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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indy Hwang 황선연 Jul 05. 2021

이젠 '메타버스'라고 불러줘~

SEOUL VRAR EXPO 2021 참관기

<전시장에서 본 전광판>


바야흐로 VR(가상현실) AR(증강현실)의 세상이 왔다. 


다만 부르는 용어만 '메타버스 Metaverse'로 바뀌었을 뿐~

 

올해에는 메타버스가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를 뜨겁게 불타오르게 하는 중이다. 


몇 년 전 나는 컨퍼런스 자리에서 한 젊은 미국인에 의해 '메타버스'라는 용어와 설명을 처음 접하고는 속으로 '참으로 영화 같은 말씀만 하고 계시네.' 했는데 그게 정말로 이리 빨리 우리 곁으로 다가올 줄은 정말 꿈에도 예상치 못했었다. 지금에서야 부끄럽게 밝히는 바이다. 


난 '브라잇 동맹'이란 판타지 소설을 연재하고 있지만 처음 가상현실의 경험이 너무나 놀랍고 생생하기에 언젠가 나의 작품이 가상현실이나 증강현실로 펼쳐질 그날을 기대하며 이런 자리를 몇 년째 참석하고 있는 중이다. 서당개도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던데 역시 관심을 두어서인지 개인적으로 직접 보고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묻고 하면서 나름대로 한국의 VR AR 관련 추이를 삼 년 넘게 지켜볼 수 있었고 나름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까 감히 예상을 해볼 수 있게 되어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올해에도 어김없이 서울 VR AR엑스포를 참석했다. 하지만 작년까지 듣던 컨퍼런스는 참석하지 않았다. 코로나로 외국 연사가 거의 없이 국내 전문가들로 이루어진 데다가 컨퍼런스비가 꽤 오른 것이다. 그리고 컨퍼런스 목차에 대해서도 작년과 비슷한 연사와 순서로 가는 것 같아 과감히 생략하기로 했다. 대신 요즘엔 메타버스에 관한 좋은 책들이 많이 나와 책으로라도 현상황을 알 수 있으리라. 


세미나 대신 쇼룸을 좀 더 진지하게 둘러보기로 했다. 물론 코로나로 인해 채 1시간 30분 안으로 구경은 끝났지만.


코로나 이전에는 VRAR엑스포라 하면 놀이동산의 놀이기구를 옮겨오기도 하고 굉장히 화려하고 번쩍번쩍하여 정신이 쏙 나가기도 했었으나 그것도 이젠 옛날 일인가 보다. 얌전히 부스들만 띄엄띄엄 서 있고, 뒤쪽으로 가니 그냥 휑한 것이 실망스러웠다. 도대체 신문기사나 웹, 도서시장에서 시끌번쩍하던 게 실체가 아닌 그냥 허상뿐이었던가 싶어 입이 텁텁해지기도 했다.


 그래도 좀 인상 깊었던 것들이 있었기에 여기에 풀어보고자 한다.  




올해 2021년에는 상당히 실용적이고 하드웨어적인 회사들이 나와 있었다. 예전의 VR AR 게임이나 놀이기구보다는 군사 훈련용이나 공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VRAR 소프트웨어나 하드웨어, 아이들 교육매체, 비대면 방송국 장비들, 체력과 체형관리를 위한 VR운동기구 등이 보였다.




처음에 내 눈에 들어온 것은 'EDAT'회사의  'VR명화미술관' 이었다. 이야기는 들었었는데 실제 체험해 보기는 전무하여 한번 해보기로 결심했다. 여러 선택지들 중 클림트전을 선택했다. 

왜냐? 몇 해 전 오스트리아 빈으로 휴가를 갔었었는데 그때 클림프 유명 작품들을 내 눈으로 직접 관람했던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내 눈으로 본 것과 HMD속의 그림을 비교 분석하고 싶었다.


드디어 눈앞에 기구를 껴고 VR미술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와우, 생각보다 괜찮았다. 내가 HMD를 끼고 360도 돌면서 찬찬히 관찰하는데 옆에서 회사 관계자가 말했다.


"명화 가까이로 가서 붓칠도 한번 보세요."


그래, 붓칠~. 실제 오스트리아 벨베데레 궁전의 클림프 전시관에 가면 커다란 검은 방의 사면으로 그림들이 걸려있다.  대부분 그림 사이즈들이 크고 거리도 꽤 떨어져 있어서 화려한 금색과 전반의 그림 위주로만 보이지 붓칠은 아예 꿈꾸지도 못하는 관람 요소이다. 그런데 그것을 보라니 참으로 신기한 일이었다. 놀랍게도 VR명화에 가까이 다가가니 붓칠이 자세히는 아니지만 보이긴 하였다. 


명화를 바로 코앞에서 볼 수 있는 경험 그 자체도 굉장히 매력이 있고 신선했다. 앞으로 유망하다 싶은 감이 들었다. VR관람을 마치고 회사 관계자님에게 칭찬을 드렸다. 꼭 유럽에 가지 않아도 볼만 하다고 말이다.




다음으로 내 눈에 뜨인 것은 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서 가지고 나온 AR 글라스였다.


평소 무거운 VR HMD를 증오하는 나로서는 아기자기하고 가벼워 보이는 안경이 눈에 들어온 것은 아마도 당연한 순리였다. 







제품을 들고 나온 연구원님은 내가 관계자도 아니고 그냥 골몰히 구경하는 참관자인데도 옆에서 열심히 설명해주셨다.


이 AR 글라스는 삼성반도체를 사용하고 모든 부품을 국내에서 생산된 것을 사용하여 만들었단다.

아직 시범 시간이 아니어서 작동시킬 수는 없지만 옆에 따로 전시되어 것을 들어보니 상당히 가벼웠다. 모양도 그리 거부감 들게 이상하지 않고 말이다. 


마이크로소프트사의 홀로렌즈2 광고를 작년에 이어 올해 역시 많이 봤었기에 국내에서 이런 하드웨어의 연구와 출시가 얼마나 힘든지 잘 알고 있다. 그래서인지 나는 떠나지 못하고 계속 관찰하였다. 잠시 후 사람들이 마구 몰려와 그분에게 질문을 쏟아내기에 자리를 떠나야만 했지만 같이 산학으로 연구하는 다른 부스로 가서 거기 글라스를 한번 써보라고 언질하시기에 바로 가봤다.


(주)프라젠 회사의 부스였는데 직접 써보니 상당히 괜찮았다. 한쪽 눈앞에 AR렌즈가 껴있는데 앞에 떠오르는 화면도 명확했다. 오호라~ 물건인가 보네 하는데 옆에 지나가던 남자분 무리 중 한 면이 이 안경의 사항을 쓱 읽더니 놀라시며 당장 내 옆으로 다가왔다. 오면서 옆 사람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야, 홀로렌즈2보다 시야가 괜찮은데. 한번 써보자."


난 그런 자세한 사항은 잘 모르지만 암튼 관계자들의 관심을 끌기는 한 것 같다. 곧 우르르 몰려왔으니까.  


그날 가져온 전단지를 여기에다 올려본다. 



이 AR 글라스로 다양한 분야에 활용 가능하다는 배너도 넣어본다.





어떤 분이 춤을 추기에 그 앞으로 가봤다. 춤을 가르쳐주는 기계가 있었는데 해당 회사원인지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춤을 추기 시작했다. 



어떤 남학생이 죽어라 자전거 페달을 돌리기에 그리로 가봤다. 화면을 보며 실내자전거를 타는데  옆에서 지켜보니 운동효과가 있어 보였다.



HMD 쓰고 가상현실의 백사장을 돌아다니며 운동하는 관람객이다. 이날은 유독 이렇게 운동이나 몸을 쓰는 기구들이 눈에 띄었다.




자신의 심리상태나 성향을 찾아준다는 MBTI테스트의 VR 버전도 있었다.

관심들이 있는지 사람들이 자리에 앉아 테스트를 하였다.




비대면 교육 플랫폼 회사도 있었다.






비대면 협업하는 가상공간을 제공하는 회사도 있었다.




VR을 더욱 실감나게 하는 햅틱조끼도 있었다.





역시나 마이크로소프트 사의 홀로렌지2 독점 공급하는 회사가 가장 좋은 부스에 나와있었다.

그러나 가격이 무려 5백만 원 정도란다. 비싸긴 참으로 비싸다. 하지만 MS사의 어마어마한 투자로 매년 여기 한국에서도 그 영향력이 쑥쑥 커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움직이는 홀로그램이다. 이것보다 실제 보면 더욱 멋있다. 





코로나로 위축된 VR AR엑스포였지만 해가 갈수록 국내 스타트업이나 기업들보다 페이스북이나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이 분야를 점점 잠식해오고 있는 느낌을 받곤 한다.


VR AR 메타버스 같은 분야도 더욱 실감나게 하려면 좋은 HMD나 AR 글라스를 구매해야 하는데 그런 하드웨어들은 죄다 여기에 천문학적인 투자를 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들에게 의해 좌지우지될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나라는 돈 많이 드는 하드웨어나 글로벌 플랫폼보다는 개별적인 콘텐츠(게임, 영화, 웹툰, 웹소설 등등)로서 승부를 보아야 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솔직히 삼성이나 LG도 여기에 투자를 하고는 있기는 한 건지 의심만 든다.  


내가 몇 년 전 어느 공개적인 자리에서 한국의 벤처 1세대 기업인이자 카이스트 교수로 계셨던 분의 강연을 들을 기회가 있었는데 마지막에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전 그렇게 생각해요. 아직도 엄마들을 만나면 자신의 아이가 공부는 안 하고 게임만 한다고 걱정하시더라고요. 그럼 전 그분들에게 이렇게 말씀드리죠. 곧 언젠가는 삼성이 아니고 엔씨 같은 게임업체들이 우리나라를 먹여 살릴 날이 꼭 올 거라고요. 게임을 결코 얕게 보지 마시고 아이들이 게임한다고 하면 열심히 하라고 응원해주세요."


그분의 예언 같은 말씀이 곧 맞아떨어지지 않을까 싶다. 


앞으로 한국을 콘텐츠업이 먹여 살리지 않을까 예상하며 인기가 없어도 나의 판타지 연재소설 '브라잇 동맹'을 꾸준히 연재해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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