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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연 Aug 23. 2020

방구석 노을

아름다운 것들은 덧없고 쉽게 흐릿해진다

내 방에선 노을이 보인다.

노을은 매일매일 다르다. 같은 노을은 없다.

주황색, 노란색, 초록색, 그리고 파란색이 은은히 쌓였다가 점점 짙어지는 노을도 있고, 해가 붉게 타오르면서 강물 한 자락을 벌겋게 물들이는 노을도 있다.

물론 노을을 볼 수 없는 날도 있다.

그럴 때면 노을을 찍어둔 사진을 본다.

역시 실물만 못하다.


눈을 감고 어제의, 그저께의 노을을 떠올려본다.

노을을 보지 않고도 떠올리기 위해선 오래, 찬찬히, 자세히 보아야 한다.


아름다운 것들은 덧없고 쉽게 흐릿해진다.

창문으로 보는 노을도 좋지만 역시 제일은 해가 질 무렵 점점 푸르스름해지는 공기 속을 걷는 일이다.

저녁 공기 속에 스며들어 도시 곳곳을 누비는 것은 꽤 즐겁고 조금 낭만적이다.

저녁 무렵에 태어나서 그럴까, 노을이 질 무렵이 유달리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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