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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재이 Aug 20. 2022

프리랜서의 자기 관리에 대해

일단, 합시다

잠시 일을 하다가 쉬고 있는데, 갑자기 출간 기념 북토크 때 받았던 질문이 떠올랐다.



'평소 자기 관리는 어떻게 하세요? 어떻게 해야 잘할 수 있나요?'



아마 직접 여러 가지를 시도해 보고 자신에게 맞는 걸 발견해야 한다고 조언해 주었던 것 같다. 북토크 당일엔 집에 가는 버스를 타기 전까지 긴장 및 흥분 상태에 있었기 때문에 마음이 차분해진 지금, 같은 질문을 받는다면 뭐라고 대답해줄 수 있을까 생각해 봤다. 머릿속에 한 문장이 떠올랐다.



자기 관리를 잘하려면 행동하는 힘을 길러야 한다. 머리로만 생각하던 것을 실천에 옮기는 근육을 만들어야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프리랜서의 자기 관리’에 다가갈 수 있다고 본다. 그 힘은 어떻게 기르느냐, 해 봐야 생긴다.



번역을 하고 싶으면 번역을 직접 해 봐야 하고 미라클모닝의 주역이 되고 싶다면 새벽 알람을 듣지만 말고 일어나야 한다. 번역 스터디에 가입하든 자신의 상황과 예산에 맞는 수업을 수강하든 직접 번역을 해보길 바란다. 또 알람을 5분 단위로 맞춰 놓든가 '챌린저스' 앱을 깔아 5시 기상하기 프로그램에 10만 원쯤은 걸어라(이 정도 각오가 없으면 잘 안되더라). 그리고 깨닫는 거다. 아, 이게 나에게 잘 맞는구나. 이건 나에게 고역이구나. 그러면서 조금씩 나에게 맞는 것을 찾아 나가는 것이 자기 관리, 즉 셀프 매니지먼트가 아닐까 싶다. 결국 해 봐야 하고, 이왕이면 오래 지속해보고, 안 되면 번역 스터디든 창작자 모임이든 어딘가에 빌붙어 노하우를 배워 와야 한다.



가끔은 자기 관리를 '어떻게' 하는가 라는 질문 자체가 이렇게 들리기도 한다. 나는 혼자 힘으로 뭔가를 해 본 적이 없어서, 할 줄 모르겠다 라고. 어떻게 하루를 직접 계획해서 보내는가에 대한 질문 자체가 안타깝게 느껴지기도 한다. 아마 '어떻게'라는 표현 때문에 그럴 것이다. ‘스스로 해야 한다’는 기본 전제 자체를 떠올리지 못하는 것 같아서. 극단적인 것 같지만 진실이기도 하다. 내가 그 자리에 나가지 않으면 안 되도록 이끌어 주는 자가 없다면, 월급을 빌미로 일하게 하는 곳이 없다면 아침에 일어나는 일도, 저녁에 일찍 자는 일도 스스로 할 수 없다면 정말로 어떡해야 할까. 언젠가 퇴사나 은퇴로 인한 자의든, 부상이나 실직으로 인한 타의든 홀로서기를 해야 하는 날이 생길 수 있는데, 그때는 어쩐단 말인가. 어딘가에 빌붙어 노하우를 '배워 와야' 한다고 말하고 싶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말 그대로 '자기' 관리는 스스로 해야 한다.



또 가끔은 너무 어렵게 생각하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직장에서의 나인 투 파이브(9 to 5)를 다른 것으로 촘촘히 채우면 된다. 이왕이면 내게 행복감을 주고 나를 성장시켜 줄 수 있는 것들로 말이다. 아침에 일어나 도서관 가기, 스터디 카페 회원권 끊어 출근하기, 낮 시간에 운동하기, 저녁에 온라인 줌 강의 듣기 등. 함께할 마음이 있는 두세 사람을 모아 크루를 결성해도 좋다. 아니면 간편하게 사담 없이 인증샷만 올리는 카카오톡 단톡방에 참여할 수 있고, 일주일에 한 번 10분 투자해 온라인에서 단어 시험 보고 헤어지든지 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프리랜서는 '따로 또 같이'를 능동적으로 실천해야 한다. 이 또한 하는 것, 즉 행동함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자유롭게 일하되 자유라는 이름의 나태함을 내세우지 않도록 자신을 어딘가에 붙잡아 매어 둘 것. 그렇지만 무엇보다 나를 잘 관리하기 위해 내가 한 노력과 과정을 보다 더 사랑할 것. 이게 프리랜서의 자기 관리에 필요한 제1원칙이지 않을까.



더불어 본인에게 '자기 관리'란 무엇인지를 정의해보면 어떨까. 자기 관리라는 말이 무척 광범위하기 때문에 감이 안 잡히는 걸 수도 있다. 시간을 잘 사용하고 싶은 것인지, 돈을 벌기 위한 능력을 갖추는 것인지, 몸을 탄탄하게 유지하는 것인지, 자신을 신뢰하는 힘을 기르는 것인지 등. 어떤 것이냐에 따라 성장 방법과 전략이 무궁할 것이다.



*인스타그램 및 블로그에 작성한 글을 새롭게 구성함.


정재이

번역가 겸 작가


저서: <2년 만에 비행기 모드 버튼을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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