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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연 Sep 22. 2020

자연 (自然)

스스로 그러하다

바람이 꽤 세게 부는 날이었다.

식후 운동 겸 한강변을 걷다가 문득 가로수를 지탱하고 있는 부목이 눈에 들어왔다.

우리가 심은 나무를 지탱하기 위해 다른 나무를 잘라오다니. 자연스러워 보이던 그 광경이 갑자기 부자연스럽고 불편하게 느껴졌다.

그럼 이 나무들은 자연이란 말인가 아니란 말인가?


인공적으로 조성된 산책로와 공원을 도시인들은 '자연'이라 믿으며 살아간다. 인간의 통행을 방해하지 않는 한에서만 자연은 자연으로서, 스스로 그러할 수 있는 권리를 얻는 듯하다. 심지어 존재할 수 있는 모양과 형태마저도 인간의 제약을 받는다니.


자연은 말 그대로 스스로 그러하는 것인데, 우리의 자연, 적어도 도시의 자연은 다분히 의도적이다.

이렇듯 인공적으로 조성된 환경을 '자연스럽게' 수용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자연이 파괴되었을지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도시의 쾌적함과 청결은 자연의 희생으로 유지되고 있다. 더더욱 환경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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