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 노을

아름다운 것들은 덧없고 쉽게 흐릿해진다

by 백연

내 방에선 노을이 보인다.

노을은 매일매일 다르다. 같은 노을은 없다.

주황색, 노란색, 초록색, 그리고 파란색이 은은히 쌓였다가 점점 짙어지는 노을도 있고, 해가 붉게 타오르면서 강물 한 자락을 벌겋게 물들이는 노을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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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노을을 볼 수 없는 날도 있다.

그럴 때면 노을을 찍어둔 사진을 본다.

역시 실물만 못하다.


눈을 감고 어제의, 그저께의 노을을 떠올려본다.

노을을 보지 않고도 떠올리기 위해선 오래, 찬찬히, 자세히 보아야 한다.


아름다운 것들은 덧없고 쉽게 흐릿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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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으로 보는 노을도 좋지만 역시 제일은 해가 질 무렵 점점 푸르스름해지는 공기 속을 걷는 일이다.

저녁 공기 속에 스며들어 도시 곳곳을 누비는 것은 꽤 즐겁고 조금 낭만적이다.

저녁 무렵에 태어나서 그럴까, 노을이 질 무렵이 유달리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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