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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어 Oct 27. 2021

희망 장애

- 인생의 바리케이드

- 부지런하고 열심히 살면, 당연히 행복해질 줄 알았다. 지금도 그렇게 믿고 있으니 심각한 ‘희망 장애’다.     


심야 생방송을 마치고 집에 오면 새벽 3시쯤 된다. 그 시각에도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택시, 택배, 배송 트럭들은 1분, 1초라도 아끼려는 듯 부지런히 달린다. 도로가 한산해서 차가 막히지 않으니 더 빨리 달린다. 대낮보다 더 바쁘고, 부지런하게 보인다.        


매일은 아니지만, 딸이 아침 6시에 레슨을 받는 날이 있다. 


그날은 2시간 정도 잠을 자고, 5시쯤에 일어나서 레슨 홀로 데려다줘야 된다. 2시간이라도 잘 수 있으니 다행이다.   


콩쿠르 장소가 경기도 김포였을 때가 있었다. 미리 예행연습을 하느라 아침 5시까지 가야 해서 한숨도 못 자고 데려다줬다.


알람이 요란하게 울린다. 아침 5시에 피곤한 몸으로 겨우 일어나서 딸을 레슨 홀로 데려다줬다.


집에 오면, 그때서야 피로가 몰려온다. 잠을 더 자고 싶은 충동을 뿌리치기 위해 커피믹스 2개를 타서 빈속에 홀짝홀짝 마신다.  




내가 부러워하는 인생이 세 부류 있다.     


가장 부러워하는 인생은 돈 걱정 없이 사는 사람이고, 두 번째로 부러워하는 인생은 빚 없이 사는 사람, 세 번째로 부러워하는 인생은 빚이 조금밖에 없는 사람이다.     


빚이 많고, 언제 일자리가 없어질지 모르는 인생이라 항상 대비를 해야만 했다.


잠을 쫓아가며 목표로 정한 일을 시작한다.     


나의 계획과 목표는 언제나 복권 같았다. 한 번도 당첨되지 않고, 매번 꽝이었다. 그래도 포기할 수 없는 처지라 다시 또, 새로운 목표를 세우고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아침 8시쯤 아내가 출근한 후, 집에 나 혼자 남으면 강렬한 유혹이 시작된다.


‘한숨 자고 해. 아무도 보는 사람 없잖아. 2시간밖에 못 자서 엄청 피곤하잖아’    


유혹에 넘어간 적도 있다. ‘1시간만 자고 일어나야지’ 마음먹고 잠을 잤는데, 너무 피곤해서 알람을 끈 채 계속 자버렸다. 그러다 오후 3시에 일어났다.     


얼마나 허탈하고, 찝찝하던지... 마음이 개운하지 않으니 몸도 찌뿌둥하고, 오히려 더 피곤했다.     


그 후로 ‘한숨 자’라는 유혹의 소리가 들리면, 마치 신들린 사람처럼 “닥쳐! 닥쳐!”라고 혼잣말을 씨불인다.


직장인들도 그럴까. 오전 시간은 무척 빨리 지나간다. 어느덧 오후 2시가 되면, 냉장고에서 국을 꺼내 데운다.


혼자 있으면 입맛도 없다. 국에 찬밥을 말아서 김치 하나를 놓고 대충 밥을 먹는다.


오후 4시... 이제 심야 생방송 원고를 써야 한다.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매일 쓰는 원고인데도 항상 마음이 바쁘다.


밤 9시에서 10시 사이에 원고를 마무리해 메일로 보낸다. 그때서야 마음에 여유가 생겨서 혼자 또, 늦은 저녁밥을 먹는다.


밥을 먹고 나면 다시 마음이 바빠진다. 심야 생방송을 하러 방송사로 가야 되기 때문이었다.




부지런하고 열심히 살면, 행복해질 것이라는 생각은 순진한 바램이다. 스스로 자신에게 희망 고문을 하고, 스스로 앞날에 바리케이드를 설치하는 행위가 될 수도 있다.


어린이가 순진한 것과 어른이 순진한 것은 다르다. 성공한 자가 순진한 것과 실패한 자가 순진한 것도 다르다. 세상이 순진하지 않고 험하니 성향을 리셋해야겠다.



- "희망 장애를 자발적 불치병으로 인정할 수 밖에 없는 현실, 일상, 오늘, 그리고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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