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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indy Hwang 황선연 Apr 16. 2023

4. 뱀파니아 - 4


 뒷문으로 예배당을 나오자 잡초가 우거진 작은 마당이 나타났다. 마당에는 오래된 담쟁이넝쿨이 벽 대부분을 덮고 있는 자그마한 교회가 하나 서 있었다. 대여섯 명 정도 들어가면 꽉 찰 정도의의 크기였다. 오랫동안 관리조차 하지 않았는지 건물 구석구석에 먼지가 수북이 쌓이고 벽과 지붕은 이끼와 곰팡이로 가득 피었다. 곰팡이 문을 그가 밖으로 휙 잡아당기자 거미줄과 거미들이 우수수 떨어져 내렸다. 그 모습에 뒤에 선 이안의 인상이 살짝 찌푸려졌다. 


 교회 안은 축축하고 쾌쾌한 공기로 들어차 있었다.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 중앙바닥의 대부분을 차지하였다. 그들은 어두컴컴한 계단을 빙빙 돌며 내려갔다. 둘의 발자국 소리만이 유일한 울림이 되어 교회 천장으로 음산하게 퍼져나갔다. 


 저 밑으로 아주 희미한 불빛과 함께 계단이 끝나고 바닥이 보이기 시작했다. 곧 꺼질 것처럼 위태롭게 불꽃을 피우는 초의 녹아내린 밀랍이 바닥에 뭉개져 있었다. 그 곁을 지나치자 일어나는 바람에 촛불이 한순간 사라졌다가 바로 다시 생겨났다.



 지하에는 커다란 석관이 한가운데에 놓여있었다. 관 뚜껑에는 긴 고리 모양 꼬리에 날개를 활짝 펼친 커다란  용이 분노의 발톱을 내세운 모습으로 양각되어 관 주인의 평범치 않은 위상을 드러내는 듯했다. 이안은 누구의 것인지 갑자기 궁금해졌다. 샤를르 리가 관 끝으로 다가가더니 발로르의 피가 든 병을 이안에게 소중히 넘겨주었다. 그리고 한 손으로 뚜껑을 옆으로 밀쳤다.

 

“쿠르르르.”


 관이 반쯤 열리자 뭔가 창백하고 둥근 것이 그 아래에서 모습을 드러내었다. 남자의 얼굴이었다. 검고 긴 곱슬머리에 뭔가가 불편한지 잔뜩 굳어진 표정, 대리석처럼 투명하지만 창백하고 쭈글거리는 피부에 숱이 지고 까만 눈썹, 콧구멍이 그대로 내보이는 길고 곧은 매부리코, 마스카라라도 칠한 것처럼 두툼하고 긴 속눈썹, 날카로운 하관에는 새까만 콧수염이 잘 다듬어져 있고, 콧수염 아래의 입술은 유난히 얇고 새빨갰다. 그리고 입술 밑으로 큼지막한 두 송곳니가 뾰족이 튀어나와 있었다. 


 이안은 순간 어디서 본 누구와 좀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바로 떠오르지 않아 그냥 잊어버렸다. 


 샤를르 리는 다시 병을 건네받아 뚜껑 마개를 돌려 열었다. 그리고 이안에게 앞에 누워있는 자의 입술을 손으로 벌리게 시키더니 병 부리를 그 위에 조심스레 갖다 대었다. 검붉은 액체가 두어 모금 그의 입안으로 들어갔다.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그런데 이럴 수가, 몇 초가 흐르자 시체같이 누워있던 자의 목젖이 꿀꺽 삼키어졌다. 그 모습을 똑바로 목격한 이안은 기절초풍하여 몇 발자국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혼자 중얼거렸다. 저건 또 뭐래? 시체가 아니었어?

 

“겁내지 마십시오. 이리 가까이 오세요.”


 샤를르 리가 엄숙한 표정으로 소곤대며 그에게 손짓했다. 이안은 용기를 내어 앞으로 한 발자국 나아가려 했다. 그때였다. 뭔가 보글보글 끓어대는 소리가 갑자기 관 안에서 나더니 뚝 멈추었다. 이어 푹 꺼지는 바람 소리가 들리었다. 바람은 가늘고 길게 빠져나왔다. 목에 뭐가 걸려 헐떡거리는 숨소리가 이어졌다. 


“푸우우우우~ 크억, 컥컥컥.” 


 잠시 후 기분 나쁠 정도로 적막한 가운데 소름 끼치도록 쉰 목소리가 주변의 고요를 잔인하게 깨뜨렸다. 이안의 등에 소름이 돋았다.


“누,,가..감히...내..잠...을 깨...우느..냐...”     


 관에 누워있는 상체가 점점 위로 들어 올려지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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