구나. 백성들은 여전히 망치가 자신들과 왕국을 수호해준다고 믿으며 살겠지. 나도 하루에 수십 번 방법을 강구해보지만 달리 뾰족한 수가 없어. 딥언더니아는 용기와 용맹함으로 유명하지. 하지만 무모하게 달려드는 용기는 자제할 필요가 있단다. 상대가 만만치 않으니까. 우선 좀 더 생각을 한 연후에 방법을 강구해보려 한다.
혹시 아느냐? 예전에 토르가 죽고 나서 망치가 딥언더니아로 스스로 되돌아온 것처럼 이번에도 그런 마법이 통할지 말이다. 자, 이제 그만 나가자꾸나.”
그들은 황금과 보물들 사이로 난 은판 길을 따라 되돌아갔다. 문을 바로 지척에 둔 순간이 되자 제일 뒤에서 왕이 앞을 향해 크게 소리쳤다.
“손오공, 나가기 전에 보물들을 다 털어놓아야 되지 않을까?”
“저는 아무것도 훔치지 않았어요. 대체 무슨 말씀이신지.”
눈 깜빡할 사이에 이안이 번쩍하며 그에게 달려들었다. 그리고 그의 두 발목을 잽싸게 낚아 거꾸로 세워 강하게 흔들자, 옷 여기저기에서 보석들이 우르르 떨어져 내렸다. 그는 귀 뒤에 꽂아둔 여의봉이 떨어지지 않도록 한 손으로 귀를 잡은 채 놓아달라고 소리쳤다. 그의 발이 땅으로 내려오자 그는 씩씩거리며 이안을 째려보았다. 하지만 이안은 그저 두 손을 들어 올리고 어쩔 수 없었다는 표시를 해 보였다.
왕과 헤어진 그들이 소금궁전에서 나와 인적이 드문 구석에 다다를 쯤이었다. 손오공은 먼저 걸음을 멈추었다. 그리고 그들에게 작별인사를 건넸다. 워낙 낙천적인 성격이어서 그런지 이안에 대한 조금 전의 반감은 다 사라진 후였다.
“난 고향인 화과산으로 돌아갈 거야. 그러니 너희들의 마지막 소원을 말해봐.”
“저기, 나중에 말해도 될까?”
“이안, 지금 아니면 우린 다시 못 만날지도 몰라. 그래도 괜찮겠어?”
이안이 고개를 끄덕이자 손오공은 눈빛으로 수진도 동의하는지 물어보았다.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는 씽긋 웃으며 알겠다고 답했다. 그가 뒤돌아서려는데 그녀는 재빨리 다가와 그를 꼭 껴안아주었다.
“잘 가, 고마웠어. 다시 볼 때까지 안녕.”
그는 미소를 지은 채 파리로 변신했다. 그리고 그들 머리 위를 여러 번 날아다닌 후 저 멀리 사라졌다. 그가 떠나자 주변이 너무 조용하고 왠지 허무한 느낌이 드는 그들이었다. 천방지축 손오공 곁에만 있어도 별별 사건 사고가 터지든가 꼭 터질 것만 같았는데, 막상 그렇게 가버리니 나쁜 기억들도 함께 떠나버린 것 같았다.
그들은 서로 말은 하지 않았지만 어떤 확신이 들기 시작했다. 바로 저 친구를 꼭 다시 만나게 되리라는 예감이었다. 그리고 그 만남의 타이밍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으리라는 희망이 마음속에서 새록새록 떠올랐다.
그들은 푸다크 별궁으로 발길을 옮겼다. 이곳은 해가 들지 않아 낮과 밤의 구분이 쉽지 않은데, 방으로 돌아와 시계를 보니 벌써 새벽 6시가 다 된 시각이었다.
그로부터 두 시간 뒤 아침 식사시간이었다. 평소와 같이 쾌활한 분위기가 식탁에 흘러넘치고 있었다. 마법 양탄자를 타고 어둠의 지하세계에서 살아 돌아온 줄 아는 카할과 아이들은 더 이상 그 사건에 대해 수진과 이안을 귀찮게 하지 않았다. 특히 이날 아침에는 수진이 계속 하품을 하며 무척 피곤해 보이기에 더더욱 그랬다. 이안도 평소와 달리 눈이 퀭한 것이 얼굴까지 푸석거렸다. 그의 옆에서 안젤라가 뱀파니아의 유명한 피부관리사가 해준 조언을 작은 소리로 속삭여 알려주었다. 남이라면, 특히 여자라면 절대로 알려주지 않을 특급 비밀이기에 더더욱 조심했다. 그러나 이안은 듣고 있는 건지, 졸고 있는 건지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수진이 하마처럼 또 하품을 하자 옆자리의 우란이 배시시 웃으며 물었다.
“어제 잘 못 잤니?”
“응.”
“왜?”
“어, 그냥... 잠이 안 와서.”
어떻게 새벽녘의 그 대사건을 알려줄 수 있으리오? 수진은 옥수수 버터구이를 집더니 앞니로 쭉 뽑아먹기 시작했다. 식탁을 바라보며 먹고 있는데 꽃무늬 장식이 그려진 작은 접시가 코 밑으로 불쑥 내밀어졌다. 진한 다크 초콜릿 케이크 한 조각이 올려 있었다. 그녀의 고개가 옆으로 돌려지자 티앤 단까오가 거기 서 있었다. 그는 숙면을 취했는지 그녀를 향한 까만 눈동자가 별처럼 반짝이며 초롱거렸다.
“어젯밤에 손수 만든 거야. 한 조각만 남기고 내가 다 먹어버렸어. 한번 먹어봐. 고생도 많았는데 이런 것으로라도 위안을 받아야지. 먹고 힘내.”
“정말 고마워. 내가 초콜릿 좋아하는 걸 어떻게 알고.”
입에서 살살 녹으며 착착 감기는 것이 굉장히 맛있었다. 그녀의 잘 먹는 모습에 티앤 단까오의 입가에 살며시 미소가 지어졌다. 그러나 그 광경을 우연히 목격한 이안의 얼굴엔 대조적으로 쓴웃음이 밀려왔다. 그도 모르게 눈에서 투명 레이저 광선이 튀어나와 티앤을 향해 수차례 쏘아대었다.
‘저 녀석, 또 왜 저러는 거야?’
삐딱하게 째려보던 이안이 번뜩 잠에서 깨어난 듯 머리를 흔들더니 정신이 또렷해졌다. 일부러 그녀 쪽을 바라보지 않으려 옆자리의 안젤라와 대화도 나누어보았다. 하지만 이상스레 계속 신경이 쓰였다. 다시 그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둘은 다정스레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안은 피가 담긴 잔을 원샷으로 비운 후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제일 먼저 침묵을 지키는 복도로 향하였다. 수진이 곁눈질로 지나가는 그를 쓱 쳐다보았지만 따로 부르지는 않았다. 티앤이 그녀의 시선을 따라가다 그의 뒷모습을 발견하고는 휘파람을 불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미리 가 있겠다니 참 모범생 나셨군.”
그녀는 자신에게 말한 줄 알고 고개를 들었다. 동시에 티앤도 그녀에게 얼굴을 돌리었다. 잠시 그들의 시선이 서로 부딪쳤다. 그녀는 보고야 말았다. 그의 검은 두 눈동자에 가득 소용돌이치던 특별한 섬광을 말이다. 그런데 그것이 그녀를 설레게 하는 것이 아닌 절절한 애절함을 내비치며 아프게 전해져 왔다. 그녀의 마음 한편이 바늘에 찔린 것처럼 찌릿찌릿 저려왔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자꾸 가슴이 저릿하고 먹먹해졌다.
이안이 씩씩거리며 복도의 열려있는 문으로 정신없이 들어오더니 아무 데나 걸터앉았다. 잠시 흥분을 가라앉히고 나서야 주위를 둘러볼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
“에잇, 또 실크롱 강의가 있나 보네.”
전에 수업하던 그 교실이었다. 활동적인 일정을 기대한 그로서는 무척이나 실망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또다시 수업 중에 보일지도 모를, 수진과 티앤의 오순도순한 모습을 목격할 생각에 벌써부터 속이 꼬이고 머리 꼭대기까지 짜증이 몰려왔다.
‘내가 왜 이러지?’
그는 책상 위에 두 손을 올리고 그 위에 고개를 파묻은 채 눈을 감았다. 강의가 시작되기 전에 잠이라도 좀 자둘 작정이었다. 뱀파이어였지만 어젯밤을 날로 샜더니 그 역시 몽롱하고 평소보다 몸이 좀 무거운 것 같았다. 그렇게 몇 분이 조용히 흘러갔다.
“끄으윽, 끄으윽, 끄으윽~”
문득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분명 앞에서 났다.
‘이상하네. 누군가 들어온 기척을 못 느꼈는데. 잠시 잠들었었나?’
그는 두 손에 파묻고 있던 고개를 슬그머니 들었다. 그리고 반쯤 떠진 눈으로 앞을 주시하였다. 앗, 이럴 수가, 그의 두 눈이 번쩍 떠지었다. 흰 돌이 스스로 검은 칠판 위를 긁으며 글씨를 쓰고 있었다. 마치 그것에 생명이 부여된 것처럼 스스로 몸을 세워서는 열심히 움직였다.
나의 심장, 나의 숨결, 나의 사랑인 보석을 훔쳐간 자여, 진짜 주인이 너를 찾으리라.
거기까지 쓰고 돌은 바닥으로 떨어져 산산조각 나버렸다. 그는 그대로 온몸이 얼어붙었다. 꼼짝도 할 수 없었다. 곧 몸을 움직일 수 있게 되자 벌떡 의자에서 일어나 문으로 달려 나갔다.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아무도 없었다. 그는 침묵을 지키는 복도의 어둠 속으로 몸을 내던지며 한참을 달렸다. 그가 지나가면 벽에 걸린 횃불들이 켜졌다 꺼지며 줄기차게 따라왔다. 그러나 어떤 이상한 점도 발견할 수 없었다.
알 수 없는 싸늘한 전율이 그의 등을 훑으며 지나갔다. 얼마나 깊이 들어왔는지 감이 안 잡히는 복도의 어느 지점에서 그는 멈춰 섰다. 양쪽 벽의 횃불이 켜지고 노란 불빛을 받으며 그가 굳은 표정으로 서 있었다. 그는 목걸이의 루비가 위치해있는 웃옷을 한 손으로 꽉 움켜쥐었다.
'이것은 내 것이다. 절대로 내어줄 수 없다.'
그의 독기 어린 두 눈동자에서 강렬한 하늘빛이 짐승처럼 내뿜어졌다.
이안이 교실로 터벅터벅 돌아왔을 때 그곳은 문이 활짝 열린 상태였다. 조용했다. 문 밖으로 막 나오던 카할이 그를 보고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하지만 정신이 팔린 이안은 보지 못하였다. 그의 무반응에 카할이 달려오며 크게 소리쳤다.
“이안, 소식 들었지?”
“뭐? 칠판에... 적힌 거 말이야?”
이안은 마치 몰래 감춰두었던 비밀이라도 들킨 듯 화들짝 놀라 대꾸했다.
“응, 근데 얼굴이 왜 그래? 아침보다 안색이 더 나빠진 거 같아.”
“너도 보았어? 칠판에 적힌 경고 말이야.”
카할은 지금 무슨 말이냐고 반문하는 듯한 표정으로 그를 응시하며 물었다.
“무슨 경고?”
“보석을 훔친 자에 대한 경고 말이야.”
“뭐? 너 아직도 잠이 덜 깬 거야? 오늘 실크롱 강의가 없다는데 대체 무슨 말이야?”
“잘 봐봐. 칠판에 분명히 적혀 있잖아.”
이안은 직접 보여주겠다는 표시로 그의 팔을 붙잡아 교실 안으로 밀고 들어갔다. 그런데 칠판을 바라보자 이안의 눈동자와 몸이 심하게 떨리었다. 그의 입술이 저도 모르게 크게 벌어졌다. 칠판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있었다.
실크롱의 오전 강의는 취소되었으니 각자 알아서 개인 시간을 보내도록.
그는 소매로 눈을 몇 번이나 비비며 다시 앞을 바라보았다. 매번 똑같았다. 믿을 수 없는 광경에 그의 눈동자가 불안스레 흔들렸다. 그의 이상한 행동에 카할은 걱정스러운 눈길로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리고 이번엔 그가 이안의 옷소매를 잡아끌며 교실 밖으로 데리고 나가려 했다. 카할이 부드러운 어조로 타일렀다.
“잠이 많이 부족했나 보네. 어서 가서 좀 자. 수진도 방에서 잔다고 했어.”
이안은 그에게 끌려 나오면서 고개를 내려 칠판 바닥을 훔쳐보았다. 분명 아까 글씨를 쓰고 떨어진 돌조각이 있어야 하는데 부스러기 한 점 없이 깨끗했다.
‘어떻게 된 일이지? 내가 헛것을 봤나?’
불길한 예감이 그의 몸에 살짝 경련을 일으키며 퍼져나갔다. 지금이라도 수진에게 달려가 털어놓을까 생각도 해보았지만 바로 고개를 내저었다. 그녀가 자신의 말을 믿어줄지 의심이 되었고, 설령 믿는다 해도 괜한 걱정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었다. 혹 자신이 너무 피곤해서 헛것을 봤거나 꿈을 꿨을 가능성도 있었다.
방으로 돌아온 그는 침대에 누웠지만 잠은 이미 멀리 달아나버린 후였다. 십분 정도 침대를 구르다가 그가 후다닥 이불을 박차고 일어났다. 도저히 이대로 있을 수가 없었다. 가서 확인을 해야만 했다. 그는 침묵을 지키는 복도로 다시 가보았다. 그러나 교실 문은 굳게 닫혀있었다. 아무리 밀어도 꿈쩍하지 않았다. 완력으로 도저히 안 되자 결국 그는 포기한 채 별궁홀로 되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