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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재이 Mar 29. 2019

주말을 향한 시선

소중한 시간을 조금 더 따스하게 바라보고 싶다

어느새 주말이네.



머릿속으로 내뱉은 무의식적인 한마디에 깜짝 놀랐다. 무릇 주말이란 현대인이 가장 손꼽아 기다리는 소중한 두 날일 텐데 말이다. 평일을 여유 없이 보내는 편도 아닌데 언제부터인가 주말은 내게 ‘어느새 성큼 다가와 있는 날’이 되어버렸다. 주말을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게 된 건 분명 프리랜서로 전향하면서 부터일 것이다.



정시에 출근하는 나인 투 파이브(9 to 5) 삶을 살 때는 ‘드디어’ 주말이 왔다고 자주 기뻐했다. 취업을 준비하며 불안함에 힘들어했던 시기는 까맣게 잊은 채 출근 생활을 시작하며 맞는 주말은 점점 하기 싫은 일로부터 나를 떼어놓을 수 있는 유일한 순간, 보기 싫은 상사와 동료의 얼굴을 잊을 수 있는 순간, 친구들을 만나 그들의 욕을 실컷 할 수 있는 순간으로 변해갔다. 사회생활 초기에는 지친 체력과 정신을 회복하느라 아무 데도 나가지 않고 집에 틀어박혀 있을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라 주말의 1분 1초가 아깝게 느껴졌다. 금요일이 되면 오전부터 미소를 지었지만 일요일이 되면 오후부터 기분이 언짢았다. 그리고 일요일 저녁이 되면 침대에 누워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던 내게 벌써부터 월요병을 호소하는 친구의 문자가 절규처럼 쏟아졌다. 서로 답장을 주고받다가 결국 현실을 받아들이며 가방에 내일 가져가야 할 서류나 물건 등을 미리 챙겨놓고 잠에 들곤 했다. 그래야 아침에 일어나 30분 만에 출근 버스를 타러 뛰쳐나갈 수 있으니까.



연차가 조금 쌓이고 난 뒤부터 주말은 나를 위한 시간으로 바뀌어갔다. 무언가를 배우러 다니거나 카페에 나가 마음의 양식을 쌓기도 했고, 무엇보다 월급으로 입을 즐겁게 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먹고, 떠들고, 출근. 다시 주말이 다가오면 사람들을 만나고, 먹고, 떠들고 그리고 출근을 했다. 그렇게 3년 반을 반복하던 나는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 사이에서 방황을 했고, 결국 일을 그만 두었다. 나는 할 수 있을 거라는 패기를 두 손에 꼭 쥔 채 세상 밖으로 나왔다. 그렇게 새롭게 맞이한 주말은 불안한 주말이 되었다. 주말 고개를 하나하나 넘을수록 이십 대의 의미 있는 도전이 치기 어린 행동으로 변질되어 가는 것 같아서 스스로 집밥을 먹을 때마다 부모님 눈치를 봤다. 플래너를 펼쳐 내가 세웠던 계획과 실행에 옮긴 행동 목록을 쳐다봐도 왜 이것밖에 못했을까 싶은 마음에 시간도, 능력도, 심지어 나라는 사람마저 부족하다고 느꼈다. 그렇게 나는 성과도 없이 주말만 맞이하는 죄인이 되어갔다.



지금이라고 죄인 수갑을 속 시원하게 풀어낸 것은 아니지만, 원하던 일을 시작한 이후부터 주말은 ‘또 다른 하루’가 되었다. 남들처럼 주말이 쉬는 날이 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일을 최종적으로 마쳐야 하는 납기일이 되는 경우가 많아서 ‘어휴, 내일이면 벌써 일요일이네’라고 생각하는 순간이 많아졌다. 그저 마감을 맞출 생각밖에 없었던 내가 한번은 친구 앞에서 ‘내일 벌써 토요일이라고? 아니, 왜 벌써 토요일이야?’라고 말했다가 크게 혼이 났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고 말이다.




대체 주말이 뭐길래, 이렇게 사람을 들었다놨다하는 걸까. 재미있는 사실은―당연한 말이겠지만―시간을 바라보는 사람의 시선 속에 참으로 다양한 시선이 담겨 있다는 점이다. 시간뿐이랴, 이 세상에 실존하는 모든 것들이 각자의 상황과 생각을 망원경 삼아 해석되고 받아들여진다는 사실이 새삼스럽지만 흥미롭다. 보는 각도와 장소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빛을 보며 탄성을 자아냈던 인상주의 화가의 심정이 이해가 된다. 모두에게 같은 시간이 주어졌지만, 그 누구도 같은 시간을 보내지 않는다. 자기 계발서에서는 주어진 시간을 금같이 활용하라고 할 테지만, 생산성 있는 주말이면 어떻고 무기력하게 늘어진 주말이면 어떠랴. 그렇게 하루하루가 쌓여서 지금의 나를 만들어 주었으니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어느새 또 다가와 버린 주말이 조금은 반갑다.





따스한 햇볕 쬐며 느긋한 여유를 부리는 것만큼 행복한 주말은 없는 것 같습니다 :)





일상에서 느낀 요즘의 생각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더블제이 스튜디오 https://blog.naver.com/kk646

프리랜서의 일상 @yeonbly_i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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