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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어 Nov 01. 2021

이제 그렇게 안 살기로 했다

- 무조건 직진 금지!

- 그동안 나를 스스로 틀 안에 가두고, 스스로 불안감을 키웠다.


결혼 전, 가구 업체에서 영업 사원으로 일한 적이 있다. 결혼을 앞둔 상황에서 돈을 벌어야 해 어쩔 수 없이 일을 시작했다.


마지못해 일하는 것이라 아침에 눈을 뜨면 한숨부터 나왔다. 그런데, 내가 입사한 지 몇 달 만에 폐업을 했다.


당시 월급이 기본급 70만 원이었고, 영업 실적에 따른 인센티브가 있었다.


나는 일을 배우는 단계라 기본급 70만 원만 받았다. 너무 적은 돈을 받으면서도 폐업한다는 말을 들으니 불안했다.


억지로 일하는 것이었지만, 이제 돈을 못 벌게 된다고 생각하니 너무 막막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씁쓸한 미소가 지어진다. 다른 일자리를 알아보면 될 텐데, 그때는 너무 현실에만 몰입해 있었다.


멀리 못 보고, 주위를 둘러볼 생각도 못한 채 당장 직면하게 된 상황에만 집중했다. 위기만 신경 쓰다보니 기회는 언제나 뒷전이었다.




그동안 살아오면서 크게 달라진 것이 없었다. 20년 가까이 방송작가로 일하면서 항상 마음 한 구석에는 불안감이 자리 잡았다.


‘일이 끊기면 안 돼!’, ‘이 일을 계속해야만 해!’라는 절박한 심정은 책임감이 아닌 불안감을 키웠다. 그리고 불안감은 이성과 판단 능력을 마비시키며 공포감으로 변질됐다.


이 일을 계속한다고 행복한 것이 아니고, 일을 못한다고 불행한 것도 아니다.


사실, 처음에는 일과 직업에 대한 만족도가 컸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회의감이 들기 시작했다. 그럴 때마다 ‘내가 이 일이 아니면, 무슨 일을 하겠어? 꾹 참고 하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스스로 나 자신을 너무 하찮은 존재로 취급했다. 스스로 나 자신을 틀 안에 가둬두었다. 틀 안에는 불안감과 공포감이 번식했다. 행복은 점점 멀어지고, 불행이 항상 곁을 기웃거렸다.


어느새 너무 견고해진 틀을 깨기로 했다. 그 틀을 깨고 밖으로 나오기로 했다. 




- “이제 그렇게 안 살기로 했다. 불안감과 공포감을 피하거나 숨지 않기로 했다. 어차피 여기도 그다지 안전하거나 아늑한 곳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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