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인 메타버스 전시회 (2022. 5/14)
'메타버스'라는 용어를 대부분 사람들이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것이다.
코로나로 많은 것이 정지되었던 지난 2년 간 사람들 사이에 소통하고 만나는 새로운 비대면 관계 수단이 필요하게 되었고, 오랫동안 간간히 명맥을 이어오던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혼합현실(MR) 등이 '메타버스 META-VERSE'라는 한 단어로 통칭되어 거의 매일 신문이나 웹상을 뜨겁게 달구었다. 사실 그것은 여전히 현재 진행 중이다.
그동안 가상현실이나 혼합현실 엑스포, 전시회 같은 곳을 찾아다니던 나로서는 이 <메타버스> 붐이 기쁘기도 하였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왠지 너무 표면적이고 진짜 아무 곳에나 다 갖다 붙이는 경향이 보이는 데다 국내 대기업들까지 우후죽순 달려든다는 소식에 마치 한 때의 유행처럼 겉만 살짝 훑고 지나가는 것이 아닌가 싶은 안타까움도 동시에 느껴졌던 게 솔직한 심정이다.
제페토의 가입자수나 메타(페이스북), 로블록스 같은 다국적 기업들이 자신들이 그리는 찬란한 가상세계에 대해 전 세계인들에게 희망차게 세뇌시키려 그렇게 노력해왔건만, 그리고 어느 정도 가시적인 성과가 생기기도 했지만, 그동안 조용히 지켜본 나로서는 그게 말처럼 그리 쉽게 팍팍 다가올 수 없는 미래라는 생각이 점차 굳어질 뿐이었다. 가상과 현실의 경계가 무너지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닌 것이다.
코로나가 점차 사라지면 이 붐도 조금씩 가라앉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확실히 주장할 수 있는 점은 이렇다.
장기적으로 보면 가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메타버스가 결국 올 수밖에 없다.
기술발전과 데이터 속도가 우리 인간이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빨라지고 사람들의 끊임없는 욕구가 계속 반영되면서 그것은 결국 도래할 수밖에 없다는 예견이다.
중요한 건 메타나 MS, 구글, 애플, 아마존 같은 다국적 IT기업들이 지난 몇 년 간 이 분야에 천문학적인 투자를 해왔고 경쟁선에서 조금 앞서 나가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여전히 누가 확실한 승자가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니 스타트업이나 포트나이트 같은 게임 등 다양한 콘텐츠 업체들도 한번 승부수를 던질 수 있는 것이고 때와 운이 맞다면 그것이 먹힐 수도 있다.
물론 눈앞에 걸치는 HMD 나 안경, 고글 같은 장비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고 그것 역시 이 분야에 매우 중요하다. 앞에서 언급한 다국적 기업들이 하나같이 장비에 뛰어들어 자신들만의 가상 생태계를 만들려고 하는 야심 또한 충분히 엿볼 수 있다. 삼성도 한때도 개인적으로 아주 마음에 들던 VR HMD 장비를 내놓았었는데 그 후 그 사업을 접었다고 한다. 국내를 대표하는 IT기업으로 지금이라도 다시 뛰어들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어쨌든 메타버스 세계에서 독보적으로 앞서가는 콘텐츠나 기업은 내가 보기에 아직 없는 듯하다. 물론 현직에 있는 업계 관계자들에게서 "당신은 아직 잘 모르오. 현재 얼마나 발전했는지." 하며 반론을 펼칠 수 있겠지만 나의 까다롭고 쫀쫀한 관점으로 봤을 땐 아직 없다고 생각한다.
이런 까다로운 나를 오랜만에 움직이게 만든 한 전시회가 생겼다. 바로 언더스탠드에비뉴에서 하는 < 아트 인 메타버스:뉴미디어 아트 특별전 >이었다. 특히 내가 좋아하는 룸톤의 작품 < In the gray >이 특별전에 다시 나온다는 소식을 듣고 갔다.
나는 가상현실을 예술작품부터 시작하였다. 그래서 가상현실을 접하는 나의 눈이 유별나고 안목과 기대치가 좀 높다는 점을 미리 알려드린다.
전시회의 이름처럼 메타버스라고 부를 수 있는 작품은 손에 꼽았고 대부분 미디어 아트나 디지털 아트 작품이었다. 하지만 넓은 면에서 보면 그것도 작가만의 가상세계라는 점에서 넓은 의미의 <메타버스>라고 할 수 있겠다.
직접 작품을 감상해보는 게 좋을 것 같아 간략하게나마 작가 설명과 영상을 함께 올린다.
요즘은 어떤 작품들이 메타버스나 미디어 아트라는 이름을 걸고 나오는지 한번 감상하시길.
인상 깊게 본 몇 작품을 올려본다.
1) 최성록 < Great Chain of Being >
이 작품은 그날 가장 많은 사람들의 호응을 얻었다. 몇몇은 나랑 함께 작품 전체를 동영상으로 찍기도 하였다. 전체 화면으로 확대하여 순서대로 끝까지 감상하길 권한다.
마지막에 로봇과 분홍색 돌연변이 바이러스가 서로 치고받으며 싸우는 장면은 음악과 함께 압권이다.
2) 최성록 < Genesis Canyon >
보면 볼수록 현란하면서도 묘한 작품이다.
3) 룸톤 < In the gray >
2018, VR 설치, 비디오 프로젝션, 컬러, 사운드, 5분 50초
사실 이 날은 이 작품을 벌써 3번째 체험이었다. 근데 세 번째로 보니 처음의 감동이 좀 사라지려 했다. 너무 많이 봤나 보다. 이제 그만 봐야겠다.
아래 남자가 HMD 안에서 보고 있는 숲과 길이 캔버스에 약식으로 비치고 있으니 참고하시길.
4) 안성석 < 내가 사는 세계 >
5) 서효정 < LoOP LOoP : Every day is a code >
첫 느낌이 굉장히 세련되고 봐도봐도 신기하였다. 코딩을 모르는 나로서는 매일 코딩을 한다는 점이 너무 부러웠다. 난 언제쯤 코딩 문맹을 떨칠 수 있을는지.
6) 타니구치 아키히코 < 진화하는 가상 생물과 나, 2020 >
하얀 블록으로 이루어진 가상 생물이 참으로 귀엽게 느껴지는 건 나뿐일까?
7) 타니구치 아키히코 < 아마존 카와라, 2020 >
8) 다카오 슌스케 < 자동 생성되는 가면들, 2021>
9) 양숙현 < OOX에서 온, 2020 >
나에겐 이해가 잘 안 되는 난해한 작품이었다.
1관에서는 글로벌 아티스트 100인 공모전 작품이 모여 있었다.
인상 깊었던 몇몇 미디어 작품들만 영상으로 올려보니 감상하시길.
요즘 실감형 판타지 콘텐츠 [브라잇 동맹] 연재가 뜸하다.
자꾸 올려야 하는 데 일 핑계, 건강 핑계, 독서 핑계 등 핑계만 쌓여간다.
하지만 오랫동안 내 머릿속에 구현된 가상현실을 글로 풀어낸다는 의미에서,
그리고 판타지 세상인 [브라잇 동맹]을 이 지구 상에 실재 구현시킬 수 있으리라는 믿음으로,
다시 힘을 얻으며 열심히 연재하도록 노력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