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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어 Oct 28. 2021

생각을 소등할 권리

- 인생 낙법


유도에서는 ‘낙법’이 기본이자 가장 중요한 기술 중 하나이다. ‘낙법’을 제대로 익혀야 상대의 기술에 걸려 넘어졌을 때 다치지 않고, 다시 일어나서 경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다. 살면서 수없이 넘어지고, 쓰러지는 일을 겪는다. 그런 인생에서 ‘낙법’을 제대로 배우면 넘어지고, 쓰러졌을 때 충격을 덜 받고, 부상을 당하지 않는다.  


‘인생 낙법’을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넘어지고, 쓰러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봄과 가을.....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계절.....     


이 계절이 방송 작가들에게는 예민한 시기이다.     


물론 봄, 가을 개편 때 별일 없이 계속 일하게 되는 이들이 많지만, 방송사를 떠나는 이들도 꽤 있다.     


더 좋은 일거리가 생겨서 스스로 그만두면 이 계절이 아름답겠지만, 반대인 경우, 마음속은 이미 엄동설한이다. 매서운 칼바람이 불고, 심장이 꽁꽁 얼어버린다.     


PD나 출연자와 사이가 안 좋아서 근로 계약이 연장되지 않으면 삼중고를 겪는다. 


그동안 갈등으로 쌓인 스트레스, 앞날에 대한 막막함, 경제적인 문제로 생기는 가족과의 불화...    


위로와 격려를 받아야 될 상황에 비난을 받는다. 그것마저 감당해야 할 나의 몫.....  


언제부터인지 누군가 나를 비난하면, 그 말이 모두 사실인 것처럼 들린다. 어쩌다 그 말에 반박이라도 하면 상대의 비난은 논리정연해진다. 그 상대가 가족일 때 마음이 더 아리다.


때로는 가족이 맹수가 된다. 가장 편안해야 될 집은 정글이 된다. 고슴도치처럼 가족끼리도 적정 거리를 두어야 될까? 


이 무렵, 머릿속에는 별의별 생각이 다 든다. 그때 참을 걸, 고개 숙일 걸, 이제 무엇을 어떻게 해야 되나, 이제 카드 값이 연체되겠네, 나 때문에 가족이 힘들어지겠지.....


카드 값이 연체돼서 사용이 중지될까 봐 비상식량처럼 미리 인스턴트커피와 라면, 과자를 잔뜩 사놓는다. 




수많은 생각, 잡념이 가시덤불처럼 영혼과 삶을 할퀼 때가 있다    


한여름, 왱왱거리며 날아오는 모기처럼 온갖 잡념은 쫓고, 쫓아도 자꾸만 머릿속으로 파고든다. 부질없고, 부정적인 생각은 삶을 탈진시키는 정신 질환이다.     


삶의 링에서 KO 되지 않기 위해 잡념을 소등시켜야 한다.     


그의 어퍼컷에 맞아서 다운이 됐지만, KO 되지도 않았다. 세상과 상대에 맞서는 맷집이 생기고, 더 단단해졌다.


잡념보다 정신이 먼저 소등되고, 정전되는 날.....     


유일하게 위로해주는 것은 나와 아무 이해관계가 없을 뿐 아니라, 전혀 친분도 없는 날씨이고, 풍경이다.  




- “가로수의 울긋불긋한 단풍과 저녁노을이 너무 곱다. 내 마음과 삶도 저리 곱게 물들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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